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 Rodeo

S1E2

first encounter

MANIC BULLETS by 흐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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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AU | 밧울 | 아메리칸 하이틴 어쩌구 | 퇴고 이번에도 없음 | no beta we die like men

다시, 지금.

뉴멕시코, 2월, 이른 아침. 해가 겨우 뜬, 아주 이른 아침. 줄라이 고등학교의 봄 학기가 시작하고도 이 주가 더 지난 날이다. 차가운 형광등이 노란 선글라스를 통과한 차가운 형광등 빛 아래, 파란 눈이 반짝인다.

왜 이렇게 일찍 등교했냐면, 그건 당연히, '혹시 모르니까.' 그 무엇도 오늘을 망칠 수 없으리. 준비는 항상 철저하게. 절대 두근거려서 밤을 꼴딱 새웠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통통, 빈 복도를 울리던 밧슈의 걸음이 사무실 앞에 멈춰섰다. 첫 날, 첫 목적지다. 차가운 손이 손잡이를 잡았다.

"-악!"

밧슈는 차분하게 문을 열었을 뿐인데, 비명이 났다. 이상하네? 문을 마저 열자 보이는 건 까만 머리카락, 누군가의 정수리가 환히 보이는 각도.

"왜 바닥에…."

긍정 MAX 모드 풀 가동 상태인 밧슈의 뇌는 상황파악이 느렸다. 먼저, 왜 사람이 바닥에 있는지 아주 논리적인 질문부터 해보자. 문을 열었고, 과격한 소리가 났다. 지금 이마를 붙들고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저 누군가는, 그러니까 -

원래, 자각이란 한 발 늦는 법이다.

"아!!!"

괜찮으세요, 입을 떼기도 전에 밧슈가 그대로 굳어버린 건, 걸음을 옮기자마자 발밑에서. 콰직, 하는 소리가 나서 그렇다.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가 팽팽 돌았다.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향하자, 부츠 아래 무언가가 조각조각 반짝인다.

얼어있는 밧슈를 두고 피해자가 읏차, 하고 일어섰다. 아, 사과해야 하는데…. 조그만 움직이면 신발 밑창에서 까드득, 유리 짓이겨지는 감촉에 소름이 돋았다. 망했다.

"어이."

낮은 한숨을 내쉬며 밧슈를 불렀다.

"아침부터 기운도 좋네."

아침부터 폭력에 기물파손 더블 콤보를 당한 사람한테 기운 좋다는 소리를 듣다니. 입이 스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진 밧슈가 어색한 미소를 띄며 고개를 들었다. 뭐부터 말하지? 미안해요, 어디 다친 덴 없어요, 아니면-

검은색과 회색이 흩뿌려진 흑갈색 눈. 아직 어른은 아닌, 애매한 나이의 소년이 시야를 까맣게 채운다.

밧슈는 신을 믿지 않는다. 밧슈가 존재한 모든 시간에서, 기도는 딱 한 번 뿐이었다. 그리고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받은 이후에는 다시는 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내일이 사라진 인간에게 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검정색 데님, 받쳐입은 검은색 민소매가 살짝 보이게 풀린 차콜 셔츠. 쿠바 에스프레소 거품 같은 피부가 -

“거, 아주 가루를 만들어놨네. "

핀잔에 밧슈가 살며시 발을 들자, 파편들이 까드득, 우수수 떨어졌다. 정말이네, 가루가 됐네….

"급한 대로 그... 노란 걸 쓸 수도 없고."

내 선글라스, 어쩔 거야? 화내지 않는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웃을 때는 끝이 살짝 갈라진다. 기억보다 어려진 목소리가 모래 언덕에 파묻힌 기억들이 위로 덧씌워진다.

"어이, 듣고 있냐."

지금, 잃어버린 것을 다시 마주한 밧슈를 보며 신이란 존재는 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어머, 일찍도 왔네!"

실물로 보니까 더 잘생겼구나. 로사, 밧슈가 화상 통화로 만난 교감이 두 소년 사이로 등장한다. 시간표와 안내 책자가 담긴 파일을 밧슈에게 안겨주며 '혹시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렴,' 라며 짧은 설명을 마쳤다.

"전학생?"

가만히 발로 선글라스 파편을 툭툭 건드리던 소년이 감사하게도, 밧슈에게 관심을 뒀다.

"어, 만나서 반-"

"그래, 수고해라."

관심이 머무는 시간은 짧았다.

"잠깐."

설마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온 건가, 정신 차려, 밧슈 세이브렘!

"니콜라스, 새로 온 친구한테 학교 구경 좀 시켜주지 그러니?"

"얼마 주시게요? 학교에서 무급노동은 사양합니다만."

니콜라스를 붙잡은 건 다행이 로사였다. 니콜라스. 두 사람 사이에서 멍하게 밧슈가 니콜라스 이름을 되뇐다.

“돈 말고 덕으로 지불하마.”

"나같이 신실한 크리스천이 덕을 쌓아봤자 얻다 씁니까, 신이 있는데."

"벌점 처리를 생각하면 신이 아니라 나한테 덕을 쌓아야지."

"벌점 없습니다만?"

"앞으로 쌓일 벌점은?"

착하지, 니콜라스? 로사가 종용한다. 쯧, 니콜라스가 혀를 차며 두 손을 들어 보인다.

"예에, 갑니다."

"나중에 밧슈한테 물어볼 테니까, 대충 할 생각-"

가자, 니콜라스가 로사의 말을 끊고 곧바로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갔다. 밧슈가 급하게 바닥에서 부러진 선글라스 조각을 주워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고 니콜라스를 쫓아갔다. 아직 빈 복도에서는 돌과 먼지,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겨울의 냄새가 났다.

"어디 가?"

"어디긴, 교감이 까라시잖아. "

니콜라스가 혀를 차며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하나 꺼냈다.

"어이, 블론디."

"블론디?

"하나 줄까."

아니, 괜찮아. 밧슈가 얌전히 사양했다. 그래. 니콜라스가 막대사탕의 껍질을 까서 입에 물었다. 체리 맛이다.

"이름은."

"밧슈, 밧슈 세이브렘. "

니콜라스는 밧슈보단 약간 작았고, 조금 더 말랐다. 작은 체구는 아니지만, 밧슈가 워낙 튼튼하게 자란 탓이지 않을까. 예전에는 분명, 네가 조금 더 컸던 거 같은데. 밧슈가 잰걸음으로 니콜라스를 따라잡아 옆에 섰다.

"어, 니콜라스, 니콜라스라고 불러도 될까?"

"부르지 마."

"그..."

"농담이다, 얼굴 펴."

이어서 소년이 뒤늦은 자기소개를 했다. 니콜라스 D. 울프우드,

“전학생을 편히 모시겠습니다”.

"아니, 꼭 안 해도 되는데…. "

"따라오기나 해. "

투어의 시작점은 밧슈의 사물함이다. 여, 니 사물함이다. 비번은 아까 파일에 있으니까 열어보고. 거기 그게 니 시간표, 아니, 줘 봐봐.

크고 투박한 손이 밧슈가 들고 있던 파일을 낚아챘다. 울프우드가 이것저것 빠르게 훑는 동안 밧슈가 사물함을 여는 연습을 했다. 조금 뻑뻑하지만, 어떻게든 열렸다.

울프우드는 수다스럽진 않았지만, 제법 친절한 가이드였다. (저 화장실은 웬만하면 쓰지 말고. 좆같거든.) 밧슈도 그 속도에 맞춰 질문했다. (급식은 어때? 급식은 어때? 뭐, 먹을 수는 있어. 맛은? 없어, 그딴 거.) 급식실, 체육관, 강당, 그리고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코스에서 나누는 대화는 짧다. (농구하냐? ...가끔? 아침에는 러닝을 더 좋아해.) 짧지만, 이어지는 대화는 두 사람이 다시 복도로 돌아올 때까지 이어졌다. 다시 돌아온 복도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너 첫 교시가 지리였던가."

"… 글쎄?"

밧슈가 후다닥 파일을 훑었다. 월요일, 첫 교시, 지리.. 울프우드는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물어볼 틈도 없이 울프우드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트위티, 지리 수업은 여기다."

”…. 트위티?“

트위티, 루니툰스에 나오는 새?

"로사한테는 니콜라스가 끝내주게 잘 챙겨줬다고 하고,"

울프우드가 커다란 손으로 밧슈의 어깨를 한번 두드렸다.

"또 사람 치고 다니지 말고. 오늘은 나로 만족해라."

아, 상기되는 첫 만남의 기억에 밧슈가 당황했다. 첫인상, 최악이겠지. 부딪힌 머리가 괜찮은지 물어볼지 고민하던 사이, 밧슈의 노란 선글라스가 휙, 낚아채졌다.

어라. 갑자기 환해진 세상에 밧슈는 얼빠진 표정을 하고, 울프우드를 볼 뿐이었다. 환한 형광등 아래, 노란 선글라스 뒤로 어두운 눈이 반짝인다.

"잠깐 빌린다. "

"뭐? "

바, 방금 뭐야? 어느새 늘어난 학생들 사이로 울프우드가 선글라스와 함께 사라졌다. 멍하게 서 있는 밧슈 위로 첫 교시를 알리는 벨이 울려 퍼졌다.


그래서 오전 수업이 어땠냐 하면, 세 번 번의 자기소개 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안녕, 이스트 코스트에서 온 밧슈 세이브렘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어떻게 다음 수업으로 이동했는지도 모르겠다. 호기심 어린 시선이 따끔따끔했지만, 익숙한 자극이니 그저 웃어줄 뿐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품 안에 새 교과서며 수업 계획표를 잔뜩 안은 채 카페테리아 앞에 서 있었다. 점심시간이구나. 같이 밥 먹을 사람, 아까 수업에서 구해볼걸, 오전 내내 멍하게 앉아 있던 것에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밧슈는 이제 씩씩한 고등학생이니까. 당당하게 급식을 받으러 발을 뗌과 동시에 갑자기 가방 채 몸이 뒤로 당겨졌다.

"으억-"

"여어, 우드스탁."

품에 안고 있던 책들이며 종이가 우수수 떨어졌다.

"ㅇ,울프우드?"

"...너는 가방을 폼으로 들고 다니냐."

말과 다르게 울프우드가 바닥에 쭈그려 널브러진 것들을 줍기 시작했다. 밧슈가 뒤따라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가방을 열어 울프우드가 건네준 책들을 가방에 쑤셔 넣었다.

"뭘 그렇게 놀라?"

"...뒤에서 갑자기 당기면 누구든 놀라. "

사실 다 너 때문이야, 울프우드 - 라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 내가 가방에 책을 다 넣었는데도 바닥에 이렇게 있는 것도, 오전 내내 정신을 못 차린 것도, 지금 고개를 못 들고 바닥에 있는 것도 -

"-어?"

겨드랑이 밑으로 쑥 들어온 두 손이 밧슈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

"읏챠."

"잠, 어어어어????"

"덩치는 산만한 게, 빈틈이 많네."

노란색 선글라스 너머 눈이 웃고 있었다. 밧슈는 제 꼴사나움이 울프우드에게 약간이나마 웃을 이유가 된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가자."

"어딜 가?"

밥, 먹어야 하는데. 밧슈가 카페테리아를 가리켰다. 안 먹어?

비위도 좋네. 울프우드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밧슈는 품에 들고 있던 가방을 다시 메고 다시 걸음을 옮기는 울프우드를 뒤따랐다.

"아, 맞나."

갑자기 울프우드가 멈춰서자 졸졸 따라가던 밧슈가 그대로 얼굴을 울프우드의 뒤통수에 박았다.

"-으억."

"...너, 사람 들이박는데 취미 있냐."

"아니, 울프우드가 갑자기 서니까-"

아까랑은 다른 의미로 울고 싶어진 밧슈가 항의를 다 끝내기도 전에 울프우드가 노란 선글라스를 벗어 다시 밧슈의 얼굴에 쑥, 얹었다.

"...돌려주는거야?"

"돌려준다고 했잖아."

아무런 설명 없이, 울프우드는 다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뭐지. 세상이 다시 노랗고 차분해졌다. 아니, 지금, 이 상황, 대체-

"울프우드, 같이 가!"


*복창하자 생각은 적게 키보드는 빠르게

*글이 도저히 안 읽힌다/써진다 하면 역시 분량조절 실패가 원인이군요… 두 개로 썰어보니까 정리가 되네 이게…

*오타는… 오타쿠가 오타 좀 있어도 괜찮지 않냐… (농담이다)

*되는대로 업데이트합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계시다면 다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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