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브] Mystery of Love
사랑에 빠진 순간 백일장 참가작 - 가내타브(테레즈) & 아스타리온 비승천 언급; 아스타리온 숭배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고 햇살이 부드러운 날에는 해가 드는 곳에 텐트를 쳤다. 햇빛 한 줄기 들지 않지만 그 온기로 따스해진 텐트 안, 침낭 위에 누워 눈을 감으면 햇살이 내 얼굴을 스치는 것 같다고, 아스타리온이 종종 말했다. 아스타리온이 그렇게 가만히 눈을 감고 있을 때면 테레즈도 그 옆에서 따라 눈을 감았다. 여름 한낮 햇살의 향과 따스함이 가장 어두운 텐트 속에 가득했다. 따스한 우주. 바스락 거리는 소리조차 잦아들 즈음에 테레즈는 몰래 눈을 떴다. 고요 속에서 아스타리온의 연한 미소를 볼 때마다 마음속에 경이가 일었다. 모든 신들이 약속하는 구원, 행복, 기적이 그들의 손이 닿지 않는 작은 텐트 속에 기척 없이 존재했다.
"아스타리온."
"응, 나의 빛?"
"내가 널 사랑하는 걸 언제 알게 됐는지 내가 말했나?"
아스타리온의 눈썹이 들썩였다. 부드러운 미소가 그의 얼굴을 밝혔다. 아스타리온은 눈을 뜨고 테레즈를 향해 자세를 고쳐잡았다.
"듣고 보니 그렇네. 자기, 언제부터 날 이렇게 사랑하게 된 거야?"
테레즈는 손을 뻗어 아스타리온의 머리칼을 쓸었다. 곱슬거리는 머리칼이 테레즈의 손가락 사이로 얽혀들었다. 테레즈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르기어를 죽이는 데에 테레즈는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그를 죽이고 싶었냐면 글쎄, 여르기어에게 그 정도의 유감은 없었다. 라파엘이 마음에 든 것은 더더욱 아니었고. 아스타리온이 원하는 일이니까, 여르기어를 마주 하자마자 테레즈는 생각도 전에 화염구를 먼저 날렸다. 그 일에 대한 이질감은 여르기어의 흔적만이 남은 방을 걸어 나올 때가 돼서야 문득 들었다.
"자기, 뭐 하고 있어? 얼른 라파엘을 찾아야지."
피투성이가 된 아스타리온은 상쾌한 표정이었다. 그의 발걸음이 경쾌했다. 테레즈는 천천히 그를 따라 걸었다. 그는 온 몸에 전해지는 심장 박동을 무시하려 애썼다. 아스타리온을 만났을 때부터 든 예감이 테레즈의 마음속에 파동으로 일었다. 그에 대한 마음이 가볍게 끝나지 않을 거란 예감은 계시 같이 테레즈 안에서 울렸다. 언젠가 나는 내 심장을, 기준을, 영혼을 전부 그의 차가운 두 손 위에 올려주고 그 앞에 무릎 꿇으리라.
"그렇지만 일이 예감만큼 쉽게 풀리진 않았지."
테레즈의 주석에 아스타리온이 작게 소리 내 웃었다.
"그때 우리 사이가... 그래, 최고는 아니었지."
여르기어를 죽인 대가로 카자도어의 의식을 알게 되고, 아스타리온과 테레즈는 관계는 종종 빙판 위를 걷듯 아슬아슬했다. 테레즈는 의식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갈수록 아스타리온이 카자도어를 대신해 의식을 완료하는 걸 완고히 반대했고 아스타리온은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이든 해줄 것처럼 말하고 실제로 해왔으면서 이제야?
자르 성에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양가적인 마음을 가지고 아스타리온은 익숙한 집 안을 걸었다.
"아스타리온."
"응? 지금 수다 떨 시간은 아니잖아, 자기."
"짧게 할게. ......검은 미사 말이지."
"그만, 이제 그 얘긴 그만하자.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내 선택이라고."
아스타리온의 지친 표정에 테레즈는 그저 살짝 미소 지었다.
"네 말이 맞아, 아스타리온."
아스타리온은 눈을 마주하지 않았다.
무방비한 카자도어를 앞에 두고 아스타리온은 테레즈에게 소리쳤다.
"- 하지만 그들이 죽고 내가 승천한다면, 난 태양 아래를 거닐기 위해 기생충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져. 난 완전한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걸 너도 원하지 않아?"
그가 내세우는 자유, 그것은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의 아버지들이 라샌더에 대해 설교할 때, 기도 중 몰래 눈을 뜨고 본 형제들의 얼굴, 힘은 덫이다. 아스타리온의 목에 둘러진 올가미, 그건 테레즈 자신에게 둘러진 것과 비슷한 색이었다. 그걸 벗어내려고 떠나고 버리고 눈을 감았지만 목에 감긴 올가미는 테레즈의 숨통을 다시 한번 쥐어왔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이 굴레에 얽어매인 게 아닐까.
"아스타리온, 나는 네 자유를 원해. 어쩌면 나의 목숨보다도. 그래서 네가 승천을 거부하길 바라. 넌 카자도어를 넘어설 수 있어."
"네가 맞아. ......나는 놈보다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어."
그때, 경이가 일었다.
이백년의 고통 속에서도 아스타리온은 온연하게 아스타리온이다. 얼마나 질척이더라고 굴레의 바깥을 보고 발걸음을 떼어 걸어 나올 수 있는 이, 그의 기도를 무시한 모든 신들보다 고귀하고 그를 눈치채지 않은 수많은 영웅들보다 강인한 용기를 가진 이가 아스타리온이다.
그간 테레즈가 해온 어떤 설득도 펼친 논리도 무의미했다. 테레즈는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아스타리온을 보고 가만히 자신의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스타리온과 완전히 겹쳐있다고, 테레즈는 아스타리온을 따라 박동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심장은 이제 완전히 아스타리온의 손안에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희생을 동반한 그의 구원이 테레즈를 인도한다는 것도. 그가 걷는 걸음은 태양보다 밝은 빛 위였다.
"예감은 했어. 그 뒤로 네가 날 볼 때마다 무슨... 우리가 목숨을 구해준 어떤 사람들보다도 부담스러운 눈빛이었지. 내 아름다움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것만으로 설명이 안 될 정도로."
"겸손하네, 내 사랑. 당연히 그럴 정도로 아름다운 걸 알면서도."
"뭐, 아니라고 할 순 없지."
아스타리온이 테레즈를 끌어안자 테레즈가 그의 팔에 머리를 대고 그를 올려다봤다. 흑백의 아스타리온을 보며 테레즈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사랑의 시작은 그의 구원이더라도 그를 사랑하게 될 거란 예감은 그보다 훨씬 빨랐지. 그는 처음부터 아주 다른 사람이었다.
그가 유일하다는 건 첫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게 첫눈에 사랑에 빠진 걸까? 그런 가벼운 일이 아니었지, 그건 훨씬 광대하고 무변한 일이었다. 나의 태양, 첫 숨, 유일신이시여. 테레즈는 그에게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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