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신곡/논커플링Non-Coupling

오늘 밤 깨지 않는 자장가를 너에게

우츠기 노리유키, 이소이 하루키?

※사망 소재/배드 엔딩/약고어 묘사 주의!


아토 하루키가 죽었다. 우츠기 노리유키는 반쯤 박살난 머리로 생각 비슷한 것을 해보려고 노력했다. 아토 하루키가 죽었다. 함께 온 침입자들도 죽었다. 하츠토리 하지메는 살아있다. 아토 하루키가 죽었다. 에노모토 노아는 살아있다. 아토 하루키가 죽었다….

이소이 하루키는 죽었는가?

마지막 의문은 긍정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우츠기 노리유키는 이소이 하루키라는 작은 아이의 죽음 따위는 알지 못한다. 그 아이는 그저 수로에 빠져서 깊이깊이 가라앉았을 뿐 죽지는 않았으므로. 그러므로, 그러니까, 그런데…. 우츠기의 생각이 헛돌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하다가 스르륵 되감긴다. 전기에 지져지고 무거운 일격에 얻어맞아 터져나가고 차가운 기운에 얼어붙은 뇌세포가 맥동했다. 이성적으로? 이성적으로.

"에노모토 양."

사람의 목소리는 성대를 통해서 나온다는데 그 순간 우츠기 노리유키는 어디로 발성하고 있었을까. 귀는 먹먹하다. 감각은 둔해서 마치 해묵은 돌덩이같다. 그럼에도 상대가 이 말을 듣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 것은 오랫동안 타인을 굽어 살피며 살아온 덕택이다. 좋든 싫든 세월은 경험이 된다. 시간은 기억이 된다. 우츠기는 그 중간을 석둑 잘라낸다.

"하루키 군을 돌봐주세요."

거절이 전제되지 않는 것은 상대가 그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에서 흐른 피가 아래로 흘러내려 남색 교주복을 적시고 번져나가듯이, 우츠기 노리유키는 에노모토 노아의 행동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 순간 문득 어떤 역 플랫폼의 모습이 스쳐지나간 것도 같지만… 아마도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다. 우츠기 노리유키는 가볍게 기침한다. 목 안쪽에 고여있던 걸죽한 피가 튀어나왔다.

"그 아이는 옛날부터 몸이 좋지 않았죠…."

그리하여 이소이 하루키가 눈을 뜬다. 수로 바닥의 진흙물이 섞인 듯 조금 탁한 눈동자가 허공을 헤맸다가 천천히 우츠기 노리유키의 모습을 담았다. 이미 옷을 갈아입고 멀쩡한 상태로 돌아온 지 오래인 우츠기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제 마음에 남아있는 한 줌의 다정함 같은 것으로.

"안녕하세요, 하루키 군. 좋은 꿈을 꾸었나요?"

…….

"네, 저랍니다. 한때는 어찌 되나 싶었는데, 당신이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

"에노모토 양이 당신을 위해 많이 힘썼답니다."

지고생명체는 죽음에서 돌아올 수 있는가? 그 분야에 대한 연구는 진척되지 않았다. 애초부터 호스트의 사망율이 높지 않았던 탓이다. (적어도 당시는 그랬다) 그렇지만 이렇게 보란듯이 성공해서 다행이라고, 우츠기 노리유키는 작은 손을 잡아주며 생각한다. 그 피부가 보통의 혈색과는 확연히 다른 채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당신이 이렇게 돌아와줘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아이는 그 말에 희미하게… 웃는다? 웃었을 것이다. 원체 감정표현이 소심하던 아이다.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뿐, 속으로는 많은 것을 느끼고 있을 테지. 그 아이를 제 자식처럼 돌봐온 바 있는 우츠기는 답지 않게 옛 추억 따위를 떠올리며 조금은 안락한 마음을 느낀다. 따스한 이부자리에 누운 듯한, 소박하지만 충실한 식탁 앞에 앉은 듯한 마음.

그가 실제로 그러한 것을 마주한 일은 적다. 따라서 감각은 실제보다는 환상에 가깝다. 우츠기는 그걸 깨닫지 못한 채 아이의 버석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 뺨에 보기 흉하게 솟아있는 불룩한 혈관이 꿈틀거렸다.

"분명 하지메도 당신이 돌아온 걸 환영할테지요."

찢겨죽은 시체를 기워 만든 아이에게선 짙은 시취가 난다. 우츠기는 그걸 기꺼이 깊이 들이마시며 이소이 하루키를 끌어안았다. 안에서 느껴지는 맥동은 없다. 웃음소리도, 숨소리도, 칭얼거림도, 울음소리도 없다. 다만 어떤 형체가 있을 뿐이다.

과거에서부터 길어올린, 검은 흙덩어리.

"이제부터는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우츠기 노리유키는 다시 한 번 선포하듯이 속삭인다.

지금 자신과 아이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는 손톱만큼도 신경쓰지 않고.

"함께 지고천을 향해 나아갑시다."

아이는 눈을 깜박이지도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감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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