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식
예현힐데 위주
“째 봐도 되냐?” “마음대로 해….” 최윤은 태블릿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다만 눈썹 한 쪽을 들어 올렸다. “거기서 호르몬도 나오나 보다?” “그건 네가 열어봐야 알지.” 예현이 소파에 파묻힌 채 웅얼였다. 그제야 윤은 고개를 들어 예현을 바라보았다. “야.” “응.” “너 힐데베르트랑 무슨 일 있었냐.” “없어.” “내 앞에서 구라 치지 마
예현은 손을 들어 제 귓바퀴 뒤쪽을 만지작거렸다. 불룩 튀어나온 뼈 위로 덮인 살갗에 굳은살같이 우둘투둘한 것이 잡힌다. 기분은… 다소 어지럽다.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타인의 존재가 사방을 메우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거리에 쏟아져나온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기분? 아니, 그런 희망차고 밝은 기분은 아니다. 따지자면 1차 전쟁 시절 병사로서 사열해 있
- 종전 if - 약 26,000자 - 2024년 9월 디페스타에서 판매되었습니다. - 글리프 선발행 - 실물 회지는 4000원에 판매되었으며, 유료발행은 가격을 약간 낮추어 판매합니다. - 샘플 연재분에 덧대고 수정된 부분이 꽤 있으니 시간이 괜찮으시면 처음부터 읽어주세요. [읽기 전에] 이 2차창작은 <블랙 배저> 연재분 490화 근처에서
예현이 혼자 잠들지 못하는 탓에 힐데는 예현의 방에 임시로 매트리스 하나를 옮겨 두었다. 집에 돌아온 첫날, 오두막으로 돌아가려던 힐데베르트는 맨 발로 그를 쫓아 나온 예현을 보고 기함했다. 어르고 달래 침실에 아이를 넣어둔 힐데베르트는 오두막에 돌아와 밀린 연락을 처리한 뒤 기절하듯 잠들었다. 생각보다 퇴원 절차가 피곤했던 건지 꿈 한조각도 없었다.
‘힐데, 좋아해요.’ 예현의 녹음은 그렇게 시작했다. ‘나도 너를 좋아해, 라고 대답하실 것 같아서 덧붙이자면, 이 좋아함은 당신의 좋아함과 다를 것이라 생각해요. 저의 좋아함은 당신에게 입 맞추고, 같은 침실을 쓰고… 어쩌면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좋아함이에요. …대답은 제가 돌아오고 해 주세요.’ 그리고 예현은 잠시 침묵한 뒤, 퍽 쾌활한 투로 이야기
예현은 서재에 앉아 습관처럼 멍하니 벽에 걸린 유화를 바라보았다. 푸르고 아름다운 바다가 액자 안에 멈춰 있었다. 이 액자 앞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기억한다. ‘—제가 더 노력할게요.’ ‘넌 아무것도 노력할 필요가 없어.’ 대부는 자신을 안심시키느라 한 말이었겠지만, 예현에게는 네가 노력해봐야 그를 잡을 수 없다는 말로 들렸다. 내가 당신의 대자이든
- 조선AU - 2024년 7월 디페스타에서 판매되었습니다. - 약 3만자 - 글리프 선발행 - 실물 회지는 5,000원에 판매되었으며, 유료발행은 가격을 약간 낮추어 판매합니다. 開花 개화 신임 현감 이예현이 그를 처음 만난 것은 현환(玄貆)에 부임을 하고 열흘이 채 되지 않은 어느 날의 저녁이었다. 저녁상을 물린 뒤 곡식 비
웹공개는 올려둔 부분을 끝으로 하고, 마무리를 지어 7디페에 들고 가려고 합니다. 올려둔 내용도 어느정도 보강을 할 예정입니다. 3만자 언저리 예상중이고 쓰는 속도 꼬라지로 봐서는 중철일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전프레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장/통판으로 실물 회지 구매를 원하시는 분께서는 본 포스트에 아무 이모지나 달아주시면 제작 수량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
그 뒤 고뿔은 씻은듯이 나았다. 다음날 다시 예현의 집을 찾은 최윤은 그의 맥을 짚곤 “울체가 조금 준 것 같긴 한데… 어떻게 한 거지.” 같은 이야기를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힐데는 대문을 나서는 최윤을 붙잡아 받은 약에 무슨 약재가 쓰였는지 물었는데, 다 알아듣기는 어려웠으나 대충 종합하면 열을 내리는 약재가 이래저래 들어간다고 했다. “병이 없는
최윤은 제 집인 양 방 안에 앉아 있었다. 힐데는 최윤의 앉으라는 손짓에 마주 앉긴 했는데, 그러곤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극도로 어색한 적막함이 방 안을 메웠다. 그 동안 최윤은 시꺼먼 눈동자로 빤히 힐데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힐데는 이게 노려보는것인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던 최윤이 처음 꺼낸 말은 제법 엉뚱한 축에 속했다. “사냥꾼이요?” “예
예현은 혼자 있을 때마다 곧잘 그 갓끈을 들여다 보았다. 가져가라고 사정하던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특히 그 호박색이 꼭 어떤 이의 눈빛을 닮았기에 한 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어찌 하여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물론 힐데 앞에서는 절대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런 체를 잘 하는 것으로 부지해 온 삶인 터다. 들키진 않았으리라… 아마도. 그의 마음을
그 뒤 힐데는 때때로 찾아와 예현을 끌고 고을 여기 저기를 헤집고 다녔다. 고을로 통하는 산길을 짚어준 날 예현은 호환이 정말 없었는지 거듭 묻고는 인부를 모아다가 갈림길에 표식을 만들고 길가에 끈을 묶어 산에서 길을 헤메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 며칠이 걸리는 일에 참은 물론이고 없는 곳간을 털어 보수까지 제대로 지불하니 불만을 갖는 이가 없었다. 일이 진
신임 현감 이예현이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부임을 하고 열흘이 채 되지 않은 어느 날의 저녁이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곡식 비축량과 세액을 정리한 서책을 뒤적이는데 바깥에서 재차 인기척이 들렸다. 이전 현감이 술을 좋아한 모양인지 행랑어멈은 습관적으로 술상을 내오곤 했다. 몇 번이나 거절했기에 그 정도면 된 줄 알았건만. 예현은 서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