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저녁, 운 나쁜 당번들이 접시를 씻으러 간 사이 S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오늘 밤에는 나로 배를 채워도 좋아.” 아스타리온은 설핏 고개를 기울였다. 어느새 의례처럼 변한 말이었지만, 사냥감 삼을 만한 짐승이 죄다 흉측하게 변형되어 있던 그림자 땅을 지난 뒤 한동안 듣지 못했던 말이기도 했다. 그가 바로 대답하지 않자 S는 눈썹을 찌푸리더
“우리가 해냈어, 솔져. 이제 도시는 괜찮을 거야.” 붉은 석양이 아득히 지고 있었다. 나루터 끝에서 카를라크는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황급히 달려온 동료들이 어쩔 줄 모르고 망설이던 중 비로소 카를라크는 그들을 돌아보았다. 그를 보았다. “너도 그렇고.” 불길이 솟구치기 전에도 그는 이미 사태를 짐작했다. 그러지 않으려 해야 않을 수
1. 줄글 형식으로 쓰려고 했는데 포기하고 에휴 그냥 평소대로 숫자 붙여가면서 썰 풀어야지 2. 1회차가 괴벨스 컨셉을 잡은 선동과 날조, 기만질 특화 바드 공격대였는데 2회차는 아스타리온 주인공으로 하다가 위더스가 직업 바꿔줄 수 있다는 걸 지금에야 깨닫고 직업을 바꿔봄 3. 어쨌든 아스타리온을 주인공으로 해서 카사도어를 후들겨 패는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최후의 빛 여관에 도달한 다음에야 일행은 긴장을 늦출 수 있었다. 자헤이라와 하퍼들이 그들을 완전히 믿어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림자 저주에 휩싸인 바깥보다는 어둠을 염려할 필요 없는 이곳이 백 배 나았으니까. 반가운 얼굴들까지 있으니 실은 기대치 못한 행운을 맞은 셈이었다. 이 땅에 발을 들인 후 잠시 중단했던 기록을 그가 다시 떠올린 것도 여관에
게일 데카리오스는 기차 맞은편에 탄 젊은 드래곤본을 연신 흘깃댔다. 그가 특별히 미남이라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었고, 단지 기차 안은 분명히 금연 구역이었는데도 그가 시가를 손에서 떼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예산 감축을 위해 줄일 수 있는 건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설계된 열차는 평균 신장 인상인 성인 남성 둘이 앉기에는 꽤 좁았다. 게일은 최대한 연기를
들어가기 전에: 트위터 @LoverOfWeave를 비롯한 BG3 캐릭터 봇들의 엘투렐 해방 전쟁 이벤트에서 착안하여 쓴 글입니다. 본문에서 사용되는 지칭어 ‘그’는 꼭 남성을 가리키지만은 않습니다. ■■■는 문득 눈을 뜬다. 익숙한 천장이 그를 맞는다. 침실은 그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다. 벨벳 드레이프를 감은 널찍한 사주식 침대, 짙은 푸른색 커
솔직히 말하자면, 아스타리온이 키샨과 함께 사는 나날은 거의 매일이 이마를 짚는 날이었다. ‘자기야 솔직하게 좀 말해봐 자기를 어엿한, 한 명의, 드루이드로 보는 사람들은 다 눈이 삐었대?’ 그러면 키샨은 늘 억울한 듯 표정을 구겼지만, 예컨대 대량의 미치광이혓바닥을 꽃다발마냥 책상에 올려두는 일이 일주일 연속으로 일어난다면 함께 사는 집에서 쫓겨나지만 않
암스테르담의 봄은 매번 늦었다. 해가 지는 시간이 점점 밀려날 때 즈음, 길가에 종종 튤립이 보였고 지루하도록 천천히 날이 따뜻해졌다. 영화제가 열리는 시기도 이즈음이었다. 제네벨, 아니 섀도하트와 함께 될 수 있는 한 많은 영화를 보는 게 나의 소소한 전통이었다. 배우이자 감독인 그에게는 필수적인 일이었고 나 또한 작업에 영감을 받을 수 있으니 매년 수
바람이 불지 않고 햇살이 부드러운 날에는 해가 드는 곳에 텐트를 쳤다. 햇빛 한 줄기 들지 않지만 그 온기로 따스해진 텐트 안, 침낭 위에 누워 눈을 감으면 햇살이 내 얼굴을 스치는 것 같다고, 아스타리온이 종종 말했다. 아스타리온이 그렇게 가만히 눈을 감고 있을 때면 테레즈도 그 옆에서 따라 눈을 감았다. 여름 한낮 햇살의 향과 따스함이 가장 어두운 텐트
고블린들의 피는 쉽게 지워지지 않더라. 테레즈는 갑옷 사이에 낀 핏물을 애써 털어냈다. 등 뒤로 들리는 티플링들의 웃음소리가 어지럽다. 그들의 손에 들린 와인잔의 찰랑임과 눈물 자국 비쳐 접힌 눈가가 오래된 그림 같다. 춤추느라 어지럽게 널린 발자국을 살금살금 밟아가자 구석에 일련의 발자국이 보인다. 그 끝의 아스타리온.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텐트에 서 있
해당 포스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아스타리온이 카사도르의 스폰이 되어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희생양을 꼬시며 자신을 치안 판사로 만들어준 옛 연인을 회상합니다. 아스타리온은 생각보다 많은 잔을 티니엘에게 건냈다. 티니엘은 벌써 눈이 반쯤 풀린 상태였다. 이미 충분했다. 그러나 그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카자도르는 이렇게 정신이 없는 사냥
해당 포스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타브를 만나기 전 아스타리온이 카사도르에게 바칠 사냥감을 꼬시며 과거를 회상합니다. '아가씨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아가씨의 남자 친구 아니 포주는 이미 죽었잖아요.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서, 빚을 못 갚아 당신까지 팔려고 했지만 그것도 실패해서. 그 사람들이 당신을 살려준 건 당신이 이뻐서가 아니라 당신 몸으
포타에도 올린 것을 백업합니다. 아스타리온이 스폰이 되기 전, 치안판사 시절은 어땠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여 카사도르의 스폰이 되었을까 그리고 스폰이 되어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타브/더지를 만나게 되었을까를 상상하며 썼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스타리온의 거울 관련 테마로 범벅을 해놓았습니다. 이런 소재 좋아하시면 많이 읽어주세요. "내 이름은 아스타리
이 문장으로 시작할까: 나는 누구일까? …당연히! 나도 나한테 이런 고찰이 안 어울린다는 건 알아. 내 동료들이 이런 걸 보면 당장에 날 형상 변환자로 의심하지 않을까? 하지만 게일의 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나는 굉장히, 명명백백하게, 증명할 필요도 없이, 키샨 맞아. 하프 드로우, 달의 회합 드루이드, 그리고 언제나 질문이 많은! 흠, 위저드 식으로 말
- 가내 더지의 데드엔딩 이후 아스타리온을 묘사합니다. - 비승천 아스타리온 - 캐붕주의 어느 따스하고 화창한 여름날, 아스타리온은 꿈을 꾸었다. 꿈? 아, 그래, 엘프는 꿈 같은 거 안 꾸지. 정확히 말하면 '그러고 싶지 않아'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기억 속 편린이라기엔 지나치게 어지럽고 혼란스러웠으므로, 꿈이 맞다. 해무처럼 짙고 방향 모를 꿈
이사하고 싶은데 이미 이미지화해둬서… 다음부터는 본문 타이핑하는 것으로 지금은 캐해가 약간 다릅니다 (그새 한글화가 돼서 고유명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