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알버] 글로그 모음

[라이알버] Perfect Birthday Gift

2024.01.20 알버트 알로이스 윌프레드의 생일 축하 글입니다.

* <틱택토> 본편 게임 및 외전 <스케이프고트>의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 The World 이후의 시점이며, 라이오넬과 알버트가 연인 관계임을 전제로 합니다.

* 23년 3월 18일, 체이님이 업로드한 라이오넬 생일 축전 <Perfect Date Plan>(링크)과 연계되는 이야기입니다.

* 19일의 금요일을 기념하여 미리 업로드합니다. (하지만 씬은 나오지 않습니다. 차후 추가할 수도…….) 알버트, 미리 생일 축하해!

※※※후반 묘사가 좀 그런데 절대 리버스 아닙니다!!!!!!!!!!!!!!!!!!!!!!!!!!!!!!!!!!!!!!!!!!! 보기 드물게 리드하는 알버트(절대 른, 절대 수)와 보기 드물게 휘둘리는 라이오넬(절대 왼, 절대 공)로 생각해주세요!!!!!!!!!!!!!!!!!!!!!!!!!!!!!!!!!!!!!! 리버스로소비하시는분계시면 글 내립니다!!!!!!!!!!!!!!!!!!!!!!!!!!!!!!!!!!※※※


알버트, 올해 생일 선물은 뭐로 받고 싶어?

……보통이라면 그렇게 질문했을 것이다. 내가 준비한 선물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느니만 못하다는 게 내가 꾸준히 품어 온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게 있다면 그걸 콕 집어 선물해 주고 싶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다면-웬만하면 타인에게 빚지고 싶지 않으나, 사교 활동을 위해서라면 때론 선물이 오가야 할 때도 있었던 법이기에-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걸 선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버트는 내가 그를 생각하고 주는 건 뭐든 좋다는 의사를 비치곤 했으나 나는 굳이, 어떻게 해서든 그가 원하던 것, 또는 필요로 하는 것, 그가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 기어코 선물하곤 했다. 물론 우리가 연애를 시작한 지 벌써 거의 2년이 되어가기에, 그사이에 정말 순수하게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은 깜짝 선물이 없지는 않았으나 그마저도 ‘이 정도면 알버트가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수준으로 규모를 크게 벌려 선물한 것이어서-간략하게 적자면 나도 그에게 어떤 ‘장소’를 선물했다. 일출과 일몰을 구경하기 좋은, 나밖에 모르는 외진 장소에 우리 둘만이 들어갈 수 있는 움막 하나를 지어서 말이다-‘깜짝 선물’의 의의는 없었던 듯하다.

작년 3월 18일, 내 생일에 ‘대학 시절에 우리가 동거했던 집’을 알버트로부터 선물 받았을 때부터 나는 돌아오는 알버트의 생일에 그를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 고민했다. 앞서 말한 움막은 벼랑 아래에 있는 땅을 매입해 벌인 일이라, 남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도 그곳에 자주 가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내 도움이 없으면 알버트는 가지도 못할 정도로 가는 길이 험한 장소이니만큼, 그의 생일 선물로 하기에는 모자란 느낌이 있어서 생일 선물로 하는 건 포기하고 소풍 겸 데이트를 하러 가는 길에 그에게 공개했다. 알버트는 그런 까다로운 선물에도 무척이나 기뻐하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그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할 만큼 나는 벅차게 행복했다. 그가 훨씬 더 좋아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궁리하고, 궁리하고, 궁리하다가 결국…….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집 안을 바라보았다. 가구도 근사한 것으로 새로 마련한 게 몇 되었고-대체로 내 취향인 것과 알버트의 취향인 것으로 나누어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음식 역시 오늘 종일 부엌에서 팔 아프게 직접 만들었다. 품질 좋은 프랑스산 와인을 갖다 두었고, 꾸밈새나 테이블보, 분위기 따위에서 격식 있는 생일 파티 느낌이 나도록 연출하느라 기를 썼다. 그리고……. ‘그것’도, 확실히 준비해 두었다.

숨을 크게 들이 삼켰다. 오늘에야말로 전하는 것이다……. 정말로 오늘에야말로. 그런 결심을 하고 있자니 긴장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라 나는 길게 심호흡했다. 괜찮다,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뇌며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말발굽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올 게 왔다. 나는 창가로부터 멀어져 현관홀로 향했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었다.

“어서 와, 알버트.”


생일 전야제는 성공적이었다. 맛있는 음식, 좋은 술, 따뜻한 온기 속에서 오로지 우리 둘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고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갔다. 알버트는 우리만의 장소에서 우리만 아는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파티를 준비한 것이 내가 마련한 생일 선물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서운한 일이다. 아직 ‘진짜’ 생일 선물이 남아있었다.

“알버트, 아직 내가 너에게 안 준 게 있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이끌고 침실로 향했다. 그리고 침실 옆의 협탁에서 작은 곽 하나를 꺼냈다. ……아니, 꺼내려고 했다. 내가 말하는 그 ‘작은 곽’이 그 안에 있었다면!

협탁에 딸린 작은 서랍을 연 순간 나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고 말았다. 이 안에 있어야 할 곽은 없고 곽을 두르고 있던 리본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분명 오늘 아침 확인했을 때까지는 있었다. 파티 준비는 남의 손을 타지 않았고……. ……아니, 잠시만. 그러고 보니 딱 한 군데 남의 손을 탄 부분이 있었지.

……가구 옮길 때!

나는 소리를 내지를 뻔했다. 온갖 탄식이 내 안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내가 아무리 힘이 좋다고 할지언정 나 혼자만의 힘으로 옮길 수 없는 가구들이 있었고, 개중에는 주문 제작으로 늦게 입고되어 오늘 오후에 도착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것도 있었다. 전의 것들은 내 관리 감독하에 철저하게 일꾼들이 손 맞춰 옮겼으나, 오늘 오후에 도착한 가구는 일꾼들에게 지시만 하고 나는 따로 파티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 그도 그럴 게 오늘 온 건 침대밖에 없었으니까! 그것 하나 제대로 옮기지 못하는 머저리들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아무래도 머저리들은 ‘확실히 아니었던’ 모양이다. 빠르게 훑어보니 침실에 있는 돈이 될 만한 것들이 몇 개 사라진 채였다. 머저리들이 아니었다면 뭐 어떤가. 이제부터 차라리 머저리로 태어났다면 좋았을 거라고 후회하게 만들어 줄 셈인데. 아니, 그렇지만 그건 이후의 일이다. 지금 내가 해결해야 하는 건…….

“……라이오넬?”

내 뒤에서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내 하나뿐인 연인, 알버트 알로이스 윌프레드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가 문제였다. 네가 나와의 결혼을 하도 오래 고민하길래 이번에 마음먹고 청혼하기 위해 준비한 반지가 도둑맞았어. 걱정하지 마, 범인을 잡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그나마 다행이지, 오늘은 네 생일 전야일 뿐이니까 내일 네 생일이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서 반지를 돌려받을게. 돌려받지 못한다면 새로 반지 맞춰서 올게. 그러니까 내일까지 기다려 줄래?……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렇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알버트의 생일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내일이었다. 원래는 자정이 되자마자 반지를 선물하는 게 목표였으나 이미 물 건너갔고, 그러면 그의 생일이 끝나기 전에라도 어떻게든 반지를 되찾아서 선물하면 된다. 그러니까 아직까진 반지에 대해 비밀로 치부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나는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눈앞에 놓인 리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선물이야.”

나는,

정말,

내 인생에서 더는 없을 행동을 했다.

……그러니까,

목에 리본을 묶고 ‘내가 바로 그 선물’이라고 말하는 짓거리를!

젠장, 빌어먹을.

욕을 내뱉고 싶었다. 그 머저리들 욕을 실컷 하면서 길길이 날뛰다가 알버트가 내게 내어주는 위로의 포옹을 받고 안정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쨌거나 안일했던 내 탓도 있다면 있는 거니까. 게다가 아직 반지에 대해서는 비밀로 해야만 하니까!

내가 제대로 미소 짓고 있는지도 잘 알 수 없었다. 웃고 있는데 눈꺼풀이 떨리는 것 같다. 내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걸 알버트가 어떻게 해석했는지 모르겠다. 부끄러워서 억지 미소를 짓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다른 이상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지……. 이 순간만큼은 보이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이 드디어 사랑에 미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여우짓까지 한다고 생각하라고!

내 엄청난 염원이 통한 걸까, 알버트는 눈을 둥글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다가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곧 나에게 다가서며 내 목에 두른 리본 끝을 매만졌다.

“……선물, 풀어봐도 돼?”

무어라 입을 열어 대답하기 전에, 그의 입술이 내게 먼저 포개어졌다. 분노와 속상함 따위로 얼룩져 내내 입맛이 쓰던 입술에 익숙한 체온이 닿자 쓰디쓴 감정들이 서서히 녹아내린다. 나는 눈을 가볍게 내리감고 감각에 집중하기로 했다. 잊자, 반지를 도둑맞았다는 사실 같은 걸 지금 곱씹어봤자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건 없다. 내일 일어나면 바로 사람을 시켜서 예비 반지를 새로 사 오게끔 하고 도둑맞은 반지는 따로 찾게끔 하자……. 나는 그 생각을 뒤로 모든 걱정과 근심을 접었다. 그와 닿아있는 도중 그가 다른 생각하는 순간이 있을 때 내가 그것을 쉽게 알아채는 것처럼, 그 역시 내가 다른 생각을 하는 때를 알아챌 정도로 우리의 사이가 가까워졌으니.

목에 두른 리본이 사르륵,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가 어떤 기분으로 나의 장난 같은 선물을 받아들였을지 몰라 조금 혼란했다. 하지만 이렇게 내게 입 맞춰오고 온기를 기대어 온다는 건 역시 마음에 들었다는 걸까? 나는 이미 네 것인데도, 나를 선물 받는 게 그렇게 좋을까……. 정말이지 바보 같은 구석이 있는 녀석이다. 그 점까지 빠짐없이 좋아하게 되었지만.

평소에는 보통 내가 그를 침대로 이끌곤 했으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그가 내게 기대어 오면서 무게 중심이 쏠려 나는 점점 뒷걸음질 쳤다. 어느덧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었고 내 허벅지 위에 알버트가 살짝 올라타 앉은 채 나를 내려다보았다. 입맞춤으로 살짝 달아오른 숨에 술기운이 섞여 있었다. 적당히 들뜬 기분, 서로를 향해 박동하는 심장, 피부를 스치는 옷깃들 사이로 느껴지는 체온. 모든 게 고즈넉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의 베스트 단추를 풀기 위해 손을 뻗었을 때였다. 불현듯 알버트가 나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세게 움켜쥔 건 아니었지만 명백하게 ‘금지’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행동이어서 나는 손길을 멈춘 채 의아해하는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선물이라며. 선물이 멋대로 움직이는 게 어디 있어?”

“……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자 그가 예쁘게 눈을 휘어 웃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때로는 얄미워하는 그 어여쁜 미소로. 그 미소에 또다시 속절없이 심장이 떨리는 게 우스울 지경이었다. 내가 정말로 이 녀석을 사랑하는 것이 맞구나, 하는 그런 순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그러니까 넌 가만히 있어.”

“뭐? 야, 그런 법이 어디…….”

“생일자는 나잖아. 너를 나한테 선물로 준 건 그 누구도 아닌 너야.”

그러니까 받아들여.

그 말과 함께 알버트는 내 어깨를 꾹 밀어트려 나를 침대 위로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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