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배저 2차

[예현힐데] 산군 - 3

저 그냥 짧게 올릴게요 ㅠ

두시전에자자 by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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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현은 혼자 있을 때마다 곧잘 그 갓끈을 들여다 보았다. 가져가라고 사정하던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특히 그 호박색이 꼭 어떤 이의 눈빛을 닮았기에 한 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어찌 하여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물론 힐데 앞에서는 절대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런 체를 잘 하는 것으로 부지해 온 삶인 터다.

들키진 않았으리라… 아마도.

그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힐데는 자꾸만 갓끈을 챙기는 것을 미뤘다.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깨달은 예현은 약간 아연해졌다.

그러나 예현이 어찌 흔들리든 계절은 달려가고 있었다. 매미가 하나 둘 울기 시작한 어느 계절에 힐데는 ‘올해는 가뭄이 들 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더니 예현에게 하루를 통으로 비워달라는 청을 했다.

“귀한 옷은 입지 말고.”

“어디로 가기에 그럽니까?”

“산을 좀 올라야 해.”

“산이요?”

그렇게 아침 일찍 힐데를 따라갔는데, 이건… ‘좀’이 아니었다. 이젠 익숙해진 산길에서 조금 벗어나는가 싶더니 우거진 나무와 풀 사이를 헤치며 걸어야 했다. 와중에 힐데의 걸음걸이엔 거침이 없었다. 잠깐 쉬었다 가면 안 되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쯔음 힐데의 걸음이 느려졌다. 끝없이 시야를 가리던 수풀도 어느새 뜸해져 있었다. 그들이 당도한 곳에는 깊지도 너르지도 않은 작은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와….”

“고생했어.”

목을 축이던 산짐승 몇몇이 도망가는 소리가 들렸다. 맑은 물이 청량하게 흐르고 있었다. 예현은 조심스럽게 물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 중턱 너머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물은 멀리서 볼 때보다 훨씬 그 양이 많았다.

“꽤 오래 지켜봤는데 여긴 줄곧 가물지 않았거든. 7년쯤 전에도 한번 가뭄이 돌았는데 멀쩡했으니까 쓸 만 할게야.”

“감사합니다. 물을 전답까지 어찌 끌어오느냐가 관건이겠군요.”

“그건 나도 좀 걱정하긴 했는데… 사또가 똑똑하니까 어떻게든 해내지 않을까 하고?”

목소리에 다소 짖궂음이 묻어있었다. 예현은 무어라 항의를 하려 고개를 들며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막 딛은 발이 훅 미끄러졌다. 엇, 하는 한 마디 조차 할 새 없이 순식간에 균형을 잃었다.

풍덩! 한 여름인데도 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예현은 허우적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노력했다. 갑자기 몸이 젖어 그런지, 무릎 정도 되는 깊이일 뿐인데도 이상하리만치 몸을 바로 세우기가 버거웠다. 다행히 확 뻗어진 손이 그를 일으켰다.

‘아니, 무슨 힘이 이렇게…’

일으켰다기 보다는 흡사 어린 아이를 들어올리듯 한 모양새였다. 예현은 힐데의 손에 겨드랑이가 걸린 채 얼굴에 맺힌 물을 쓸어내리고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걱정스러운 힐데의 얼굴이 시야에 가득했다…

얼굴에 화악 피가 몰렸다.

“괜찮아, 사또야?!”

“그… 괜찮습니다. 놔 주셔도 됩니다…. 안 다쳤어요.”

“잠깐만, 뭍에 올려주어야… 어, 어어!”

순식간에 두 인영이 다시 사방에 물방울을 흩뿌리며 주저앉았다. 퍼드득거리며 겨우 중심을 잡고 앉은 예현은 제가 힐데를 깔고 앉아있는 것을 깨닫고 또 대경하여 허우적거렸다. 멀리서 보는 이가 있었다면 다 큰 어른 둘이 물장난을 치고 있다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겨우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땐 둘 다 흠뻑 젖은 채였다. 힐데의 도포는 물에 젖어 이젠 검은 색처럼 보였다. 그는 쓰고있던 갓이 거추장스러웠는지 매듭을 훌훌 풀어 던져버리곤 얼굴을 한 번 쓸어올렸다. 갓 아래에 곱게 묶인 상투가 과연 온통 희었다. 드물게 얼 빠진 표정을 한 힐데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제 옷자락을 한 번, 예현을 한 번 보곤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고개를 꺾으며 박장대소를 했다.

“아니, 무어가 그리 재미있으십니까…”

“재미있고 말고! 하하하!”

그 웃음은 묘하게 전염성이 있어, 결국 예현도 그를 따라 웃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마주 보고 웃었다. 나무그늘 사이로 빛이 새고 있었다. 웃음소리가 윤슬처럼 반짝였다.




그렇게 한 여름에 예현은 앓아 눕고 말았다. 

쫄딱 젖은 예현을 바래다 주고 이틀만에 다시 찾아온 날, 행랑어멈만 울상으로 힐데를 맞았다. 마당에 서서 자초지종을 듣고 있던 차에 예현의 침소가 벌컥 열리더니 처음 보는 남자가 튀어나왔다. 의원인 듯 했다. 눈이 마주친 남자가 힐데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 쪽이 힐데베르트요?”

“맞는데… 누구신지?”

“최윤. 예현이랑은 대충 20년지기 쯤 됐지. 잠깐 나 좀 봅시다.”

그러곤 건넌방으로 쑥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당황해서 멀거니 서 있던 힐데는 내주댁이 채근하여(저 의원님이 아주 성질이 무섭습니다! 빨리 따라가시어요!) 겨우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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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도 길게 올리는 버릇이 안 드네요 그냥 하던대로 짧게 올리겠습니다 ^_T

1화에 일러스트가 첨부되었습니다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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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작은 고래

    정말 최고에요 오랜만에 올라온고 보고 홀래벌떡 달려왔어요 ㅠㅠ 휴ㅠㅠ 너무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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