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살
전쟁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시대였다. 공장지대에서는 매캐한 스모그가 끊임없이 솟아났다. 노동자들은 똑같은 옷을 입고 거리를 꽉 채워 걸어 다녔다. 씻지 않은 아이들이 때를 묻히고 시궁쥐처럼 골목을 지배하고 있었다. 끼니를 챙기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신이 없는 시대였다. 일요일에 교회의 종이 울리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다. 이 기차역
백신 개발이 박차를 가하고 안전지대가 확장되면서 사람들은 하나둘 숨 트일 곳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좀비는 더 이상 괴물이 아닌 보호 감찰의 대상으로 여겨졌고 사살보다 포획이 우선되었다. 일상적인 소음 같던 총성은 차츰 드물어졌다. 사람들은 좀비를 두려워하면서도 그들이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걸 뒤늦게 상기해 냈는지 선전 방송이 나올 때마다 눈물을 훔쳤다
고요한 가운데 비상등이 깜빡이는 소리만이 초침 소리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주정차 금지 구역에 차를 대고 있었기 때문에 이선일은 조금 초조했다. 데리러 온다고 했으니 적어도 건물 앞에는 나와서 서 있을 줄 알았더니 천락은 5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핸드폰을 슬쩍 뒤집어보면 시각은 오후 5시 37분. 분명 5시 반까지는 도로변에 나와서 서 있기로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