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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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빨간 구두가 살았습니다. 빨간 구두는 부모님을 여의고 할아버지와 함께 길거리 음식 장사를 하며 떠돌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빨간구두는 어느 마을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여 빨간구두와 할아버지는 그곳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마을 청년들의 도움으로 작은 오두막을 짓고 행복해하던 빨간구두는 덧에 걸려 버둥거리는 작은 여우를 발견했습니다. 마음씨가 착했던 소녀는 그 여우를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여우를 대리고 집으로 돌아간 소녀는, 왜인지 할아버지께 크게 혼났습니다. 하지만 여우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기에 소녀는 여우의 상처를 치료하고 육포도 주었습니다. 잠시 빨간구두를 바라보던 여우는 숲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다음날 여우가 사라진것은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던 할아버지는, 오래된 지병으로 그 다음날 돌아가셨습니다. 하루아침에 하나뿐인 가족은 잃게 된 소녀는 슬퍼하며 잠에 들었습니다.
꿈에서 빨간구두는 어느 다락방에 있었는데, 바닥에 벌레 떼가 기어다니고 그 가운데 소녀가 치료해 주었던 여우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발견한 빨간구두는 여우를 잡기 위해 두려움도 잊고 달려갔습니다.
여우를 품에 안고 벌레들을 피해 펄쩍 펄찍 뛰던 빨간구두는 어께에 무언가 닿는 느낌에 눈을 떴습니다.
살짝 눈을 쓴 소녀는 자신이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품에는 배개가 안겨있었고, 발밑에서는 할아버지가 주셨던 박하 사탕이 있던 바구니가 쏟아져 사탕이 이리저리 굴러다녔습니다. 사탕이었습니다!….잠깐, 뭐라구요? 깜짝 놀란 소녀는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발 밑에 있는 것은 벌레입니다. 아니,아니요! 사탕입니다! 소녀는 정신을 차리려 손을 들어 눈을 비비려 했습니다. 손을 내려다본 빨간구두는 할아버지의 유골함이 품 안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곳은 마을의 신사였고, 빨간구두의 주위에는 빛나는 돌이 마법진을 이루며 놓여 있었습니다.
출구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명의 그림자가 흔들리며 천장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두려움에 떨며 천장을 향해 고개를 돌리던 소녀는 자신의 발을 옥죄던 빨간구두가 벗겨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엉덩방아를 찧은 소녀의 발에서 날아간 그것은 대들보에 앉아 있던 여우 귀의 소년에게 잡혔습니다.
소년은 손에 쥔 구두를 짓이기고 소녀에게 미소를 지은 후 안개에 싸여 사라졌습니다. 새된 탄성을 지르며 소년을 향해 손을 뻗었던 소녀는 어느새 자신이 할아버지의 집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소녀는 어께의 숄을 끌어올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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