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살
호봉 로그
가까이 오거라. 연병장에 몸소 선 조조는 하반신 의체를 갈아 끼운 모습이었다. 그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근 며칠 고생했다고 들었다. 말도 마세요. 세상이 빙빙 돌더라고요. 다들 대단도 하지, 이렇게 넓은 세상을 보면서 살아왔다니. 좋은 몸을 얻기 위해선 그만한 고난이 수반되는 법. 평범한 눈과는 다르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양팔을 쭉 뻗어 기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 있을 겁니까? 식어빠진 차 향기가 났다. 호봉은 무거운 눈꺼풀을 슬쩍 들었다. 침상 앞 협탁에는 차 한 잔이 놓여 있었다. 그제야 누군가 다가와 마시라며 차를 따라놓았던 것이 떠올랐다. 그게 아침이었던가. 노란 빛이 비스듬히 들이치는 걸 보아하니 아마 늦은 오후인 것 같았다. 식은땀에 젖은 몸이 무거웠다. 문을 열어젖힌 조비는 한
그날은 유난히 하늘이 흐렸고… 좀처럼 잠이 깨지 않는 불길한 날이었다. 낙양에서 밀려난 조조와 그의 군사들은 하염없이 북으로 유배당했다. 기실 유비가 유배형을 내리지 않았더라도 그들이 갈 곳은 북방밖에 없었다. 추후에 좋은 전초지가 되어주리라고 생각했던 장성은 이제 등 뒤의 강이 되어 검게 넘실거리고 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 우리는 죽음을
둥글게 말라붙은 소인들의 손. 서로 절대 놓지 않을 것처럼 서로를 갈망하며 엉겨 붙은, 거죽이 벗겨진 붉은 손. 그 조그마한 손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나는 인간이 아니라 더 거대한 존재가 된 것 같다. 그들이 입을 모아 나를 부른다. 패를 뽑는 나의 손에 깃들고 싶다고 말한다. 천의의 손 같은 건 하등 관심이 없으므로 나는 그것을 바라볼 뿐 달리 응답하지
詩 歌 故 사연이 담긴 시와 노래… 줄여서 시 가 고 어디 출신? 청주 시골 부모님은? 나도 몰라 죽었는가? 그랬겠지… 허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기주로 떠났지… * 나 씨와 호봉은 술병과 잔을 사이에 둔 채 대면하여 앉아 있었다. 조금 전 낮 시장가를 돌아다닐 때에 슬그머니 접근한 나 씨가 동탁을 죽인 이야기를 해달라며 어찌나 귀찮게 굴던지 자기도
이기지 못한 사람은 어디로 갈 수 있습니까. 이기지 못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그의 면전에 돌려줄 대답이 없었다. 이 세상에 못 갈 곳은 어디도 없는 것 같아서. * 잠깐만, 기다려봐. 여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호봉은 돌연 조비의 손목을 잡아챘다. 조비는 영문을 모르면서도 순순히 끌려 걸어왔다. 다만 기분만은 썩 좋지 않아 보였다. 그것을 무
사우나… 생각해 보니 가본 적이 없다. 뜨거워서 시원하다, 등을 지진다, 뭐 이런 이상한 표현들은 살아서 공감을 해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더위를 못 견딘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야 위의 기계가 고작 한증막 사우나에 맥을 못 추게 된다면 누군가 조조를 자는 사이에 한증막 사우나로 옮겨놨겠지. 하지만 솔직히 찬물 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