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상

[뱅상] 배우랑 아이돌 분위기 차이ㄷㄷ.gif

썰백업 근데 이제 조금 다듬은

02:34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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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병찬 x 아이돌 상호

12월 며칠인진 모르겠으나 어쨌든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연말로 퉁치기로하고, 올 한해 한 번이라도 미디어 매체에 얼굴을 비추었던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앉은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의 다음날. 벌써 새해라도 맞이한듯 미라클모닝을 외친 수많은 돌덕, 그것도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다고 저들은 생각 중인 아이돌 그룹 JS601의 막내 멤버 상호의 누나팬들은 아침부터 오른쪽 심장을 부여잡고 이게 무엇이냐며 5초가량의 연기대상 방송분을 gif로 만들어 정신없이 나르고있었다. 

연예 l 배우랑 아이돌 분위기 차이ㄷㄷ.gif    (2106)


3대 아니고 5대정도까지는 늘려야 낄 수 있는 소속사에서 10개월의 연생 생활 끝에 아이돌그룹 JS601의 막내로 데뷔한 15살 상호는 초졸이란 타이틀로 데뷔초 누나팬들의 관심을 반짝 받았으나 대중픽이 되지 못한 타이틀곡과 애매한 감성과 느낌의 수록곡에 점점 컴백일이 미뤄지고 해외 뺑뺑이 콘서트만 돌아 국내팬들마저 떨어져나가려던 차, 16살 고등학생이 된 상호가 남자주인공의 아역으로서 찍게 된 드라마가 꽤나 대성하여 연말시상식 연기대상에 초대받게 되었다. 식탁보가 깔린 하얀 원탁에 삼삼오오 둘러 앉아 축하공연을 보는 배우들을 카메라가 간간이 담았는데, 바로 지상팬걸들이 난리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다른 때였다면 노래부르는 내새끼 안 비추고 어딜 비추냐며 트집을 잡았겠지만 오늘만큼은 제발 방청석 안 비추고 뭐하냐며 트집을 잡았다.

그 마음이 카메라감독에게 닿은 모양인지 다시금 카메라는 아이돌의 무대를 바라보는 배우들로 향했다. 어디로? 바로 원형 테이블에 가깝게 붙어 앉아있는 21살 톱배우 박병찬과 우리의 이제사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JS601의 막내 상호에게로. 혹시 모르니 짚고 넘어가자면 박병찬은 박병찬이고 상호는 상호라고 다르게 표기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것이 미라클 모닝을 한 지상팬걸들이 gif를 만들며 난리가 난 이유였기 때문에.


박병찬은 차분한 검은머리가 눈가를 찌르진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아슬한 길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떤 작품에 들어가게 될지 모를 배우라는 직업이 팬들로부터의 머리 고나리를 피해가게 해준듯 하다. 그덕에 마음놓고 기른 옆머리를 박병찬 본인인지 스타일리스트인지가 귀 뒤에 꽂아 넘겼다. 무쌍에 둥근 눈이 자아낸 유순해보이는 얼굴은 의외로 단단한 굵은 목이 붙들고 있었는데, 특히나 저 톡 튀어나온 울대뼈가 16살의 어떤 고딩이랑 너무나도 비교가 되어서.

동료 아이돌의 공연에 아는 춤이라며 배우로서 초대 받은 자리임에도 딴따라임을 숨기지 못하고 몸을 들썩이는 연갈색 머리에 호응없이 앉아있던 박병찬의 티안나게 구겨진 시선이 향했다. 군데군데 숨겨놓은 감자튀김처럼 빛나는 노란빛의 솜브레염색을 하고있어서 박병찬은 쟤도 연기돌나부랭이구나 생각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이름표에 적힌 '상호' 두 글자만 적힌게 딱봐도 아이돌이나 할법한 아기자기한 이름이지 않나.

박병찬의 큰 눈에 비해 조금은 가로로 길이가 짧아, 다물고 있으면 여섯에 둘 정도는 퍽 제 입매가 퉁명스러움을 담고있는 걸로 보이는지 싸가지없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었기에, (얼굴로 먹고 사는 배우에게 있어 주변시선에 신경 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는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상호가 들을 수 있는 크기로만 한숨을 내뱉었다. 

저랑 나이 차가 꽤 나보였지만 아역부터 연예계에 몸 담가온 박병찬은 안 친한 이들에게 심지어 아무리 봐도 더는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가차없이 굴 수 있었다. 제 경험상으로 얼굴만 믿고 데뷔했다가 죽쑨 아이돌들이 연기라도 하겠답시고 여기저기 날티나는 얼굴로(박병찬 배우의 개인 소견입니다.) 감히, 발연기를 해서 현장을 망친 일이 불운하게도 꽤나 잦았기 때문에 알았다. 저는 작품 보는 눈도 연기라는 재능도 있었는데 딱 하나, 상대배우 운이 없었던 것이 강한 고정관념과 혐오감을 뿌리박게 했다.

박병찬이 옆자리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쯧 혀를 찼다. 왜 하필 연기돌을 내켜하지 않는 내 옆에 이녀석 자리를 준거지. 그렇게나 오두방정 떨거면 올라가는게 어때.

그리고 다시는 연기판에 얼씬도-

"~~ 두 귀를 기울여 난, 어?"

그런데 왜인지 박병찬은 아무도 보지 않지만(뒷편 일반 방청석에 아주 소수의 지상팬걸이 상호를 그리고 가끔 상호를 빤히 보는 박병찬을 주시하고 있었다) 혼자 열창하고 있는 상호를 바라보며 시끄럽고 꼴보기 싫다는 머릿속과는 반대로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린 채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상호가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어? 하면서 박병찬과 눈을 마주치는 바람에 헤 벌어져있던 입을 빠르게 닫았다는걸 바싹 마른 입안에 차게 침을 삼키며 알았다.

"맞나. 혹시 햄도 내사시 떠올렸어요?!"

내사시는 내가 사랑할 시간이라는, 박병찬을 지금의 톱자리에 올려준 영화는 아니었고 조금 망작이어서 박병찬팬들이 많이 실망하여 팬들간에 쉬쉬하며 잘 취급하지 않는 비운의작품이었다.

그러다가 1년 뒤 누군가가 잘라서 유튜브에 하이라이트 장면이라면서 올린 영상에 박병찬의 연기가 뜨거운 반응을 일으켜서 역시 박병찬이라며, 아주 잠깐 특별 상영관(박병찬 관이라는 이름이었다.)에서 일주일정도 재개봉하기도 한 작품이었다. 망작이란 말만 듣고 걸렀던 사람들이 입을 모아 '아, 이래서 박병찬이 고른거였구나. 이건 정말 본인에게도 인상깊게 남았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재평가에 들어갔다.

내가 사랑할 시간

새하얀 화장대 거울 너머로 눈이 쌓인 겨울 들판뿐인 풍경이 비춘다. 그 새하얀 눈밭을 4년 전 그러니까 지금의 기상호 나이를 한 박병찬이 표정을 카메라로부터 감춘 채 홀로 어딘가로 걸어간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위에 색을 잃은 풀잎과 눈이 섞인 흙이 발자국 모양을 걸음마다 새기고있었고 찬바람이 거세게 부는 추운 날씨임에도 뚜렷한 목적지가 있다는 마냥 비틀거림없이 눈밭뿐인 넓은 들판을 걸어나갔다. 바람에 이리저리 방향 잃고 흔들리는건 그의 목에 둘러진 스모크블루색 목도리 뿐이었다. 걸음걸이 마저도 연기하며 걸어가던 박병찬은 이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걸음을 뚝 멈췄다. 줌아웃 되는 카메라는 이윽고 눈덮인 들판을 빠져나와 다시 그 새하얀 화장대를 비추었는데 아까완 다르게 얼굴이 보이지않는 누군가가 박병찬과 똑같은 스모크블루색 목도리를 두르고 제 왼쪽 심장께를 부여잡으며 미약하게 떨고있었다. 거울 속 눈밭에 서있던 박병찬도 오른손으로 심장께를 움켜쥐고 천천히, 그리고 희미하게 웃자 점차 화면이 어둡게 암전되었다. 이내 검은 스크린의 가운데엔 거울 속 박병찬이 전하는 듯한 대사가 천천히 새겨지고 있었다.

“살아가.”

그 문구에 관객들은 비로소 이 영화의 제목인 내가 사랑할 시간을 떠올린다. 내가 사랑할 시간. 살아갈 시간. 이 비슷한 발음이 주는 영화의 여운이 뒤늦게서야 엄청난 화제와 함께 각종 패러디를 불러왔다.

미라클모닝 이하생략의 지상팬걸들이 오른쪽 심장을 부여잡은 이유가 바로 이것의 패러디였다.

"훗. 제가 그 영화를 억수로 좋아해가꼬 오늘 여 오기 전에도 봤다 아입니까. 진짜 그때 우연 햄(극중 박병찬의 이름)이 먼 말을 할까.. 습, 내는 우연 햄이, 아니 병차이 햄이 먼 말을 해도 울었을걸요?"

"……."

"어릴 때부터 팬이에요 햄."

제가 하고픈 말이 끝났는지 쏙 수납되는 분홍빛 혀에,

……

누가 어릴 때?

내가? 아니면 설마 네가?

기어코 고개를 살짝 돌려 웃음을 터뜨린 박병찬은 생각했다. 연기돌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상호는 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JS601. 지상 여섯은 하나다.

팀명으로 거론되었던 후보 중 가장 유력했던 '지상최강'에서 무슨연유인지 결과적으론 앞만 따온 지상. 또 요즘은 해외팬덤을 위해서 영어로 바꾼 JS. 601 여섯 명의 멤버들.

데뷔하고 1년 째에 핸드볼경기장에서 첫콘서트를 연 지상은 연기에 뛰어들어 나름 힘을 낸 연기돌 상호와 음방의 엔딩요정으로 죽을 힘을 낸 리더 준수, 각종 아이돌들이 출연하는 예능방송에서 이것저것 평균 이상으로 잘해서 머리끈 주근깨 걔로 입덕요정을 맡고있는 재유.. 매운맛 공중파 예능에 피지컬로 활약하며 제 개인 이름이 아닌 저의 그룹이름과 곡을 알리는 태성과 다은이.. 팀에서 제일 긴 연생기간을 가져 팀의 중심이 되고 다재다능 자기PR시대에 맞게 안정적인 라이브는 물론 작사작곡 실력이 뛰어나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최근 작사로 논란되는 신인(어그로)'따위의 제목으로 종종 소개되던 희찬이..

여섯 멤버 모두의 노력 덕에 드디어 데뷔 2년 차 콘서트는 체조경기장으로 격상하여 열리게 되었다.

콘서트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 한창 리허설 연습을 하며 재유와 함께 동선을 살피던 태성은 무언가 안 풀리는게 있는 모양인지 끙 앓는 소리를 내고는 무대 구석에 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데뷔초 신인이라면 누구나 그랬을테지만 특히나 태성은 개인캠을 찍기 위해 코앞에 카메라를 들이밀면 표정만은 아무렇지 않는 척 하는것이 가능했지만, 두꺼운 화장기가 커버하지 못한 단단하고 곧은 목이 꼼짝없이 분홍빛으로 물드는 것은 막진 못했다. 이를 놓치지않은 지상팬걸들덕에 여러 아이돌 커뮤니티와 sns로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sns중독으로 몇 번이나 폰을 압수당한 전적이 있는 태성은 제 얼굴에 가까이 클로즈업되는 카메라에 목주변이 빠르게 달아오르는 과정이 담긴 음방 영상을 인별에서 발견하곤 크게 탄식했다. 리허설이 제 뜻대로 풀리지 않아서 눈돌린건데 도리어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하...ㅆ... 이딴거를 와 짤라다가 올리노.…?!"

눈가를 투박한 손길로 마구 문지르던 태성이 잠시 움찔 하더니 주변으로 눈을 굴렸다. 그 햄 못 봤겠제?

그러다 생수병에 입을 대고 실실대느라 턱으로 마시며 지나가는 상호를 덥썩 붙들었다.

"...마, 니 몬데 헤실거리노?? 연습은?!"

갑작스레 옆으로 끌어당겨 붙잡힌 어깨에 화들짝 놀란 상호가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채 삼키지 못하고 잔기침과 함께 입 밖으로 뿜어냈다. 몽땅. 고스란히 태성의 구겨진 얼굴로.

상호는 사색이 된 얼굴로 도망가기보단 들여다보고있던 핸드폰의 액정을 얼른 잠금화면으로 바꾸었다. 이 햄이 요런 건 또 잘 못 보니까 그냥 한 대 맞기나하자.

"마 니 방금 숨긴 거 박뱅차이지."

상호는 두 대 맞고 박병찬도 들켜버렸다. 잉잉. 어떻게 알아쓰요?! 빙시야 니 숙소만 가믄 만화책만 보던게 요즘은 먼 아랑 전화하는거 내 모를 줄 알았나? 기리고, 티비만 틀면 나오는 그 목소리를 누가 모르겠노??

사실 상호가 평소에 통화볼륨을 줄인 덕에 상대방의 목소리는 알 수 없었지만, 요새 막냉이 하는 꼬라지만 보면 그 상대가 박병찬일게 뻔했다.

연생 동기였던 태성이가 상호의 연애에 대해 모를리가. (데뷔초에 관리한다고 몬 묵던거 새벽에 자다말고 울믄서 떡볶이 묵고싶다칸거 매니저햄 몰래 사준게 눈데?)

아무렴, 원래도 박병찬의 지독한 빠돌이였는데 연말 시상식에서 옆자리에 박병찬과 함께 찍힌 '초대공연을 대하는 배우와 아이돌의 차이.'라는 이름의 동영상과 움짤이 sns에 올라올 즈음부터 빠질이 더 심해졌는데 그걸 모를까.

(태성은 간간이 멤버들의 개인직캠을 몰래 찾아본다. 나중에 훈수 두기 위해서.)

박병찬이 나오는 광고소리만 들려도, 제 방에서 누워있다가도 양치질을 하던 화장실에서도 부리나케 달려나와서 못 박힌듯 서서 보는게 가관이 따로 없었는데. 이해 못 할 표정으로 고개를 젓다가도, 태성은 이 모든 말을 상호가 스스로 사귄다며(?) 말해줄 때까지 구태여 말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일반 방청객석에서 우리 팬들이 대포로다가 찍은 박뱅차이가 막냉이 치다보는 영상 보믄, 그 새끼 눈이 가히 예사롭지가 않았다. 분명 둘이 비밀로 하고 그 뒤로 사귀는기다. 내가 딴 모쏠들(멤버)이랑 다르게 중딩 때 연애 쫌 해봤으니까는 아는거제. 또 배우는 눈으로 말한다 안카나. 

상호는 말 없이 저를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하는 태성에, 살짝 벌어진 입을 꾹 다물곤 행여 누구처럼 얼굴 달아오른게 들킬까봐 들고있던 생수병을 마구 뺨에 문질러댔다.

찹다. 그 때문에 놀랐는지 심장도 쿵쿵 빠르게 뛰었다.


콘서트 당일. 발이 넓은 희찬 덕에 꽤나 네임밸류 있는 아이돌로부터 받은 화환선물과 목격담이 지상팬걸들의 sns에 하나둘 공유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공연스태프들과 함께 장치를 검토해보는 다은과 태성. (조금 격한 안무가 많았다) 가만히 스타일리스트에게 화장을 맡기는 재유. 몸을 푼다며 콩콩 돌아다니는 희찬이. 셋리스트를 살펴보는 준수.

그리고 우리 JS601의 막내 상호는,

"야 니는 씨발, 턱에 구멍 뚫렸냐? 내가 그거 입고 있을 땐 니 뭐 처마시지 말랬지."

"죄..죄삼다…."

"하… 여기도 묻었어 등신아."

"가..감삼다…."

값비싼 협찬 옷이나 무대의상을 입었을 때면 한층 예민해지는 준수에게 여느때처럼 깨지고있었다. 

"-그러니까 나 다시 올 때까지 메이크업 수정 받고."

"넵."

"또 생각없이 눈가 비비지도 말고."

"넵."

"상호야 잘하자, 어?"

준수가 셋리스트에서 살짝 문제를 발견하곤 이야기를 하기위해 다른곳으로 사라질 때까지 상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정 메이크업을 받고는 얼른 검은 화면으로 꺼두었던 핸드폰 액정을 다시 두드려서 켜놓곤 주변을 눈치껏 살피다 구석에 가서 섰다. (물론 아이돌이 구석에 숨어봤자 다들 지나가며 한 번씩 눈길을 보내곤 했지만)

상호가 서두르는 이유는 아까 준수에게 혼나기전에 상단바 미리보기로도 봤지만(그덕에 턱으로 물이 줄줄 새서 혼났다) 다시 한 글자 한 글자 눈동자에 꿰어두고 싶어서. 남들 모르게 상호가 병찬의 눈을 보며 하는 생각이었다. 

[ㅎㅎ그래~]

[오늘 상호 컨디션은 좀 어떤 것 같아?]

최애의 버블에 선택되는걸 꿈처럼 여기지 않아도 되는 삶이라면 이런 기분일까? 메시지를 보내면 무조건적으로 오직 나만을 위해서 답장을 해주는 최애라니. 저도 모르게 쭈욱 잡아당기고 있던 아랫입술을 얼른 놓고는 황급히 턱을 치켜들어 눈앞의 거울을 확인했다. 여러가지를 덧발라놓은 립이 입매와 턱아래 여기저기에 콕콕 찍혔다.

아씨 내 방금 수정받았는데..!! 

턱에 흐른 물에 희미하게 지워져, 빛에 따라 눈치 채기 힘들었던 아까 전과 달리 이번에는 엄청나게 큰일이었다. 뚜렷하게 제 얼굴을 망쳤고 팀 멤버의 비주얼 변화를 항상 기민하게 눈치채는 준수햄은 반드시 알아볼 것이다. 그러니 만약 수정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더 크게 혼나겠지. 얼른 답장 하고 싶은데 이미 읽어버려가 빨리 안 보내면 이거 읽씹된다..!! 그치만 준수햄이...!!

마실 때 흘리지 말 것.

특히나 요즘처럼 딴짓 하면서는 더더욱 마시지 말것.

눈가 생각없이 비비지 말 것.

안 그러면 다 찢어죽이고 싶으니까.

준수 햄은 '아이돌은 얼굴이 생명' 이랬다. 얼굴 관리 평소에 잘해두라며 늘 거친 언사와 함께 신신당부 했다. 우리 중에 얼굴 관리에 제일 열심인 건 놀랍게도 JS601 비주얼 1위이자 센터겸 리더까지 다 해먹는, 압도적 인기 멤버인 준수햄이었다.

 어느 날 태성햄이 sns에서 본 연습생이던 중학생 때 썰로는 준수햄은 비주얼에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는 것 같았는데. 그리고 내가 보기에 준수햄은 다른 소속사에 있었던 중학생 때나 지금이나 나이를 먹나 싶을 정도로 별 다를 바 없이 눈부시게 잘생겨서 앞으로도 아무 관리 안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룹 내에서만이 아닌 내가 아는 아이돌 중에서 우리 준수햄이 최고로 잘생겼으니까.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게 아이다!!"

대화방을 켜놓은 채로 화면 밝기를 잔뜩 줄인 상호가 수정 메이크업을 받다말고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거기에 놀란 스타일리스트의 눈이 가늘어진다.

"죄삼..죄송합니다 누나…."

상호는 두어 번 병찬을 사석에서 만날 때마다 제 볼을 쭈욱 잡아당겨 꼬집곤 했었다. 그때마다 병찬이 하지 말라며 제 뺨에 손을 문지르다 얼른 거뒀지만. 지금은 톡으로 주고받는 거라 아무도 저를 제지하지 못했다.

[ㅎㅎ그래~]

[오늘 상호 컨디션은 좀 어떤 것 같아?]

[엄청 좋아요]

병찬햄 덕분에요. 상호는 무언가를 마시고 있지도 않았음에도 무언가가 줄줄 흘러넘치는 기분에 자연스레 손을 들어 턱밑을 휴지로 꾹꾹 눌러보았다. 님 이리 와보셈. 다은이 상호를 향해 손바닥을 위로 향하고 까딱이는 제스처는 언제나 그 일이었기에 상호는 덧붙일 말을 쓸 생각일랑 접어두고 다은에게로 달려갔다.

"여기 자리가 올라가는 타이밍이 좀 빠름."

JS601에서 격한 퍼포를 주로 맡는게 태성과 다은이었지만 2년차에 일본데뷔를 포함한 해외투어를 다니면서 돌출무대나 공중을 겁없이 쏘다니는 건, 준수의 말을 빌리자면 저 머리에 뭐가 들었을지 궁금한 막내 상호였다. 

다칠 뻔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어야지. 똥개 새끼라며 준수가 끓는 한숨을 쉰 적이 많더랜다.

그렇게 하루의 반이 접어들고 콘서트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각. 어떤 화환을 두고 지상팬걸들의 탐라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상호야 오늘은 조심해서하자~

너의 형아가

요즘 아이돌 데뷔 나이로는 좀 늦었다고도 하는 중학교 3학년에 데뷔한 상호는 그룹이나 세간에 알려진 인맥에서조차 막내고 동생인 형콜렉터였다.

형 콜렉터래봤자 희찬이만큼의 열 손가락이 넘어가는 수만큼은 아니었고 고작해야 연기하면서 만난 나이차 많이 나는 몇 배우들과 최근에 친해진 박병찬뿐이라 그냥 팬들이 호들갑떨며 붙여준 애칭같은 거다. 아무튼간에 친한 형이라곤 같은 멤버뿐이 없는 상호에게 형아라고 불릴 사람은 아무래도-

훗날 콘서트 양일 모두에 목격담이 올라오는 박병찬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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