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사ㄹ려
내뱉는 모든 숨이 하얗게 변하는 계절이었다. 한때 북반구의 가장 빛나는 도시 중 하나였던 곳은 차마 분간 못할 살덩어리와 체액에 뒤덮인지 오래였다. 새싹 돋는 시기가 머지 않았으므로 내버려두면 전염병이 창궐하게 될 위험이 컸지만, 아군의 시신도 겨우 수습하는 와중에 크리처의 잔여물을 치울 여력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그래도 이곳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 최고 등급의 보안이 작동 중입니다. 신원 확인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어." 홍채 인식부터 시작해 손바닥 전체를 스캔하고 몇 개의 보안코드를 입력하면 그제서야 확인증을 가져다 대는 화면이 떠오른다. 하얀 실험복 차림의 윤은 모든 절차를 막힘없이 인증했다. 조금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듯 시종일관 딱딱하고 까다롭게 이루어지는 과정이 긴장스러울 법도 하지
모두 재가 되었다. 확신한 순간 힐데베르트는 흡입을 멈추었다. 그를 중심으로 선택적으로 걸러진 한 사람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것이 그의 양분이 되었다. 패트릭 예이츠와 그의 수족들, 예이츠의 손 안에 있던 것들, 막 차량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던 어떤 부하와, 부하가 고이 안고 있던 서류까지 모두. 힐데베르트는 작은 종잇조각 하나조차 빠뜨리지 않았다.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