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게이트3

[BG3] Chocolate Day?

아스엘 발렌타인데이 기념 연성

* 발더스게이트3 아스타리온xOC 글연성입니다. 

* OC(타브) 이름은 '엘(Elle)'입니다. 이 글에서는 엘이라고 지칭합니다.

* 시점은 3막 진행 중으로 아스타리온 개인퀘스트 '창백한 엘프' 완료 비승천 루트 이후입니다.

* 발렌타인데이 기념 바보 커플 단문입니다. 빼빼로데이 기념 연성인 <Wand Stick Game!>(링크 있음)에서 이어지는 내용이 있지만 꼭 읽으셔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읽어주시면 좋고요.^^ 

* 유치한 로코물입니다. 설정 날조와 캐릭터 붕괴에 주의!






“최근 발더스 게이트 안에서 유행하는 게 있다더라.”

무미건조한 저녁 식사 시간에 신선한 화두를 던져준 것은 게일이었다. 언제나처럼 고기를 가득 넣은 스튜를 만들고(그나마 최근에는 친구들의 강력한 의견 표명을 받아들여 채소를 두 개까지는 넣는 것을 인정했다), 각자 식성과 양에 맞게 그릇에 담아 배분해주고, 자기 텐트 근처나 모닥불 근처에 앉아 식사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만족감을 느끼고 제일 늦게 수저를 뜨는 게일은, 식사 준비까지만이 저의 임무이지 식사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별개의 사안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 일행은 도란도란한 식사 풍경을 기대하기에는 저마다의 개성이 너무도 뚜렷했기 때문에, 아무 일 없이 식사를 마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통상적인 식사 매너를 유지할 줄 아는 사람들은 존재했고, 몇 안 되는 이들과 함께 시답잖은 수다를 떠는 것도 위저드의 소소한 낙이었다. 그러므로 현재 머물고 있는 도시의 최근 유행에 대한 이야기는 무리 없는 대화 소재였으리라.

“그래? 못 들어봤는데.”

역시 제일 먼저 흥미를 보인 것은 윌이었다. 식사 중 담소라는 아주 사소하면서도 평범한 행동을 시작해 보려는 모습이 안타까워서였는지 고향에 관한 유행에 민감한 귀족으로서의 호기심이 일어서였는지는 몰라도, 게일은 이와 같은 반응이 퍽 기꺼웠다.

“일종의 이벤트? 같은 거라던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콤한 초콜릿 같은 간식을 선물하며 마음을 표현한다지.”

“귀엽네, 그런 걸 하며 놀았던 거야? 풋풋한 청년 시절의 게일은.”

섀도하트가 깔깔 소리내어 웃었다.

“지적하겠는데, ‘발더스 게이트’의 최신 유행이라고 했어. 난 워터딥 출신이야. 당연히 그런 문화는 잘 몰라. 게다가, 난 지금도 청년이야.”

게일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초콜릿 이벤트…… 왠지 어디서 들어본 얘기 같은데.”

엘이 스푼을 입에 문 채로 웅얼거렸다. 벌써 그의 스튜 그릇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우리 일행의 리더는 유행에 민감하셨던 거야? 뜻밖이네. 아니면 여기 출신이라 원래 알고 있었던 거라든가?”

“내가 도시 유행 같은 걸 알 리가 있냐. 차라리 하수구 시궁쥐에게 요즘 엘프송의 시그니처 메뉴를 물어보는 게 빠르겠다. 그런 게 아니라, 뭐지, 묘하게 익숙한 기시감이…….”

자신이 가볍게 꺼낸 화제에 하나 둘 흥미를 보이는 것 같아 조금 신이 난 게일이 유쾌한 어조로 엘에게 말을 걸었지만, 엘은 다른 데 신경이 쏠린 듯 으음, 하고 고민하는 소리를 냈다.

“……혹시 그 얘기, 어디 가게에서 무슨 이벤트를 진행한다, 그런 거 아니야?”

“응? 글쎄, 나도 어쩌다 주워 들은 거라.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무슨 특별 판매 같은 게 있다고 사람들이 떠든 것도 같네. 선물을 사기에는 거기가 제격이라면서.”

게일이 곰곰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예전에 어떤 디저트가 대박이 난 유명한 가게가 있댔는데. 뭐랬더라, 완드 스틱?”

“이런 미친.”

엘이 얼마 전의 나쁜(혹은 수치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반사적으로 욕을 내뱉었다.

“푸크흐흡!”

약간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듯한 소리가 나자 일행들의 고개가 자연스레 돌아갔다. 아스타리온이 텐트 앞에 혼자 앉아서 요란한 모양새로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고 있었다.

“……아스타리온, 네가 단체 식사 시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식사 매너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는 아냐.”

영문을 모르는 게일은 아스타리온이 웃는 이유가 자신의 말 때문이라고 받아들여, 짜증스럽게 투덜거렸다.

“오, 미안, 미안. 갑자기 유쾌한 기억이 떠올라서.”

아스타리온이 엘에게 심술궂은 시선을 고정하며 일행들이 모여 앉은 자리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래서, 게일, 그 얘기 계속해봐. 무슨 유행이라고? 구체적으로 뭐 하는 건데?”

“방금 말한 게 다야. 어쩌다 주워 들은 거라니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콤한 디저트를 선물로 주는 거라던데.”

“이백 년 동안 세상 참 많이도 변했네. 별 게 다 유행을 해. 얼마나 사람을 우습게 보면 그런 상술 이벤트를 또 열어? 하지만 사람들이 넘어가니까 유행이 되고 대박이 나는 거 아니겠어? 어떻게 생각해, 엘?”

아스타리온이 굳이 상대를 지적해 가며 킬킬댔다. 엘은 대꾸하지 않은 채 스푼으로 그릇 바닥을 쿡쿡 찔러대기만 했다.

* * *

어쩌다 식사 시간에 잠깐 나왔던 화제로 그칠 뿐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다음 날이 되자 그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은 일행 중 아무도 없었고, 평소와 같은 보속으로 다리를 움직이며 앞에 놓인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갈 뿐이었다. 그런데 상점가에 들어서자 일변한 분위기를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게일이 말한 ‘유행’이란 것이 돌풍처럼 도시를 휩쓴 모양인지 가게마다 축제라도 여는 듯 화려한 장식을 내걸었고, 거리에는 온통 달콤하고 들뜬 분위기가 돌았다.

“……가게 하나의 상술치고는 꽤 규모가 큰데.”

“대박이 나긴 한 모양이야?”

각자의 의견을 한 마디씩 내놓으며 거리를 지나고 있자면, 사람들의 표정은 저마다 밝아 보였고 기대감까지 띤 것 같았다. 심지어 꽤 많은 이들이 손에 선물 꾸러미로 보이는 것을 들고 있거나, 혹은 노상에서 먹을 것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표정으로 걷고 있었다.

분위기라는 것은 사람의 기분을 무척 쉽게 물들이는 법이다. 평소 별 생각 없거나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한들 주변 분위기가 강하게 기울면, 그것도 꽤나 좋은 방향이라면, 아무래도 휩쓸리게 된다.

그 날 저녁, 분위기에 휩쓸린 몇몇 덕에 야영지에서는 난데없는 선물 증정식이 열렸다. 정중하고도 예의를 갖춘 선물을 마련한 것은 게일과 윌이었다. 둘 다 너무 과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은 수준으로 적당한 것을 골라 야영지의 동료들에게 소소한 간식을 나누어주었다. 게일은 정석대로 초콜릿을 포장까지 꼼꼼히 신경써서 준비했고, 윌은 각자 취향에 맞을 것 같은 간식을 개개인에 맞춰 골라주었다. 쿠키, 과일, 육포 등등. 칼라크는 화끈하게도 한 사람당 불포도주 한 통 어치의 술을 사 왔다. 술 한 통을 통째로 위장에 내리꽂을 수 있는 주량의 소유자는 칼라크 자신과 레이젤 정도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번에도 무시한 모양이었다.

“고맙다, 다들. 고마운데……. 대체 얼마를 썼어? 특히 칼라크, 인원수대로 술통을 사오다니 이게 다 얼마야? 이거 다 우리 야영 경비 아냐?!”

“에이, 병사! 그렇게 사사건건 쪼잔하게 굴면 큰일을 할 수 없어! 장군은 때로 화통하게 한 턱 내기도 해야 하는 법이야!”

“난 장군 아냐! 게다가 경비 쓰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지 마!”

일행에서 제일 돈에 까다로운 리더가 이런 반응이긴 했지만, 선물 자체를 기꺼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선물이란 상대가 크게 밉지 않은 이상 받아서 불쾌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했다.

“너무 그러지 마, 엘. 선물을 주는 것도 아니고 받는 쪽이 가격 운운하면 너무 없어보여.”

“없어보여서 미안하게 됐다. 원래 없이 자라서.”

아스타리온이 와인잔을 홀짝이며 말하자 엘이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하지만 아스타리온의 말도 일리 있다 생각했는지 엘도 그 이상 투덜대지 않았다.

물론 야영지의 모두가 선물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아스타리온도 ‘받는’ 쪽이었다. 일반적인 음식을 먹지 않는 그를 배려해서 그의 앞에 놓인 것은 초콜릿이나 과자 따위가 아닌 고급 와인(그나마 술은 마실 만하다고 했던 것을 기억한 모양이라서)과 불포도주 한 통(예외 없이)이었지만. 엘은 가장 부피가 큰 불포도주 통이 제일 비싼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지만 아스타리온은 게일의 선물이 제일 비싼 것임을 알아보았다. 특히 포장지 재질부터가 달랐다. 귀족의 눈높이는 역시 남다르다고 해야 할까. 그는 게일이 엘의 시선을 피하는 것을 눈치챘다.

“그럼 너도 주면 되지.”

“엉?”

“초콜릿인지 뭔지. 아무거나 주면 되잖아. 이런 소리 안 들어도 되고.”

아스타리온이 잔을 흔들며 말하자 엘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 굳이? 아, 혹시 너희들 받았으면 좋겠다 생각했어?”

엘이 오늘 선물을 준 동료들을 향해 물었다.

“아니. 기대도 안 했어.”

게일이 즉답하고 윌이 끄덕였다. 칼라크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흠.”

아스타리온이 무표정하게 잔을 한 번 더 들이켰다. 그리고 약간 다른 쪽을 보는가 싶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웃기지도 않은 이벤트의 기조는, 원래 선물 주는 대상이 정해져 있잖아.”

그러더니 갑자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왜 저래?”

엘이 멍하니 혼잣말처럼 말했다. 

눈치 빠른 몇몇은 그 의미를 알아차렸으나 굳이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고.

“츠크바! 이 육포 너무 질기군.”

레이젤이 짜증스럽게 내뱉으며 윌이 준 육포를 질겅거렸다.

* * *

그로부터 아스타리온은 한동안 시시때때로 이상 행동을 반복했다. 디저트를 판매하는 가게를 지나칠 때면 꼭 걸음을 멈춰서 그쪽을 한참 쳐다본다든가, 야영지에서도 자꾸만 엘을 말없이 빤히 응시한다든가, 저번에 동료들이 준 술들을 일부러 소리 내서 마신다든가.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행동들이었지만 한번 의식하면 자꾸만 눈에 밟히게 된다.

결국 참지 못하게 된 엘은 아스타리온을 따로 불러내고 말았다.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 멱살을 잡으려던 것은 꾹 참았다.

“왜 불렀는데.”

아스타리온은 평소의 간드러진 목소리도 기교 넘치는 태도도 싹 걷어낸 채 딱딱하게 말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적의 연기나 과장은 이제 그만둔 지 오래라 해도, 이 정도의 무뚝뚝함은 본 적 없었기에 엘은 그가 일부러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임을 알았다.

“야, 너 왜 그러는데?”

“뭐가.”

“뭐가? 뭐가아아? 지금 이러는 거! 너 요즘 이상하잖아. 대체 뭔데? 뭐가 불만이야, 도대체?”

“내가 뭘.”

아스타리온은 엘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엘은 있는 힘껏 인내심을 쥐어짜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 일 없어?”

“아무 일 없어.”

“아하, 그래? 그럼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것처럼 구는 것도, 자꾸 눈치 주는 것도 다 내 기분 탓인 거네? 그런 거지?”

아스타리온은 대답하지 않고 침묵한다. 엘은 두통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알았어. 아무 일 없는 거지. 나한테 할 말도 없는 거고. 그렇게 알고 있는다?”

엘이 마지막으로 통보하듯이 말하며, 홱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리를 뜨려던 찰나, 뒤통수에서 둔탁한 아픔이 느껴졌다. 뭔가가 엘의 머리에 맞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조그만 무언가가 데구르르 바닥에 나뒹굴었다. 엘이 영문을 모르고 바닥을 보자, 뒤쪽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너는 진짜 눈치를 갖다 팔아먹었냐?!”

아스타리온이 씩씩거리며 엘을 쏘아보고 있었다. 엘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가 다시 땅을 보았다. 엘의 머리에 맞았다가 떨어진 조그만 상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엘이 상자를 주워들었다.

“이게 뭐…… 엥?”

상자를 열어본 엘은 너무도 뜻밖의 내용물에 입을 떡 벌렸다. 초콜릿이었다. 엘이 고개를 들고 다시 아스타리온을 보자, 그는 팔짱을 낀 채 엘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홍조가 노기인지 쑥스러움인지는 판별할 수 없었다.

“그런 눈치로 어떻게 밥 벌어먹고 살았냐? 여태까지 살아남은 게 기적이다.”

“아니, 이거, 왜…….”

“장난해?! 왜긴 왜야? 그걸 내 입으로 꼭 말하게 해야겠어?!”

엘이 여전히 우두망찰하고 있자 아스타리온이 다시 소리를 빽 질렀다.

“짜증나, 진짜……. 이런 게 내 애인이야.”

아스타리온은 반쯤 체념한 듯이 한숨을 쉬었다. 엘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런 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내가 언제.”

“상술이라며, 사람 우습게 보는 수작이라며?”

“……그랬지만, 싫다는 얘긴 안 했어.”

아스타리온이 종알댔다.

“언제 준비했어, 이런 거?” 엘이 물었다.

“상점가 지나던 그날 바로. 게일네가 선물 나눠주던 때부터 계속 갖고 있었어.” 아스타리온이 엘을 보지 않고 대답했다.

“왜 그날 안 줬는데?”

“……네가 안 주는데 나만 주는 것도 이상하잖아.”

엘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계속 이상하게 굴던 게 그것 때문이었군. 아스타리온은 아마 선물 ‘교환’을 하고 싶었던 것일 테다. 여느 평범한 연인들처럼. 하지만 저번에 상술이니 뭐니 하며 엘을 놀려댄 탓도 있고, 먼저 선물을 꺼내들기는 좀 민망했던 것이리라. 하지만 엘이 뭔가 준비해주지 않았을까 기대했을 테니, 그날 아예 그쪽은 생각도 안 한 듯한 엘의 태도에 적잖이 실망했을 것이고.

엘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 웃음을 터뜨리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엘은 포장을 풀어서 초콜릿을 입에 넣는 것으로 상황을 모면한다. 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조금이지만 술맛도 느껴졌다. 엘이 좋아하는 술이다.

“난 아무것도 준비 못 해서 어떡하지.”

“그래, 그런 것 같더라. 말 안 했으면 끝까지— 읍?”

아스타리온은 한탄의 말을 내뱉던 입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달콤한 설탕과 은은한 술맛이 입 안을 침범했다. 혀가 움직임을 방해받고, 입속이 순식간에 열기로 덥혀졌다. 쪽, 쪽, 하고 입술이 마찰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이런 걸로…….”

“좀 부족해?”

엘은 빙긋 웃으면서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는 세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자 피가 송골송골 배어나왔다. 엘은 다시 한 번 입술을 그에게 갖다 대었다. 이번엔 아스타리온이 엘을 세게 끌어안았다. 겨우 입술의 상처였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히 전신의 피를 전부 가져갈 수 있다는 듯 아스타리온은 엘을 빈틈없이 빨아들였다.

* * *

“—하지만 이걸로 퉁치기엔 좀 미안하긴 하지.”

엘이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치며 말했다.

“자기가 먼저 그렇게 양심적인 말을 해줄 줄은 예상 못했네.”

아스타리온은 엘이 애써 원래대로 돌려놓은 옷매무새를 자꾸 만지작거리며 어지럽혔다. 엘이 키득거렸다.

“좋은 생각이 났어. 내가 진짜 끝내주는 선물 하나 해줄게. 그 왜, 피가로 양장점에서 내가 봐둔 모자가 있는데, 그게 요즘 유행이래. 너 유행 잘 따르는 거 같으니까 그거 꼭 써라?”

“⋯⋯나 그거 뭔지 알아. 그거 줬단 봐. 죽여버린다.”

아스타리온이 파리해진 얼굴로 경고하지만 엘은 깔깔거릴 뿐이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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