세포신곡/논커플링Non-Coupling

「그 탄생은 마치 작은 기적처럼」

세포신곡 본편&DLC 스포일러 포함.

#세포신곡_전력_60분 『첫 만남』


그날 하라다 미노루는 몹시 초조해하고 있었다.

타카하시 의원 건물 내부에 마련된 출산실. 의료 인력과 산모 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무균실의 빛이 희미하게 복도로 번져나왔다. 출산예정일을 크게 어긋나지 않는 일정, 우츠기의 배려로 일찌감치 병원에 입원한 이소이 라이의 컨디션 또한 어느 때보다 양호했다. 그럼에도 하라다 미노루의 손아귀에서는 힘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이따금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고 싶어질 때마저 있었다. 그래서 하라다 미노루는 라이와 함께 골랐던 아이의 이불이나 배냇저고리, 자그마한 쪽쪽이 장난감 따위를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자신이 앉아있는 방향이 수술실의 입구와 다르다는 사실조차 불길하게 처리하려는 머릿 속을 두들겨패다시피 하여 잠재우면서.

한 시간이 지났던가, 여섯 시간이 지났던가, 혹은 스물하고도 네시간이 지났던가. 지나친 정신적 긴장은 머리속의 시간 감각을 어지럽히기에 충분하다. 문득, 하라다 미노루는 무엇인가가 바뀐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아까까지 무거운 물 속 같이 숨을 막히게 하던 공기가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었다. 저 하얀 문,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연약하지만 분명한.

울음소리가.

"축하드립니다. 귀여운 아드님이세요."

피로가 남은 얼굴로 간호사가 문을 열고 나온다. 하라다 미노루는 누가 위에서 낚싯줄을 꿰어 움직이는 루어마냥 휘청휘청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아내는, 아내는 무사한가요? 간호사는 대답하는 대신에 천천히 미소지으며 수술실의 문을 비껴 열어보인다. 하라다 미노루는 이름조차 제대로 발음할 수 없을 의료기구들 사이로,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라이의 모습을 보았다. 가슴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린다. 그 사이로 아이의 울음소리가 마치 부드러운 음악소리처럼 울려퍼졌다.

"라이."

이름을 부르면, 감겨있던 눈이 이쪽을 향한다.

"괜찮아? 아프지 않았어? 힘들지 않았어?"

"난 괜찮아. 그보다…"

라이의 시선이 천천히 반대편으로 움직인다. 미노루는 그 움직임을 따라가다가, 의사가 포대로 감싸 보여주는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그건 '것'이 아니다. 이건, 이 아이는, 이 작은 아이는.

"하루키랑 인사해야지."

아이는 울고 있다. 미노루는 차마 아이를 안아들지도 못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다 철제 침대의 프레임을 간신히 붙잡은 채 반쯤 무너졌다. 눈시울에 열이 모인다. 목이 부어오른다. 훌쩍이는 그를 보고 라이가 말한다. 뭐야, 왜 보자마자 울고 그래. 머리를 쓰다듬는 그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있는 것은 단순히 미노루만의 착각이 아니다. 아이는 여전히 울고 있다. 으앙, 으앙, 으아앙.

"그냥, 그냥…."

아빠아, 엄마아.

"너무 행복해서…."

나에요, 하루키에요.

라이의 손을 잡는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면 간호사가 아이를 안고 미노루에게 내밀었다. 제가 안아봐도 되나요? 멍한 물음에 간호사가 눈으로 웃는다. 하라다 미노루는 천천히 팔을 뻗어 아이를, 하루키를, 자신과 라이의 아이를 안아든다. 가볍다. 혹은, 이대로 땅 아래로 가라앉을 듯 무겁기도 하다.

"하루키."

으앙, 으아아앙.

"와줘서 고마워, 정말로 고마워."

흐엥, 흐에엥.

"너를 만나고 싶어서 정말 오래 기다렸단다…."

눈물이 툭 떨어진다.

아이를 감싼 하얀 모포에 작은 얼룩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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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Non-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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