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지타임 글

[뱅상] 바이커 크러쉬드

양키에유 썰백업

순한 맛으로 먹으려면 대한민국이 아니라 가상의 도시 가상의 국가여야함

아무튼 무법지대에 가깝고 그로인해 경찰 치안보다 갱단 치안에 기대서 생활해야하는 대형 슬럼 도시


배경 자체는 디트로이트랑 비슷하려나 

사유 : 본진 중 하나인 디비휴 배경이 디트로이트 시라 묘사하기 편해서 


상호는 사람들 틈에 섞이기 위해서 빨간 스카쟌에 마스크를 하고 최대한 건달처럼 다니고 있으나 속 알맹이는 왈패에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공업 노동자였음


상호는 관찰력이라던지 셈어림 머리 굴리는 게 빨라서 작달만한 자동차 공장에서 엔진 조립하고 취미로 폐차, 폐바이크 헐값에 가져와서 수리하고 그걸 되팔아 비상금 마련하고 있음 왜냐면 상호도 다른 사람들처럼 거지같은 슬럼을 벗어나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거든…


거기다가 갱단에서 요구하는 보호비가 너무 빡셌음 100을 벌면 50은 월세 30은 보호비 20으로 생활비로 쓰였음


상호는 표정만 굳히고 속으로 눈물을 삼키면서 바이크를 돌돌 끌고 접선지로 향했음 그래도 고철 값만 받고 가져온 바이크를 고쳐서 마진을 왕창 남길 수 있었거든


이번에도 총격전 같은 데 휘말리지 않고 안전하게

팔 수 있으면 좋은디...온다던 사람은 와 이렇게 안오노.. 상호는 바이크 세워두고 건물 벽에 기대서서 하늘을 바라봤음 노을이 뉘엿뉘엿 지어가는데 여기서 더 기다리다간 밤길이 위험할 것 같고 상호는 5분만 기다리다가 거래를 깨기로 결심했음


속으로 분을 세다가 그림자가 보였음 드디어 거래자가 와서 상호는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들었음 늦으셨네예. 더 기다렸다가 안 오면 쌩깔려고 했는데요. 아~ 미안. 원래는 부하가 오기로 했는데 말이지. 꼬여서 내가 대신 왔어. 상호는 상대의 얼굴을 보고 펄쩍 뛸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참았음


시바 거래자가 조형파였나. 기상호는 흰 면티에 새하얀 특공복을 입은 박병찬을 보고 개 쫄았음 조형파. 신생이지만 공격적이고 과격한 활동으로 세를 늘리기 시작한 조직이었음. 조직원 일반인 상관없이 잘못걸리면 통조림 당해서 바다에 빠질 수 있음 거...시간 맞춰 왔으니까 상관없어요.


나머지 금액은 현금. 맞지? 네. 박병찬은 돈이 든 클러치를 기상호에게 던졌음 기상호는 어설프게 받았고. 기상호가 금액을 확인하든 말든 바이크의 상태를 점검했음. 생각보다 상태 좋다? 오예~ 초원이가 좋아하겠네. 기상호는 클러치를 품에 꼭 단단히 보관하고 박병찬이 먼저 가길 기다렸음


트럭 안 끌고왔지? 태워다 줄까? 기상호의 바램과는 다르게 박병찬은 바이크의 시동을 걸어놓은 채로 기상호에게 호의를 던졌음. 사실 호의가 아니라 꽤 괜찮은 판매업자와 연을 잇기 위해서지만 그 속내를 모르는 기상호는 덜덜 떨었음. 아아니 전 걸어서 가면 돼요.


이 동네 조용해보여도 약쟁이도 많고 위험해. 현찰 들고 다니다가 재수 없으면 칼침맞아 죽을껄? 이 동네는 제 나와바리라 개안아요. 기상호는 박병찬과 엮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박병찬은 물러나지 않았음 오히려 두 번 정도 거절당하니 오기가 생겼음


태워준다니까~계속 거절하면 나 기분 나빠진다? 불명의 거래자가 아닌 조형파 보스의 기백이 나오니 기상호는 속으로 눈물을 흘렸음 결국 박병찬의 뒤에 앉은 기상호는 팔을 뒤로해서 안장을 잡았음 그렇게 타게? 방지턱 잘 못 넘기면 넘어지겠는데? 허리 잡아. 같은 남자끼리 내외할 필요 없잖아.


기상호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박병찬을 끌어안고 병찬의 배 앞에 손깍지를 단단히 꼈음 박병찬은 등판에 닿은 기상호의 가슴에 이 쫄보가 의외의 덩치를 가진 남자란 걸 알게 됨 병찬은 상호에 대한 평가를 조금 바꿈 원래는 거래만 틀려고 했는데...이 정도 덩치라면 아예 조형에 데려올까.


mbti p의 남자 박병찬. 이력도 깨끗하고 수리도 잘하는 중고거래 별점 4.9의 남자 기상호라는 일반인을 조형파 바이커 클럽에 영입하는 것도 재밌어보인다. 박병찬은 씨익 웃으면서 스로틀의 확 당겼음 급발진하듯이 질주하자 기상호는 창백한 얼굴로 팔을 당겨서 박병찬의 등에 찰싹 붙었음


박병찬의 난데없는 추월에 옆차선 머슬카 운전자가 기상호와 눈이 마주쳤음 운전자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에 기상호는 생리적인 눈물을 만화영화 여주인공처럼 흘리면서 사라지다... 기상호가 사는 동네 근처 대로변에 도착함. 분노의 질주같은 운전으로 10분만에 도착하자 박병찬은 아쉬웠음


기상호가 구명줄처럼 붙잡은 구속감이 박병찬에겐 나쁘지 않은 스킨쉽이라 그랬음. 물론 기상호는 다리를 덜덜 떨면서도 얕보이면 안된다는 마음에 간신히 서 두방망이 치는 심장을 진정시켰음. 내 이 미친 운전 또 받으면 이승이 아니라 황천고속도로 타는기다. 어후 씨, 뒤지는 줄 알았네.


이거 물건이네~ 박병찬은 적당한 엔진 소리를 내는 바이크 안장을 팡팡 두드렸음. 둘이 태워도 빠르고 연비도 괜찮고. 오토바이 기종이 뭐라고? 브이스트롬이요. (덜덜) 엔진이랑 변속기는 커스텀으로 튜닝했어? 밑에 모양이 다른데. 기상호는 혼이 빠진 얼굴로 박병찬에게 스펙을 줄줄이 뜯김


저 이제 가볼게요. 먼저 가. 좋은 물건 팔아준 사람인데 내가 가는 길 안전하게 어깨로 있어줄테니까. 아이..안그래도 되는데. 기상호는 눈치 빠르게 잰걸음으로 귀가했음. 박병찬은 바이크 위에 앉아서 턱을 괸 채 기상호가 사라진 골목을 응시함 그러다가 휴대폰을 들고는


어~ 막내야. 우리 새 가족 하나 더 들일까? 자신의 부하한테 영입을 고려함. 조형파는 인원수가 부족하니까 사람 데려오는거에 거부감은 없지만 믿을만한 인물인지 엄청나게 고심할듯. 그 차에 보스 박병찬이 사람을 데려오자고 운을 떼니까 환영함. 형, 마음에 드는 사람 생겼어요? 응.


그런데 쫄보라 공을 들여야겠어. 협박은 안돼요... 괜찮아. 괜찮아! 이 형아가 신뢰로 데려올테니까. 이 때 박병찬의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띠링 하고 울렸음 [거래가 만족스러우셨나요? 아래 평점을 통해 점수를 알려주세요!] [점수에 따라 판매자의 성냥 등급이 바뀝니다!]


박병찬은 평점 만점을 등록하면서 바이크와 자기 셀카를 찍어서 후기도 같이 올림 판매자가 튼튼하고 바이크가 귀여워요. :P 기상호는 박병찬이 뭘 던졌는지는 꿈에도 모른 체 집에서 기절잠 함 다음날 기상호는 후기 사진을 보고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음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뒷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래를 하면 절대로 사진을 올리지 않음. 나중에 체포 당하거나 하면 기상호에게도 진술차 연락이 올 테고 그러면 기상호는 거래를, 거래자는 판매자를 잃는 셈이니까. 그런 관종 짓에 기상호는 이마를 붙잡다가 걍 출근함 내는 이 사람을 모른다


며칠 뒤 기상호는 부업을 위해 폐차장에 옴 이번에도 바이크를 수리해서 되팔 생각이었음. 그런데 폐차장 사무실이 요상하게 조용했음. 기상호는 사장님이 드디어 다른 사장님 등쌀에 못이겨서 나르셨나 하는 실없는 상상을 하며 사무실 문을 열었음. 싸장님~ 왤캐 조ㅇ,..헉. 사무실에 박병찬이 있음


안녕. 우리 전에도 봤었지? ㄴ,ㄴ네ㅔ,ㄴ네네. 떨지 마. 나는 너 안 담궈. 네..그...여긴 어쩐..일로...? 우리도 바이크 튜닝 하려고 물건 사러 왔지. 사장은 내 부하랑 물건 보러 나갔어. 그그렇군요. 그럼 나중에. 어허. 안 담근다니까. 와서 앉아. 난 너 마음에 드니까. 박병찬 씨 무표정인데요..


어색하게 의자에 앉은 기상호는 다소곳이 무릎 위에 손을 올렸음. 박병찬은 다리를 꼬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기상호가 하는 양을 보다가 푸핫, 하고 웃음 거래도 틀고 의자도 틀었는데 아직도 내외하네. 나한테 물어볼 건 없어? 아,..그 브이스트롬은 잘 굴러가요? 응. 초원이가 좋아하더라.


정말요? 기상호는 순수하게 기뻐했음. 자기가 수리한 바이크 칭찬을 마다할 업자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래. 어떻게 수리했는지 다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로. 박병찬의 말에서 쎄함을 느낀 기상호는 몸을 슬금슬금 뒤로 뺐음. 박병찬은 기상호의 반응을 보고 입 안쪽 살을 깨물었음.


감이 좋네. 박병찬은 기상호에 대한 접근을 바꿨음. 다음 거래 예약 받아줄 수 있어? 어플에는 예약 기능이 막혀있던데. 어떤 게 들어올 지 몰라가지고..제가 그래도 정직하게 팔려고 사기는 안쳐요. 그럼 새 물건 나오면 이쪽으로 연락 줘. 박병찬은 명함을 줬음. 조형 바이커스 클럽 헤드 박병찬


익명 거래 어플이 아니라 실물 개인정보가 든 명함을 본 기상호는 기겁했음. 어플 메시지로 연락 드리면 안될까요. 응, 안돼. 그 어플 보안 구데기잖아. 명함이 삐까뻔쩍해가 받기 부담스러운데요. 6BABYSHARKOIIO는 안 부담스럽고? 박병찬은 기상호의 거래닉네임을 육성으로 말했음.


기상호는 쪽팔린 마음에 명함을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음. 박병찬은 기상호가 하는 양을 보다 손을 내밈. 뭔데요? 내꺼 받았으면 니꺼 줘야지. 전 명함 없는데요. 그럼 팔에 전화번호 적어 줘. 휴대폰은요. 고장났어. 박병찬은 일부러 핑계를 댔음. 기상호는 머리를 북북 긁다가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유성펜으로 박병판의 팔에 전화번호랑 자기 이름을 적었음. 박병찬은 제 손을 잡은 기상호의 손 크기라던지 숙여서 떠버린 옷깃 사이에 맨살을 훔쳐보았음. 기상호의 몸은 문신 하나 없이 깨끗했고, 생활로 단련되었지만 전문적으로 운동한 테는 안났음 상호 일반인이 확실하구나.


다른 집 강아지였으면 그냥 담궈버리려고 했는데~ 박병찬은 온기가 남은 손을 주머니에 넣었음. 기상호는 뜯겨진 자신의 개인정보에 속으로 눈물을 삼켰음. 대치가 끝나자 (드디어) 사장님이 돌아왔고 박병찬과 기상호는 각자 제 할일 하러 갔음.


기상호는 그날 폐 바이크를 하나 데려왔고, 그날 밤 날라온 박병찬의 문자에 가슴을 부여잡았음. 내용은 별거 아니었지만 박병찬이 문자를 했단 사실이 무서워서 떨렸음. 그래도 자극은 계속 오면 역치가 점점 높아진다고 박병찬이 수시로 별 거 아닌 문자를 보내니 기상호는 금방 적응하기 시작함


[바이크 수리 잘 돼가?] [오늘은 엔진만 조금 건드렸어요.] 라던지 [우리 동네엔 맨발로 돌아다니는 아저씨들 많은데 상호네는 별로 없어?] [이 짝은 하우스 운영하는 사람이 없어가. 텐트는 많아요.] 같은 시시콜콜한 스몰톡이 많았음. 기상호는 그런 박병찬의 꾐에 경계를 허물어뜨리기 시작함





아~ 이를 우야노.

기상호는 쭈그려 앉아서 변속기를 툭툭 두드렸음. 수리 중인 바이크에 맞는 클러치가 없었음. 수중에 가지고 있는 클러치를 쓰기엔 바이크가 너무 무거웠고 또 기상호가 원하는 속도를 내지 못했음. 도중에 박병찬이 문자를 날려보내지 않았다면 아마 일주일은 클러치 찾아 삼만리를 보냈을 거임.


[오늘도 수리?]

[네. 근디 쪼까 문제가 생겨버렸어요.]

[뭐길래 그래. 부품 문제야?]

기상호는 장갑을 벗고 팔짱을 낀 채로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끄응 하고 고민하더니 결국은 마음을 정함.


[지금 전화 돼요? 글로 설명하기 어려워가.]

띠롱띠롱

헉. 뭐꼬,


기상호는 호들갑을 떨면서 휴대폰을 들었음. 박병찬의 전화를 받기 위해 몇번 헛손질도 했지만 무사히 볼에 대고 입을 열었음.

아, 그. 병찬 씨?!

기상호는 삑사리를 가다듬었음.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은근한 소란에 기상호는 입을 다물었음.


형이라고 불러. 이 정도 친해지면 다들 형 동생하지 않나?

벼병찬 형.


박병찬은 푸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음. 기상호는 평범한 호칭인데도 남사스러웠음. 병찬은 기상호가 어색하게 부르니까 나쁘지 않은…. 친근하면서도 간질거리는 감각을 느낌.


그래. 상호야. 뭐가 문제길래 전화하자고 했어?

그게요..


상호는 바이크를 수리하는 데 필요한 부품이 없어서 한동안 그 부품을 찾느라 수리가 늦어질 것 같다는 말을 했음. 병찬은 상호의 설명을 듣다가 어떤게 필요하냐고 묻더니 잠깐만 기다려보란 말과 함께 자리를 비웠음. 기상호는 콘크리트 바닥에 털썩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음.


내가 굳이 이 사람한테 고민을 말했어야했나. 그치만 기상호는 내향형 인간인데다 직장에다 부업을 알려서 마찰을 일으킬 수는 없다고 생각함. 아무래도 보호비를 받고 있는 갱단은 기상호가 근무하고 있는 공장에도 보호비를 갈취해가고 있으니까. 저쪽이 알았다가 기상호는 돈만 배로 뜯기게 될 터였음.


뜨끈한 볼을 식히기 위해 전화기를 다른 쪽 볼로 돌리자 목소리가 들렸음.

어, 상호야. 아직 있지?

네. 형.

니가 찾고 있는 클러치. 우리 쪽에 재고가 있는데 넘겨줄까?

헉, 네네네네. 근데 돈은 얼마나 준비하면 돼요?


박병찬은 비음을 흘렸음.


음~ 돈은 됐고.

네?

우리 클럽에 와서 수리 도와줘.

네?!

좋다고?

아니아니, 제가 사업장에 막 들어와도 돼요?

원래는 안되는데. 상호니까 된다고 하는거야.

왜요?


상호는 진심으로 물었음. 바이크 거래 한 번 튼 걸로 조형파 사업장에 들어간다? 조형파 사업장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었음. 온갖 비리와 범죄의 온상지를 함부로 들쑤셨다간 드럼통조림 행일테니까.


나는 상호가 마음에 들거든. 너 수리 실력 꽤 좋은 편이야. 그건 바이크를 사 온 내가 알지.

아이. 이 형 사람 띄워주시네..

쉬는 날 언제야?


내가 직접 데리러 갈게. 


기상호는 어쩐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을 하게 됨. 이 형 일부러 이러는 기가…. 기상호는 끊긴 전화의 통화량 38분 6초와 휴대폰의 열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발게진 귀를 찬 손으로 식혔음. 용건은 클러치였는데. 그 뿐이었는데. 어느순간 박병찬이 다른 주제도 꺼내기 시작하면서 수다도 떨어버렸음.


기상호는 이 때부터 박병찬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을거임 왜냐면 자신의 수리실력을 인정해주고 띄워주는 사람이 (출신을 제외하고) 잘생긴 박병찬이니까.


박병찬은 머슬카 앞에 서서 기다리는 기상호를 불렀음. 상호가 조형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상호가 팔았던 브이스트롬을 타고왔고 관찰력이 좋은 기상호는 자신이 팔았던 바이크를 알아보았음.


그거 잘 굴러가요?

응. 새 것같던데. 얼른 타.


기상호는 박병찬과 자신이 같이있는 걸 누가 볼 세라 뒤에 탄 뒤 병찬을 끌어안았음. 병찬은 상호가 끌어안은 걸 확인하자마자 빠르게 출발했음. 상호는 병찬의 두 번째 운전에 개쫄았었던 분노의 질주를 떠올림. 트라우마가 생각나자 반사적으로 병찬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음. 병찬은 기상호의 반응이 귀여웠음. (별 게 다 귀엽다 진짜)


조형 바이커스 클럽. 도시 근교에 있는 폐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사업장은 허름해보여도 두터운 콘크리트 벽면이라던지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구조 탓에 타 조직이 침략하기 어려운 곳이었음. 그 말은 처음 온 기상호라면 미로처럼 헤메버릴 수 있는 공간이란 거고. 병찬은 이걸 알려줄까 고민했음. 그러나 이걸로 얼레벌레 끌어들일 수도 있으니까 말 안해줌.


기상호는 눈치가 빠르니까 이 동네에선 화장실 가는 길도 물어봐야겠다 하고 다짐했을거임.


기상호가 당도한 조형파는 분위기가 살벌할 줄 알았는데 별로 안 그럼 오히려 자연주의 ASMR 틀어놓고 뭐 수리하는 소리, 물건 옮기는 소리만 났음. 당연함 기상호는 불법에 속하는 사업구역에 온 게 아니니까. 사람들도 적당히 반겨주고 심지어 음료수도 줬음.


병찬이 일 때문에 사업장을 떠난 뒤 기상호는 조형파에게 ‘어이, 네가 그 수리업자냐. 퉤메~~ 보스의 신임을 얻었더래도 외부인은 외부인. 우리 조형파에 참견하지 말라고~~’ 라는 텃세를 받을 줄 알았음.


서브헤드라는 이초원은 기상호한테 바이크 잘 타고 있다고 튜닝할 때 부품 뭐 썼냐고 친근하게 말걸어주기까지 했음. 기상호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클러치를 전달받고 조형파의 수리를 도왔음.


저희가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애들 데리고 장난은 안 쳐요.

예에.

일반인도 크게 엮이지 않는 이상 그냥 놔두고요.

그그렇구나.

조형파가 일반인 조직원 상관없이 담근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돈 때문에 그런거에요.


조형파는 쫄은 기상호에게 오해를 풀었음. 실제로도 그들은 애들과 일반인은 건들지 않았음. 그러나 기상호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지만. 그래도 인상이 좋게 박혔음. 박병찬은 기상호의 곁에 있어주지 못했지만 적어도 병찬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할 만큼이었음.


조형파의 삐까뻔쩍한 연장과 도구로 수리 삼매경에 빠졌다가 나온 기상호는 휴게실 소파에 앉았음. 쫌 즐거웠지만 창 밖에 뉘엿뉘엿 져가는 노을을 보고 걱정이 되었음. 아 해지면 쫌 위험한디..이거 집에 갈 수 있을랑가. 내 이 동네도 잘 모르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음.


오, 상호. 아직 안 갔구나. 병찬이었음. 어디서 뭘 하다 돌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흰 특공복 끝단에 불티 뒨 흔적과 화약 냄새가 났었음. 늦을 것 같으면 우리 애들한테 데려다달라고 하지.


손님 입장에서 막 오라가라 하기엔 좀.

데려온 사람 면이 있는데 그 정도도 못해?

그리고 가기 전에 병찬 형 얼굴을 보고 가야 할 것 같아서요.

그 말은 마음에 드네. 근데 상호야 어쩌지? 너 오늘 집에 못 갈텐데.

네?


상호가 되묻자 병찬은 모니터 TV를 켰음. 기상호가 사는 동네에 갱단 항쟁이 일어났다는 뉴스였음. 심지어 상호가 보호비를 내는 갱단이 대문짝만하게 보도되고 있었음. 이이거 좆돼뿟다! 기상호는 맨 몸으로 귀가를 시도했다간 끽 소리도 못 내고 휘말릴 게 분명했음. 우야노 이거ㅠㅠㅠㅠㅠ 상호는 속으로 울었음.


상호야.

네?

형 아지트에서 자고 가.

그…그렇다면 신세 좀 질게요.


병찬은 아마 속으로 웃었을거임 한번이라도 거절할 줄 알았는데 상호가 덥썩 물어버리니까. 


좋아~ 오늘은 이 형아가 놀아주마. 병찬은 높은 텐션으로 상호를 데리고 지하로 갔음. 조형 바이커스 클럽 숙소는 지하에 있었고 기상호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박병찬과 어깨를 탁 붙이고 서 있었음.


엘베가 있네요.

층수가 꽤 되거든.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다른 층에 잘못 누르면 큰일난다?

(히이이익) 네.

겁먹은 상호 귀엽네.


다만 기상호래도 관찰력이라던지 분석적인 측면이 겁을 먹었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었음. 깔끔한 인테리어라든지 1인용을 상정한 구성이라던지 무엇보다 집기류부터 가구까지 싸구려가 아니었음. 여기는 박병찬의 집이었음.


병찬 형. 직원 숙소라도 상관없는데요. 형 집은 너무 내주는 거 아닌가요?!

내 손님이니까 내 집에 데려오지. 그럼. 상호야 뺄 생각은 아니지?


병찬은 상호가 마음을 바꿀까봐 화장실에 끌고 가서 넣음. 상호는 놀라서 병찬 형? 하고 불렀지만 병찬은 뻔뻔하게 상호야 씻고 있으면 갈아입을 옷 줄게. 너 지금 기름 냄새 난다. 라고 대꾸했음. 상호는 진짠가 싶어 티를 들추고 냄새를 맡다가 힝구 얼굴로 옷을 벗었음.


병찬은 상호가 씻는 소리를 들으면서 흥얼거렸음. 상호가 갈아입을 옷을 꺼내두고 저녁거리를 준비하고 애가 무서워할만한 무기는 금고에 정리해두고. 병찬은 기다리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기상호가 씻고 나오는 건 어쩐지 즐거웠음.


상호가 병찬의 잠옷용 티와 바지를 입고 나왔을때 병찬은 묘한 만족감을 느낌. 상호는 병찬이 뭘 느꼈는지도 모르고 식탁에 앉아서 병찬이 꺼내놓은 음식에 호들갑도 떨고 주접도 떨었음. 병찬 햄 요리 잘하시네요! 내가 좀ㅎ. 병찬은 상호랑 피자도 먹고 맥주고 마시고 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음.


두 사람은 개그코드도 맞고 사는 세계가 달라도 사는 도시가 같아서 관심사 공유도 잘 되었음. 한 번 먹부림이 지나고 상호랑 병찬은 소파에 앉아서 맥주캔을 땄음. 상호가 긴장해서 잠을 못 잘까봐 병찬이 준 거였음.


햄 소파 넓고 좋네요! 여기서 자면 꿀잠 각인듯.

무슨 소리야 상호야. 침대가 있는데.

침대가 하나 뿐인데요?

형이랑 같이 누워서 자면 되지. 넓으니까 상관없잖아.

저 잠버릇이 어떨지도 모르고.


병찬은 상호의 어깨를 툭 두드렸음. 상호야. 괜찮다니까. 별 일 있겠어? 멀리 와서 불편하게 자고 가면 내가 싫은데. 병찬은 상호의 거절을 듣지 않겠단듯이 먼저 일어나서 씻으러 갔음. 나 씻고 올게. 침대에 가 있어. 라고 덧붙인 채로. 상호는 병찬이 말한 별 일에 잠버릇이 아닌 다른 요지가 섞인 걸 느낌.


이거, 이거. 내랑 친구 먹고 싶은건가? 기상호는 개상호 얼굴로 좋아함. 호감을 가진 상대가 먼저 오픈한다면 기상호는 비집을 자리 눈치채고 들어가는 데 선수였음. 기상호는 맥주를 원샷하고 침실로 들어갔음. 천하의 조형파 병찬햄도 친구가 필요한 사람이었구마. 기상호는 엄청난 오해를 하기 시작했음.


기상호는 침대에 누워서 병찬과 나눈 이야기를 떠올림. 근데 이 햄 친구는 별로 안만들고 싶다 하지 않았나. 이상하네. 기상호는 눈을 끔뻑거리다가 취기가 이끄는대로 졸기 시작했음. 애인도,..웬만하면 안 만들고 싶다던데….그래도 인연이 있으면….놓지지…않겠다…고…. 기상호는 그대로 잠들었음.


샤워를 끝내고 돌아온 병찬은 불을 켜둔 채로 잠들어버린 기상호를 보고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었음. 먼저 자버릴 정도로 경계가 허물어진 게 눈에 보이니까. 사람을 개같이 선별하던 조형파 보스 박병찬은 겉으로 나타나는 신뢰의 행동을 가장 아꼈음. 병찬은 불을 다 꺼버리고 침대를 돌지 않고 위로 올라가 기상호를 넘은 다음에 누웠음.


은근한 나의 것이라는 마운팅 뒤로는 진득한 관찰이었음. 박병찬이 기상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노라면 기상호는 얼굴을 가리거나 했기에 병찬은 기상호의 선명한 맨 얼굴을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음. 박병찬은 손을 들어 기상호의 눈물점을 눌러보기도 하고 감은 눈두덩이에 손 끝을 데어 도르륵 움직이는 눈 굴림을 느꼈음.


병찬의 손가락은 기상호의 코 아래 숨결을 쐬어보았고 덜 빠진 젖살의 말랑한 볼을 꼬집었음. 기상호는 깊게 잠들었는지 병찬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꿈에도 몰랐음. 병찬은 상호의 입술을 두드리다가 살짝 열린 입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가지런한 치열을 문질렀고 마지막으로 턱 아래 말랑한 살을 손 끝으로 대었음.


박병찬이 누군가 저에게 턱과 목 사이 말랑한 부분에 손을 댄다면 상대를 여지없이 죽였을 그 부분 병찬이 손 대고 있는데도 기상호는 새근새근 잘 잤음. 병찬은 바람빠진 소리를 냈음.


내일 초원이한테 한 대 쳐달라고 해야하나….


병찬은 몸을 뒤척여 기상호에게서 등 진 채로 잠을 잤음. 사랑 임을 알게 된 채로.




기상호는 잠에서 깨어났음. 시간이 많이 지났기도 했거니와 자꾸 자신의 얼굴에 바람이 불어서 신경쓰여서였음. 기상호는 눈을 뜨자마자 기겁했음. 박병찬이 덮치는 듯한 자세로 엎드려있는데다가 두 얼굴 사이 간격이 제법 가까웠으니까.


으악! 병찬햄 뭐하세요.

상호 얼굴 구경하고 있었지.

이렇게 가까이요?!

왜? 상호는 이런 거 싫어?


박병찬은 손에서 팔꿈치로 몸을 지탱하기 시작함. 두 사람 사이는 당연히 더 좁혀지고 기상호는 민망하고 묘한 두근거림에 시야를 빙글빙글 돌리다가 침대 헤드쪽으로 눈을 굴림. 병찬은 상호가 하는 양을 지켜보다가 어허, 소리를 냄.


상호 내 얼굴 보기 싫어?

싫은건 아닌데요. 부끄러워가..

형은 상호가 봐줬으면 좋겠는데. 


병찬이 채근하자 상호는 결국 병찬의 얼굴을 낱낱이 관찰함. 두 사람은 한동안 진한 눈맞춤을 나누었음. 병찬은 몸을 일으켜 상호의 위에 깔고 앉았음. 상호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병찬에게 내려가주면 안되냐고 물었음. 병찬은 자신에게 끌리는 상호를 보고 만족스러웠는지 상호의 배를 톡톡 두드린 뒤 물러남.


내가 막 잡아먹는 스타일은 아닌데.

….


병찬은 상호 들으란 듯이 혼잣말하고 상호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화장실에 들어감. 병찬이는 샤워기 물 트는 소리에 낄낄거림.


그 뒤는 별거 없었음. 병찬은 아침으로 시리얼을 대접했고 돌아갈 때 상호는 병찬이 운전하는 바이크 뒤에 탔음. 이번에는 배 앞에 깍지를 끼지 않고 연인처럼 등에 붙었고 병찬도 그런 감각을 오랫동안 즐기고 싶어서 안전운전했을 듯. 


상호야.

네, 형. 

한가할 때 형이랑 드라이브 다닐래?

!! 네!


말이 드라이브지 사실상 데이트 신청에 가까웠음. 상호는 개상호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집 근처에서 내려준 병찬을 배웅했음. 상호는 조금 붉고 멍청한 얼굴로 토다닥 귀가함. 친구가 아니라 남친이었네!! 병찬이 제대로 대쉬한 결과 상호는 이게 무슨 감정이고 어떤 뉘앙스인지 정확하게 캐치해냄.


상호는 직장도 다니고 부업도 하면서 틈틈히 박병찬과의 드라이브도 즐겼음. 상호가 퇴근하면 병찬이 깜짝 이벤트로 바이크 끌고 나타난다던지.


병찬햄? 여긴 어쩐 일이에요?

너 집으로 데려다 주려고 왔지.

오예~

오예~


상호는 병찬의 말버릇을 따라하고 병찬은 그걸 귀여워하고 염병인지 썸인지. 병찬은 그 와중에 상호 안전해야한다고 자기도 안쓰는 안전헬멧을 상호에게 씌움. 상호는 그게 또 좋아서 찰싹 붙고.


병찬은 조형파 보스답게 제멋대로인 부분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상호의 스케쥴은 무시하는 거였음. 상호가 야근을 끝내고 잠에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새벽. 상호의 집 문을 쾅쾅 두드린 병찬은 잠이 덜 깬 상호를 데리고 새벽 어드메 일출이 보기 좋다고 끌고 감.


병찬햄. 인간적으로…새벽 5시엔 가만 냅두는 게 예의 아니에요?

난 상호가 보고 싶어서 달려왔는데. 상호는 형보다 잠이 중요해?


옷도 제대로 못 갈아입고 잠옷바람으로 병찬의 오토바이에 탄 상호는 아카시아 숲에 와서야 내릴 수 있었음. 상호가 내리면서 재채기를 하자 병찬은 상호에게 자신의 특공복을 덮어줬음. 상호는 병찬이 이끄는대로 숲길을 걸어다니다가 해가 가장 잘 보이는 들판에 앉았음. 병찬은 자신의 특공복이 더러워지던 말던 상호의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음.


추운데 보기엔 좋네요.

그렇지? 형이 좋아하는 비밀 장소야.


아침 햇빛이 머리털을 간질거리고 산새소리가 울리는 게 왜 사람들이 자연주의를 외쳤는 지 알겠음. 상호는 병찬의 어깨를 베게삼아 그대로 곯아떨어졌음. 병찬은 상호의 어깨를 감싸안고 살아숨쉬는 순간을 즐겼음.


두 사람이 썸을 타고 있는 와중에도 상호는 착실하게 바이크 수리를 마쳤음. 상호는 약속한대로 병찬에게 전화를 했음.


병찬햄. 저 바이크 수리 완!

그래? 언제 가지러 가면 돼?

병찬햄이 직접 오기엔 번거롭잖아요. 제가 끌고 갈게요!

음~ 그래.


상호는 병찬이랑 어디서 만날건지 장소를 정했음. 전화를 끊은 상호는 바보같은 표정으로 반짝거리는 바이크를 헝겊으로 벅벅 닦았음.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상호는 바이크를 끌고 만나기로 한 장소에 10분 정도 일찍 옴. 평소라면 별 일 없었을 그 행동은 기상호에게 어떤 불행을 가져다주었음.


기상호는 그 자리에서 납치당했음.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임. 상호는 꽤 자주 조형파 보스와 붙어다녔고 그걸 본 타 조직원들은 상호가 조형파 보스의 정부인 줄 알았던거임. 기상호는 마취약의 톡쏘는 냄새와 띵하게 울리는 골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음.


험악하게 생긴 아재가 상호의 볼을 툭툭 치면서 조형파 금고 위치를 불래. 그러나 상호는 조형파에 금고가 있단 것도 몰랐음. 당연히 상호는 모른다고 했지만 갱이 그걸 듣겠냐고 상호가 일부러 비밀로 하는 줄 알고 조직원들이 상호를 몇번 구타했음.


상호는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솔직하게 모른다. 그걸 왜 나한테 묻냐 저항했음. 그러다가 조직원들은 이놈 진짜 모르나본데 하고 구타를 멈추고 상호를 인질로 쓰기로 함. 조직원들이 나간 사이 상호는 쇠사슬로 묶인 팔을 움직여 보고 어디 부러진 곳은 없나 앉은 채로 몸을 움직여봄.


주변도 살펴봄. 철문에 유리창이 작게 나 있고 나무박스가 많은 걸 보니 냉동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곳인거 같음. 위치를 전혀 알 수도 없고 탈출 방법도 없음. 상호는 무섭고 병찬이 보고싶고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당해야하나 억울했음.


몸에 힘을 풀고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 울던 상호는 며칠을 조직원 손에 붙잡혀있었음.


병찬은 병찬대로 미칠 지경이었음. 약속장소로 왔더니 사기로 했던 바이크는 반박살이 나 있고 상호는 사라져 있음. 병찬은 맹글 돌아서 도시를 이 잡듯이 뒤졌고 라이벌 조직이 병찬을 엿 맥이려고 상호 납치한 걸 알게됨. 조형파 보스 박병찬은 미친개처럼 상호 납치한 조직원을 잡아 족쳤음.


어찌저찌 상호 위치를 알아낸 병찬은 단신으로 라이벌 조직을 부수기로 함. 물론 조형파 조직원들은 병찬을 말리고 싶었지만 조형 바이커스 클럽 헤드 박병찬은 자신의 연애사정 때문에 연없는 조직원들이 휘말리는 걸 원치 않았음. 병찬은 임시 헤드직으로 초원을 내세운 뒤 상호가 판 브이스트롬을 타고 라이벌 조직을 부수러 감.


혼자서 상대 조직 박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결국 성공함. 병찬은 오른쪽 무릎을 절뚝거리면서 상호가 갇혀있을 냉동창고로 감. 상호는 발발 떨면서 저 총격전에 뒤지는 거 아닌가 쫄아있었음.


창고 문을 열고 나타난 병찬이 상호를 불렀음.


상호야!

벼, 병찬햄!


박병찬은 피 묻은 손으로 멍 투성이에 밤탱이 눈이 된 상호의 얼굴을 더듬었음. 상호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안심이 되었는지 펑펑 울었음.


사람들이 흐어엉, 납치해, 끕 갖꼬오, 어허어엉.

그래 그래. 형이 구하러 왔잖아.

무슨, 흑, 무슨 금고를 불라던데에에. 모른다카니, 힉, 까.

그 사람들 이제 없어. 상호야.

묶어놓, 으엉, 고 막 팼으, 요. 허어엉.


병찬은 상호를 껴안고 토닥거림. 병찬은 속으로 그놈들 총으로 쏴갈기는 게 아니라 산 채로 태우는건데 하면서 빡쳐했지만 일단 상호가 살아있으니까 그걸로 된 셈 쳤음. 


병찬은 쇠사슬을 풀고 상호의 옷을 들춰서 다른 곳은 안 다쳤나 확인했음. 상호는 눈물을 그치고 병찬의 꼬라지를 보면서 기겁했음.


병찬햄 옷에 피가…!

괜찮아. 다른 사람 피야. 아이고~

그래도 어디 다친 거 아닌가요!


병찬은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 앉으니까 상호가 다친거 아니냐고 걱정했음.


형이 상호 얼굴 보니까 안심해서 그래.


사실 병찬은 이전에 다쳤었던 오른쪽 무릎이 아파서였음. 여태 별 문제 없었지만 상호를 구출하겠답시고 무리를 해서 생긴 일이었음. 상호는 그것도 모르고 안절부절하니까 병찬은 상호 팔을 붙잡고 마주 끌어안음. 상호는 어어하다가 병찬이 이끄는 대로 자기도 앉아서 병찬을 끌어안았음.


한동안 서로의 온기를 느낀 두 사람은 다시 일어나서 라이벌 조직의 아지트를 떠남. 너무 오래 있으면 누가 또 올지 모르니까. 병찬의 브이스트롬에 탄 상호는 병찬을 끌어안고 오랜만의 밤바람을 쐬었음. 병찬은 상호 팔 힘도 없고 자기도 체력이 딸리니까 천천히 운전함.


상호야~!

왜요!


병찬은 천천히 운전하면서 상호를 불렀음. 자정을 넘어간 시간이라 그런지 3차선 도로에는 병찬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뿐이었음.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대화는 묻히지 않고 바람 소리 사이로 잘 들렸음.


딴 놈들은 너랑 내가 사귀는 줄 알고 있어.

그그건 나중에….


상호는 자기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건 둘째치고 병찬이 불쾌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말을 더듬었음.


우리 진짜로 사귀어버릴까!

네???


병찬은 상호가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단듯이 반응하자 하하하하 하고 호쾌하게 웃음.


형아는 상호랑 연애하고 싶은데.

정말요?!

그래서 상호 답은 뭐야!


상호는 와..짱이다..하고 웅얼거리다가 오토바이가 자기 답을 두고 갈세라 소리를 질렀음.


저도 병찬햄이랑 연애하고 싶어요!!


병찬은 활짝 웃었음. 뒤에 있는 상호는 못 봤겠지만 그 때 병찬의 미소는 조형파 보스의 위압감 넘치는 것도, 상대를 찍어누르는 비릿함도 아닌 순수하게 사랑에 빠진 사람의 웃음이었음.


여기서 썰 완결 시키면 아쉽겠죠 (사실 얘네가 여기서 고백할 줄은 몰랐음)






에필로그


병찬은 조형 바이커스 클럽 아지트가 아닌 보안 빡센 오피스텔 쉘터로 상호를 데려감. 상호는 처음 보는 삐까번쩍한 오피스텔에 눈을 크게 뜨다가 병찬이 이끄는대로 소파에 앉았음.


상호 만세.


병찬은 구급상자를 들고 와서 상호의 상의를 벗김. 상호는 기겁했지만 이제 사귀는데 내외할 필요 있냐며 상호의 몸 여기저기를 만지작거림. 당장 방수 패드를 붙여야하는 등의 자상은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손목과 팔의 멍자국이 너무 심했음. 병찬은 상호의 팔에다가 쪽쪽 뽀뽀함. 상호는 뭐 이런데에 뽀뽀까지 하냐고 남사스러워함.


병찬은 상호에게 진통제랑 항생제를 먹이고 샤워실로 보낸 뒤 자기는 상호 간단하게 먹일 스프 같은거 차릴 듯. 양키 병찬이래도 순한맛에선 스윗가이였음. 샤워를 끝내고 돌아온 상호는 샤워가운만 걸치고 돌아옴.


병찬햄 여분 옷을 안 가져다 뒀는데요.

일부러 안 준 건데?

왜, 왜요.

숨길 거 없는 사이가 되었으니까?


상호는 조용히 샤워 가운을 여몄음. 상호는 병찬의 말에서 어떠한 어필을 읽었고 모태솔로 기상호는 병찬의 직진에 순결의 위협(?)을 받았음. 싫은 건 아니지만 진도가 너무 빨라서 겁이 났음. 상호가 어떤 생각을 하던 병찬은 상호한테 요깃거리를 권했고 상호는 얌전히 병찬이 보는 앞에서 음식을 먹음.


살 오른 돼지 잡듯이 잡아먹히는 거 아이가. 상호는 병찬이 주는대로 먹으면서도 반쯤 확정된 뜨거운 밤으로 생각이 튀었음. 병찬은 식사가 끝난 상호의 입을 직접 닦아주고는 먼저 자고 있으라면서 그릇을 치움. 상호는 자기가 하겠다고 했지만 병찬은 고집스럽게 너 다쳤잖아. 라면서 상호가 손도 못 대게함.


상호는 병찬의 침대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음. 병찬은 씻고 와서 약 발라준다고 했고 상호는 할 일이 없어서 돌려받은 휴대폰으로 연락 같은 건 오지 않았나 확인해봄.


며칠 간 실종상태였지만 상호는 좁은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이라 휴대폰에는 직장, 어플 푸시, 스팸만 가득했음. 상호는 직장에서 온 연락들을 확인했음. 동료, 상사, 사장이 몇 번 전화한 기록을 넘기고 문자 몇 개를 읽었음.


[상호 씨 오랫동안 일해준 건 고마운데….]로 시작한 사장의 서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도 되고 퇴직금과 기타등등 임금은 상호가 일한 날만큼 계산해서 통장에 꽂아주었다란 해고 통보였음. 해고 사유는 표면상 회사 사정이지만 상호를 찾아온 조폭 때문이고 무슨 일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무사하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제일 최신이었음. 상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문자 메세지를 다시 읽었음.


우야노 이거! 상호는 양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함. 나름 괜찮은 일터였는데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거였음. 다시 구할 수야 있지만 이전 직장만큼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을 지 모르겠음. 상호는 아아아아~ 죽어가는 소리를 냈음.


상호 뭐해.

병찬햄….


상호는 브리프만 입고 나온 병찬의 몸을 보고 나오려던 볼멘소리가 쏙 들어갔음. 잘린 건 잘린 거. 그래도 사장이 양심이 있어서 돈은 잘 챙겨줬음. 일은 천천히 구해봐야겠지. 상호는 현실적인 인간이고 지금에 집중하기로 함.


공장 잘려버렸어요.

아, 그거. 그럼 상호는 프리네?

네? 그쵸? 회복 끝나면 다시 구직 해야겠죠.

그럼 우리 조형 바이커스 클럽은 어때?

취직이 되는 곳이었어요?!


상호가 말한 건 합법적인 사업장이냐는 이야기였고 병찬은 고개를 끄덕였음. 바이커스 클럽 없으면 장부도 못 쓰지. 상호는 순간 자기가 범죄의 개미지옥으로 빠지는 거 아닌가 고민했음. 병찬은 상호가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건지 알고 있기 때문에 재차 설명함.


범죄 집단을 운영하는데 합법적인 수익 루트가 없으면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 많이 있다고. 조형 바이커스 클럽은 그런 합법적 수익 루트를 자동차와 바이크 수리, 판매업으로 틀었다고. 그러니 상호가 음지에 속할 일은 없을 거라고 병찬이 안심시킴. 상호 담담히 머리를 굴려봄. 남자친구가 운영하고 있는 바이커 클럽. 부탁받고 같이 일해보니 환경이 나쁘지도 않고 사람들 친절했음.


상호는 병찬의 제안을 수락했음. 면접이나 인턴이나 자리 잡느라고 몇달씩 고생할 바에야 박병찬 밑에서 편하게 일하는 게 좋겠다 싶었음. 병찬은 상호 영입에 성공해서 기분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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