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살
백신 개발이 박차를 가하고 안전지대가 확장되면서 사람들은 하나둘 숨 트일 곳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좀비는 더 이상 괴물이 아닌 보호 감찰의 대상으로 여겨졌고 사살보다 포획이 우선되었다. 일상적인 소음 같던 총성은 차츰 드물어졌다. 사람들은 좀비를 두려워하면서도 그들이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걸 뒤늦게 상기해 냈는지 선전 방송이 나올 때마다 눈물을 훔쳤다
오후에는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경주가 있었다. 해가 하늘의 꼭대기에서 조금 기울었을 때 영지의 초입에 설치된 관중석에는 양산을 쓴 사람들이 가득했다. 관중석에는 앉지 못했지만 경주로를 따라 서 있는 평민들도 제법 있었다. 땅을 울리는 산발적인 말발굽 소리, 땅이 머금고 있는 열기와 그 위로 피어오르는 흙먼지 구름은 귀족과 평민을 가리지 않고 가슴 뛰게
허스트와 테베가 방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너나할 것 없이 심히 지친 상태였다. 비와 바닷바람에 흠뻑 젖은 몸은 쿡쿡 쑤셔왔고, 치렁치렁한 치맛자락은 걸을 때마다 다리 사이로 감겨들어 걸음을 유난히 무겁게 했다. 진심으로 무도회를 즐길 생각은 없었지만 막연하게나마 이 날이 나름 평화롭게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던가, 일련의 추격을 거치고 나니 고작 몇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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