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조각글

흡입

187화 날조

행복회로 by 사ㄹ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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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재가 되었다.

확신한 순간 힐데베르트는 흡입을 멈추었다. 그를 중심으로 선택적으로 걸러진 한 사람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것이 그의 양분이 되었다. 패트릭 예이츠와 그의 수족들, 예이츠의 손 안에 있던 것들, 막 차량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던 어떤 부하와, 부하가 고이 안고 있던 서류까지 모두. 힐데베르트는 작은 종잇조각 하나조차 빠뜨리지 않았다.

기사. 특히 기사단장의 소임은 받은 명령을 철저히 수행하는 것이다. 지금 힐데베르트는 과거와는 다른 세계에 선 한 명의 기사였다. 스스로에게 부여한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자. 그 기사에게, 죽어 마땅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포함하여 몇 명의 존재가 스러졌는가? 하지만 이 순간 힐데베르트에게 중요한 건 자신에게 무참히 죽임당한 사람의 수가 아니었다.

'됐어.'

힐데베르트는 몇 번이나 확인을 끝마쳤다. 이 일대에 존재하고 있는 건 자신을 포함한 둘뿐이었다. 재연은 힐데베르트가 흡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여 사라졌다. 이제 이 근방에서 예현에 관한 '정보'를 담은 것이나 알고 있는 사람은 더 없었다.

확인을 끝낸 힐데베르트가 잔열처럼 남은 분노를 가라앉히던 때였다. 아주 한참 전부터 알았을 사람. 알고 분노하여 한 발 앞서 움직였던 사람이 소리 없이 다가왔다. 그는 누구에게나 놀라울 만한 광경 속에서도 흔들림 하나 없었다. 단지 이렇게 말했다.

"잘했다."

나름 윤을 알게 된 힐데는 그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감지했다. 윤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덧붙였다. 애석하게도 보내줘야 할 놈들이 아직 한참 남아 있긴 하다만. 힐데가 눈썹을 찡그렸다. 당연한 사실이긴 했지만 예현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최측근인 자가 확인시켜주니 탐탁치 않았다. 얼마나 많은 놈들이 아이의 과거를 수단으로 삼아 아이를 공격하려 했을까. 앞으로 얼마나 더 그런 위험을 겪어야 할까. 천천히 진정되던 속이 다시 부글거렸다.

다행인지 뭔지 하얀 분노의 잔재는 이어진 소식에 놀라면서 잠시 밀려났다. 소식을 전한 윤의 표정에는 감정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힐데가 지체 없이 운전이 가능한 차량을 찾아 사방을 훑었다. 운전대는 자신이 잡을 것이다. 만에 하나지만 눈 뒤집힌 제 선임이 무언가에 차를 박기라도 하면 곤란했으므로. 물론 저 역시 스스로를 잘 통제해야 했다.

아미가 누군가에게 습격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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