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기억하십시오 01
포타에도 올린 것을 백업합니다.
아스타리온이 스폰이 되기 전, 치안판사 시절은 어땠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여 카사도르의 스폰이 되었을까
그리고 스폰이 되어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타브/더지를 만나게 되었을까를 상상하며 썼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스타리온의 거울 관련 테마로 범벅을 해놓았습니다. 이런 소재 좋아하시면 많이 읽어주세요.
"내 이름은 아스타리온 안쿠닌."
"그리고 어머니의 이름은 마리아 안쿠닌 아버지의 이름은...."
그는 자신이 아버지의 이름을 모른다는 걸 떠올렸다. 괜찮다 그는 아버지가 없다. 물론 어머니가 동정녀로써 신의 스폰을 낳은 건 아니니까 생물학적 아버지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모른다. 그가 기억하는 부모는 오직 어머니 뿐이며,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어머니는 길길이 화를 내며 자신을 쫓아오는 모습이었다.
"그 때 무슨 일로 어머니가 내게 화가 났지?"
그러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치 지금 그가 계속해서 기억하려는 그의 이름 얼굴처럼 그저 흐릿할 뿐이다. 그의 기억이 가지를 뻗었다. 만들어진 기억인지 아니면 '진짜'로 있었던 일인지 자신할 수 없지만 그는 어머니를 떠났다.
"내 발더스 게이트 첫 거주지 주소는 그레이 하버 대로 떡갈나무 길 붉은 지붕 3층집."
이 집의 그의 첫번째 집인지 두 번째 집인지 그는 모른다. 어쨌든 이 집은 그의 첫번째 집이다 그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그는 창문을 닫아도 생선 냄새가 베어있던 그의 집을 떠올린다. 그는 항구의 노동자였다. 무거운 짐을 들을 때 흐르던 땀, 항구의 구석에서 낄낄거리며 담배를 피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자세한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발더스 게이트에서의 첫 번째 집으로 정한 그 집의 기억만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 방의 침대 시트는 항상 눅눅했고, 종종 커다란 바퀴벌레가 기어나오곤 했다. 그는 바퀴벌레에게 마르셀라라는 이름을 붙혀주었다. 그는 마르셀라를 볼 때마다 발길질을 해댔지만 마르셀라는 그의 발을 피해 꿋꿋이 자신의 가족을 늘려갔다. 마르셀라는 그 이름의 주인만큼이나 꿋꿋한 생명력을 가졌다. 그는 이름의 주인 마르셀라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는 아마 머리가 붉은 색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항구 노역자들을 관리하는 관리자였다. 붉은 머리 그리고 엉덩이에 있던 커다란 점이 인상적인 여자였다. 아스타리온은 쉽게 노동자들 사이의 관리인 자리를 꿰찼다. 마르셀라가 자신이 발더스 게이트에 와서 잤던 첫 여자였던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항구의 기억은 청새치 선박의 사장이었던 늙은 남자와 마르셀라의 다툼으로 끝이났다.
둘은 선원들이 모두 볼 수 있는 항구의 도크에서 서로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웠다. 항구는 툭하면 비가 왔지만 그 날은 발더스 게이트의 유명한 햇살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선원들과 항구의 노동자들의 야유 휘파람소리로 가득찬 도크에서 둘은 칼 한자루도 없이 맨손으로 싸웠다. 그가 그날 누구를 응원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싸움은 머리털이 얼마 안 남은 늙은 남자가 유리했다. 남자는 마르셀라의 풍성한 머리채를 휘어잡았고 그녀는 차가운 돌바닥에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졌다. 머리 위로 쨍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음탕한 색히!"
그리고 기억은 항상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던 썩은 생선 대가리 젖은 휴지 썩은 감자 조각 등으로 마무리 됐다. 사람들은 손에 잡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그에게 던졌다. 여자들과 남자들의 고함 치르는 소리, 그가 들어본 적도 없는 언어로 된 욕설. 하지만 몰라도 그 욕설이 무슨 의미인지는 아는 그런 단어들이었다. 그의 부드러운 실크 소재 보라색 옷에 순식간에 검은 얼룩이 생겼다.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머리속에서 보았던 생선냄새가 그에게 나는 것 같다. 그에게 생선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무언가 썩은 듯한 역한 냄새와 쇠냄새가 났다. 아스타리온은 얼굴을 찌푸리곤 곁에 있던 향수병을 집어들어 신경질적으로 펑핑했다. 얼굴 주변 손 허리 옆구리... 특히 그는 손에 아예 향수액을 들이부어 맛사지를 했다. 그는 사람의 피를 먹지 않으니 그에게서 사람 피 냄새는 나지 않을 것이다. 어젯 밤에 먹은 쥐 때문일 것이다. 아니 그제 먹은 벌레 때문일까? 하수구에 사는 쥐는 아무리 씻어도 시궁창 냄새가 났다. 그는 꼼꼼하게 향수액을 손에 발랐다. 손을 들어 냄새를 맡으니 익숙한 베르가못과 로즈마리 향이 났다. 다시 한 번 냄새가 나지 않는지 살피던 아스타리온은 멍한 표정으로 거울을 봤다.
그는 화장대 앞에 있었다. 오늘은 예쁘게 꾸며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 아스타리온, 예쁘게 치장하라고. 오늘은 먹이를 데려와야하지 않겠어?"
그의 귓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운 칼날 같은 목소리 그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그 자리에는 카자도르가 없었다.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밖에 없는 녀석. 그거라도 팔아야 밥 값을 하지 않겠어?"
그는 떠올리려 하지 않았지만 자꾸 카자도어의 말이 떠올랐다. 마치 그가 귓가에 있는 것처럼. 아스타리온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는 이것이 자신이 기억을 떠올리는 것인지 아니면 카자도르가 직접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체인 라이트닝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용서해달란 말은 안했지만 용서해달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 시궁쥐 같은 녀석! 나는 밥값 못하는 스폰따위 필요없다. 네게는 하수구를 돌아다니는 시궁쥐도 과분하지. 나의 집에는 가치 없는 자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네 몸뚱이라도 써라, 아스타리온. 그렇지 않으면..."
아스타리온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이 목소리는 카자도르가 말하는 것이 아닌 그저 그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카자도르라면 이런 말을 하고 꼭 그에게 고통을 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자도르는 아스타리온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굳이 자신의 손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가 원하기만 하면 아스타리온의 몸에는 전류가 관통하는 듯한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카자도르가 아스타리온에게 다양한 도구로 고문을 하는 것은 그저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였다. 그의 말로는 그냥 전기로 지지는 것은 너무 단순하여 재미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교훈도 줄 수 없다고 했다. 카자도르가 스폰들을 위해 가장 먼저 만든 공간은 침실이었지만 그 다음으로는 고문실이었다. 침실보다 더 넓은 고문실에는 다양한 도구가 가득했고 가끔 카자도르가 고문을 친견하러 오곤 했다. 카자도르는 고문실에서 유일하게 보라색 공단으로 장식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아스타리온의 목소리가 만족스럽지 않다며 고문관에게 손을 들어 그의 손톱 밑을 좀 더 강하게 찌르라고 주문했다.
아스타리온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며칠 전에 고문을 받은 손톱 밑은 상처가 거의 다 회복되었는지 연한 보라색 실선만이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 때 겪은 고통은 아직도 그의 손가락을 맴도는 듯 했다. 손바닥이 축축했다. 그는 치장을 하러 무의식적으로 화장대 앞에 있는 거울을 보았다. 물론 거울에는 그가 입은 옷은 보여도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시발'
아스타리온은 주먹을 들어 화장대의 거울을 깨려 했지만 참았다. 옷 밖에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그는 자신을 꾸며야했고, 보이는 옷매무새라도 단정하게 정돈해야했다. 그리고 화장대에 달린 커다란 거울은 비쌌고, 카자도르는 귀신 같이 자신의 재산을 망가뜨린 스폰을 찾아 철저하게 보복했다. 아스타리온의 손이 다시 떨렸다. 그는 보이지 않는 얼굴을 향해 온순한 미소를 지어보인다음, 다시 교태 섞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비록 자신이 정확히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었지만, 스폰이 되기 전 오랫동안 해왔던 일을 얼굴 근육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늘 입고다니는 보라색 튜닉과 검은색 바지를 챙겨 입은 뒤 자르 궁전을 빠져나갔다. 그의 발은 익숙하게 엘프송 여관을 항했다. 그가 봐둔 여자가 있다. 그녀는 하프엘프였다. 어두운 곳에서 본 거라 외모는 자세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는 검은 머리였던가? 아스타리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한건 그녀의 목소리를 기억했다. 보통 여자들 보다 낮고 살짝 거칠게 갈라지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가 좋았다. 살짝 낮게 깔리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꼭 고양이가 골골하는 소리 같았거든.'
하지만 그의 고양이 그리고 사냥감은 사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 너머로 느껴지던 떨림을 기억했다. 사실 그녀는 그의 사냥감이 아니었다. 그의 진짜 사냥감은 그녀 곁에 있던 남자 친구였다. 이름이 뭐래더라 아담이었나? 그가 쥐를 잡으러 갔던 하수구에서 본 그들은 장물을 파는 도둑이였다. 밑에서는 장물을 팔고 위에서는 소매치기를 하는, 그리고 조건이 맞으면 사람도 죽여주는, 다방면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였다. 그리고 그가 알아본 바, 사업주는 남자인 듯 했다. 이런 남자라면 그의 사냥감으로 적합했다. 거기다 남자는 아스타리온 앞에서 자신의 여자친구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특히 돈으로 교환 가능한 육체적인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말했다. 완벽했다. 이 남자는 자르의 성에 갈 자격이 있다. 사악하기도 하지만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파는 저 찌질하고 추악한 자세야 말로, 시궁쥐와 벌레로 연명하는 카자도르의 스폰에 걸맞았다.
하지만 약속한 날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여자가 나타났다. 여자는 처음 봤을 때처럼 약간 뚱하고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이 눈가가 살짝 붉었다. 눈썰미가 좋은 아스타리온은 눈 가에 붉은 끼를 가리기 위해 분이 덕지덕지 발려 있는 걸 바로 알아챘다. 그녀는 누구에게 맞았을까? 남자 친구에게? 아니면 하룻밤의 남자 친구에게? 그가 겉으로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동안, 여자는 남자 친구가 중요한 거래처와 만나고 있으며,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져 자신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아스타리온은 당신같이 아름다운 아가씨를 혼자 보내다니, 남자친구가 너무 조심성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여자의 웃음소리가 샴페인의 탄산처럼 톡 터졌다. 아스타리온은 두번째 말을 건내기도 전에 자신이 승리했음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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