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와야] OR
“이스미 형. 우산 있어?”
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다 묻는다. 기원에 올 때까지만 해도 맑았는데. 비 온다는 소식이 있었냐고, 어젯밤에 날씨도 확인했다며 억울해하는 목소리는 덤이다. 어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아침에 보니까 비 소식이 있더라고. 뒤따라 내려오던 이스미가 손에 걸린 우산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다시 올라가 남은 우산을 찾았지만, 주인 없는 우산은 이미 원생들이 다 가져갔다. 물론 남아있어도 다 큰 어른이 애들 우산을 뺏어가기는 좀…. 저가 가져간 탓에 어린 원생이 비를 맞으며 집에 가는 일 따윈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와야는 조용히 제 옆을 따라다니던 이스미에게 말을 꺼낸다.
“있지.”
“응. 같이 쓰자.”
“….”
“왜? 난 처음부터 같이 쓰려고 했어.”
이스미가 먼저 같이 쓰고 가자고 했대도 올라왔겠지만, 먼저 말하는 것과 아닌 것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스미는 흘겨보는 눈을 마주치면서도 얼굴 가득 웃어 보였다. 그다지 장난스럽지도 않은 사람이 제게만 이러는 걸 보고 있자면 와야의 기분도 묘해진다.
처음 만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유독 친하게 지내기도 했고, 서로 챙기기도 했으니 탈 없이 이어진 인연이다. 둘 사이가 어딘가 달라진 건 몇 주 전, 와야가 혼자 무언가를 깨달은 시점부터다. 달라졌다는 감상 또한 와야 혼자만의 것이겠지만….
타인이 보는 이스미 신이치로는 어떤가. 차분하고 침착하고, 부드럽지만 단단하며 종종 날카로운 면도 있는 사람. 공통으로 나오는 말은 착하고 좋은… 뭐 그 정도겠다. 거기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유도 점점 늘어가니, 호감을 표하며 다가오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들의 관심이 단순히 친해지고 싶은 방향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와야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그래서 궁금했을 뿐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들인데 어째서 번호조차 주고받지 않는 건지. 도통 그 옆을 차지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 이유라도 있는지. 그때 이스미는 뭐 그런 걸 묻냐는 듯,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도 되는 듯이 말했다. 당연하지 않냐는 표정을 지으면서.
‘하지만, 누굴 사귈 시간에 바둑을 더 두고 싶은걸.’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러면 그렇지, 고개를 젓든 끄덕이든 하고 말았을 대답이다. 바둑에 미쳐있는 사람답지 않나. 와야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한편으로 공감하기도 했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럴듯한 이유라고 믿었던 마음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①
몇 주 전의 이야기로부터다. 휴게실에 모여 앉은 아이들 사이로 들려오는 대화였다. 애인이 생기면 보통 뭐 해? 짓궂은 얼굴의 아이들 앞에서 누군가 은은하게 홍조 오른 얼굴을 긁으며 하던 이야기. 아니지, 옆에서 그게 무슨 데이트냐고 말을 얹던 쪽이 더 말이 되나?
‘데이트라면 일단 만나야지. 아니, 매번 뭔가 특별한 걸 하는 건 아닌데…. 달리 하는 게 없어도 같이 있으면 좋으니까. 가볍게 산책만 해도 좋던데? 그러다가 커피도 좀 마시고, 밥도 먹고. 음,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어도 좋지.’
와야도 연애해 본 적은 없으니 듣는 이야기가 전부다. 여태까지 제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저기 앉아서 데이트의 정의를 읊는 사람의 말을 종합해 보자면, 데이트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다. 여유가 생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그 정도인 듯했다.
모든 문제는 거기서 시작된다. 이스미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나란히 걸어가던 며칠 뒤부터. 몇 걸음 앞에서 팔짱을 낀 채로 걸어가는 커플의 뒷모습을 보다가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그럼, 이스미 형이랑 나랑 이러고 있는 것도 데이트라고 할 수 있나?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물어도 어쩔 수 없다. 뜬금없이 떠오른 질문은 와야의 속을 복잡하게 만들기엔 충분했기 때문에…. 와야는 그날 하루, 텅 빈 일정의 달콤한 휴일을 그 질문 하나로 채웠다. 눈앞의 이스미는 계속해서 와야, 무슨 생각 해? 와야, 집중해. 너 오늘 좀 이상해. 같은 우는소리나 늘어놨다.
하지만 정말 이상하지. 이스미가 쉬는 날 불러내는 건 와야뿐이다. 단순히 다른 친구가 없다는 식의 이유라면 고민하지도 않았다. 와야가 알고 있는 것만 몇 명인데, 그런 이유일 리가 없었다. 와야와 가장 친하긴 해도 다른 사람과 못 지내는 편은 아니니, 약속을 만들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왜 항상 내가 아니면 안 되는지.
“이번 주는 안 돼.”
“으응? 다른 약속이라도 있어?”
“응. 미안하지만 이번 주는 다른 사람이랑 놀아.”
“아아아. 다른 사람이 없는데. 혼자 있어야겠네.”
“없긴 왜 없어? 혼다 형이 들으면 실망할걸.”
“와야랑은 다르잖아.”
그러니까, 뭐가 다른데?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말을 음료와 함께 삼켰다.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보나 마나 네가 제일 편하니까, 같은 대답이 돌아올 텐데. 그리고 말이지. 상상했던 답이면 어쩌려고? 그야, 너는 내가 …이니까. 그런 문장이 들려온다면 어떻게 반응할 건데? 와야 자신도 알 수 없는 마음이 소용돌이친다. 별다른 말 없이 앉아 있는 와야의 모습에 이스미는 불쌍한 척 눈을 치켜뜨기나 했다.
“어차피 바둑만 두는데. 누구든 상관없잖아?”
“바둑만이라니…. 아, 어제 본 건 별로였어?”
“뭐?”
“전에 재밌게 봤던 거랑 비슷한 영화로 고른 건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바둑만 두지 않는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안다. 당장 어제도 빌려온 비디오를 두 개나 같이 보지 않았나. 와야가 그대로 시선을 내리깐다. 할 말이 생각나질 않는다. 반투명한 빨대로 올라오는 음료의 색깔, 입안으로 들어오는 만큼 줄어드는 컵 안쪽을 보며 제 의심을 부정하기만 했다. 고작 그런 거로 좋아한다고 하면, 세상에 친구 같은 건 없을 거라고.
②
이스미 형이랑 집에 왔다가, 뭘 했더라. 아, 바둑. 무슨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걸어서 빠르게 끝나버렸는데. 그러고는 이스미가 자연스럽게 바둑판을 구석으로 밀었다. 바둑도 안 둘 거면서 왜 온 거야? 불만 가득한 목소리에 이스미는 웃음을 터뜨렸다. 와야, 우리 방금까지 기원에 있다 왔거든?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바둑이라도 두지 않으면 어색해서 집 밖으로 도망쳐버릴지도….
기어코 기보집을 들고 침대에 누운 와야는 한쪽 볼에 꽂히는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이스미는 시선이 맞는 바닥에 앉아 와야를 빤히 쳐다볼 뿐이다. 언제까지 나만 보고 있을 거야. 그만 봐. 그런 가벼운 말도 꺼내지 못한 채로 종이만 쳐다봤다. 그려진 바둑알이 그저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보인다. 아, 정말. 집중이 하나도 안 되잖아. 의미 없이 책장을 넘기던 와야는 작은 숨소리와 함께 이스미의 몸이 틀어지고 나서야 눈동자를 옮겼다.
힐끗 보이던 건 침대에 등을 기댄 뒤통수. 고작 그걸로 긴장이 풀려서는 저도 모르게 잠에 빠졌다. 눈에 들어오지 않던 기보를 다시 보기 위해 앞으로 넘어갔다가, 서서히 감기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뻑뻑한 눈가를 찡그리며 일어난 와야는 침대 끝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슴팍에 얹힌 기보집. 그걸 붙잡은 제 손을 만지작거리는 또 다른 손가락. 머리카락이 단정하게 가라앉은 옆모습. 쉬고 싶은 것처럼 굴어놓고 읽고 있는 기보집, 정확히는 책등을 받친 길쭉한 손가락. 다시 위로 올라가면 집중해서 내려온 속눈썹. 졸음을 가득 끼고도 사소한 것까지 눈에 들인다. 손등에서 손가락으로 올라가는 핏줄부터 길게 내려와 귓바퀴를 살짝 덮는 머리카락까지 전부.
“일어났네.”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린 이스미가 입을 연다. 멍하니 걸터앉은 옆모습만 바라보던 와야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으응. 어정쩡한 답을 내놓으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종종 있었던 일이다. 와야가 쉴 때 이스미는 등을 기대어 앉아서….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하지. 순간 씩 휘어지며 호선을 그리는 입술을 눈치챈 와야가 고개를 홱 돌렸다.
“뭐야. 왜 피해? 와야?”
웃음기 섞인 목소리와 함께 무게감이 옮겨온다. 아마 제 쪽으로 고개를 숙였겠지. 눈을 뜨면 코앞에 얼굴이 있을 게 뻔하다. 이미 내린 눈꺼풀을 더 꾹 눌러 닫은 와야가 얼굴을 베개에 파묻는다. 조금 더 잘래. 형편없는 핑계에도 이스미는 더 붙잡지 않는다. 순순히 수긍하며 굽혔던 상체를 다시 펼 뿐이다. 큰일 난 것 같은데, 어떡하지? 머릿속이 이리저리 뒤집힌다.
아무래도 이거, 여태까지 했던 거 전부 다… 데이트라고 불러도 되나 본데.
쓸데없는 고민으로 잠을 설쳤다며 넘긴 과거가 와야의 앞으로 몰려왔다. 감은 눈 사이가 바쁜 이유는 전부 이스미다. 잠에서 깬 와야를 내려다보던 눈빛. 따뜻하게 내려앉는 시선에 잠시 홀렸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스미도 제 눈빛을 직접 본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을걸. 그 속에 덕지덕지 낀 감정을 이제야 어렴풋이 눈치챈 주제에 그렇게 말해본다.
이스미의 다정함이 다른 의미일 수도 있다니. 무의식에 잠들어있던 욕심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왜냐하면, 그러니까, 이스미 형은 나에게…. 남들이 말하는 연애를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면서 뜬금없이 데이트에 꽂힌 이유가 있었다. 언제부터지? 저도 몰랐던 제 마음을 알아채고 나니 더 어렵다.
이스미가 와야를 볼 때. 의심할 여지 없는 눈빛이래도 확신할 수는 없다. 이스미는 모두에게 친절하니까…. 어쩌면 와야 자신도 이스미를 좋아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괜히 데이트라는 말에 꽂혀서 예민하게 구는 거지. 헛된 쪽으로 마음을 틀려고 할 때마다 여전히 잡혀있는 손가락이 화끈거리며 존재를 알렸다.
이어진 손가락을 타고 전해지는 온기가 퍼져 피부 끝으로 피가 몰린다. 목덜미까지 뜨거워지는 게 위에서 보면 신체 말단마다 죄 벌게졌을 게 분명하다. 일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길. 가볍게 쳐내면 아쉬운 기색을 보이면서도 그만둘 테지만…. 기보집은 진작 내려놨음에도 제 손을 간지럽히는 이스미의 손가락은 떼어내지 못했다.
어색하게 말아쥔 손을 가볍게 쓸다가 구부러진 손가락을 천천히 훑어내린다. 팔뚝을 타고 오르는 전기에 손가락 관절이 움찔 떨렸다. 이스미의 손은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티 나게 꿈틀거린 손가락 하나를 붙잡아 살살 문지르기 시작한다. 그 체온은 한 손에만 붙어있는데, 꼭 몸속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
갈팡질팡하는 제 마음에도 원하는 답이 있다는 것쯤이야 알지만, 혼란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이스미의 마음이 알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 확실히 하고 싶어. 그런데 확실히 한 다음은? 그 이후는 어떤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스미와 뭐라도 할 건가? 그럴 수는 있나? 마음을 들춰보기만 하고 도망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아직 제 마음조차 확신하지 못하는걸.
변한 것이 없으니 만나는 빈도수도 전과 같다. 그런 환경 속에서 와야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고도 어려운 것뿐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고, 정리는 속에서 끝내기. 거짓말이 적성에 맞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그쪽에는 영 재능이 없어 2주 내내 삐걱거리기만 했다.
물론 하다 보면 늘긴 는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몇몇 순간을 제외하고는 예전과 같아 보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면 우뚝 멈추기는 했지만…. 한 번씩 튀어나오는 어색한 행동을 보는 이스미는 어땠나. 종종 웃음을 참는 듯도 하고, 가끔은 말없이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그 뜻은 모르겠지만 직접적으로 물어오지 않으니 다행이라 여겼다.
“불편해?”
“어? 뭐, 뭐가?”
생각에 잠겨 걸으면서도 무의식이 자꾸만 틈을 벌렸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우산 밖으로 나가봤자 젖기밖에 더 하나. 그런 것쯤이야 알지만, 떨어지지 않으면 자꾸만 팔이….
“가까이 와. 다 젖는다.”
그러니까, 끌어당기면 팔이 닿는다고. 딱 붙어서는, 그, 눅눅하게 젖은 맨살이 스친다고. 그뿐인가. 몸통을 감싼 이스미의 팔뚝에서 따뜻한 체온이 전부 넘어온다. 가까이서 걸을 테니까 놔달라거나 좀 떨어지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급격하게 굳은 채로 앞만 보고 걸었다.
그새 젖은 어깨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울린다. 감기 걸리는 거 아냐? 후덥지근한 날씨에 반팔을 입고서도 그런 식이다. 감기는 무슨. 한마디를 겨우 꺼내놓은 와야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정신이 온통 스치는 팔에 꽂혀서…. 습기가 옮겨붙을 때마다 심장 소리가 커지는 듯하다. 착각이 아니라, 쿵쾅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먹먹하게 막았다. 심장이 거세게 뛰는 게 옷 위로도 티가 날까. 와야가 제 가슴팍을 힐끗 내려다본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알지만, 아니, 이 정도면 가능할지도….
미동도 없던 어깨가 파드득 튀어 오른다. 여전히 어깨 위에 올라간 손이 덩달아 들썩였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놀라 고개를 돌리던 이스미도 몇 걸음 앞에 보이는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한다. 붙잡아 둔 온기가 순식간에 떨어져 나간다. 반짝거리는 눈이 꼭 구세주라도 발견한 듯싶다. 와야가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자 상대가 뒤를 돌아본다. 들고 있는 우산이 큼직하니 두 명은 거뜬히 들어가겠다.
노란 앞머리의 주인공이 이스미 형이랑 계속 쓰지 왜, 투덜거려도 꿈쩍도 안 한다. 집이 조금 더 가까우니까. 핑계를 대며 옮겨가는 모습에 이스미가 하하, 소리 내 웃는다. 신도의 우산이 조금 더 크다는 핑계가 더 그럴듯했을까? 와야는 손잡이를 꽉 맞잡으며 가자, 빨리. 속삭이기나 했다. 밀지 마, 다 젖는다고! 투닥거리는 내내 속으로는 고맙다는 말만 건넸다. 더 붙어있었다가는 무슨 질문이든 하나쯤은 던졌을 것만 같아서….
☂
우산 손잡이에 겹친 두 손을 보는 입꼬리가 파르르 떨린다. 나는 몇 주 전부터 그 손에 아닌 척 닿기도 힘든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평생이 걸려도 모를 법한 감정을 알아차렸다 했더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까지도 한세월이 걸리려나 보다. 이런 것도 다 욕심이다. 여태까지 잘 기다려놓고 고비에서 망칠 수는 없다. 이스미는 여전히 서로 왁왁대며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조금 물러나는 정도야 괜찮다. 와야 혼자 알아차린 정도면 이제 정말 별로 안 남은 것 같거든.
이스미의 머릿속은 금세 며칠 전의 와야, 아침의 와야, 방금의 와야로 가득 찬다. 자는 척하느라 파르르 떨리던 눈꺼풀이나 그 위로 빨갛게 달아오른 귀 끝 같은 것들…. 그나저나, 아까 심장 뛰는 거 진짜 귀여웠지. 와야가 알았다면 일주일은 피해 다닐 생각을 하며 걷는 발걸음은 가볍고,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감미롭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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