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서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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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은 집에 들어가자마자 짐을 풀었다. 인벤토리를 열어 안을 보다가 생각보다도 혼란스러운 모습에 손이 멈추었다. 플란은 물건 정리를 못하지도, 강박스럽지도 않았다. 적당히 편한 곳에 적당한 물건들을 모아두곤 했다. 많은 물건을 사거나 많은 것을 바꾸는 일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그의 가방은 적당히 깔끔했단 소리였다. 그러나 지금 그의 가방은 정리되지 않
*G25 이후. *가내밀레 이름이 나옵니다.
애쉬 로메인은 아주 끔찍하게 로맨틱해질 때가 있었다. 소소하고 뻔한 것들을 연출하거나 표현하려고 했다. 평범한 연인들처럼. 전쟁광대는 그게 퍽 우습고 낯설었다. 누가 제게 그런 애정표현을 한단 말인가. 누가 그를 그런 애정표현을 할 이로 본단 말인가. 지독한 전쟁을 휘젓는 왕에게서 어떻게 그걸 느낀단 말인가. 그것이 어리석고 의미 없는 생각인 건 알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을 선물하세요! 전 장미 10% 할인!! 백작은 가판대 앞에 아기자기하게 써진 문구를 보았다. 헤드라인 아래에는 손글씨로 ‘로즈데이 기념 특별 패키지 한정 수량!’ 이라고 적혀있었다. 가판대 위에는 다른 꽃다발보다 유독 화려하게 탐스럽게 꾸민 꽃다발들이 가득이었다. 날씨가 좋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향기가 풍겨졌다. 풍성한 꽃다
여자는 오늘따라 짐이 무거웠다. 책 세 권, 아이패드, 다이어리, 필사 노트, 보조배터리, 충전기 등등. 간식 몇 개와 물병도 잊지 않았다. 평소라면 가져오지 않을 것들로 가방은 가득 찼다. 여자는 긴 시간 오늘을 기다려왔고 그건 분명 다른 누군가도 마찬가지였다. 밖을 나서자 옆집 아이가 오늘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마녀, 하피, 마녀, 하피! 그녀는 익
*항교팟 아니마는 항공 교역 도중에 플란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들었다. “…어르신, 혹시 지금 깔창 끼셨습니까?” “…….” 그는 은은한 미소를 띤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주변의 다른 밀레시안들과 배가 날고 있는 높이를 보았다. 덮쳐졌을 때 밖으로 떨어지진 않을지 혹은 이곳에 얼마만큼의 피해가 올지,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항교팟 왜 이렇게 된 거지? 아니마는 자신에게 달려든 익숙한 자이언트 한명을 바라보며 방금 전까지의 일을 회상했다. 길진 않았다. 그냥 평범하게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스승인 키리에의 농장으로 가던 도중이었다. 발걸음치고 다소 육중한 소리가 울렸을 때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야 여긴 발레스지 않는가. 자이언트 가드들이 누군가라도 발견한 모양이지. 다
전쟁광대는 잠들어있는 애쉬 로메인을 보았다. 고른 숨을 내쉬며 무방비하고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상하게도 갈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바람에 살랑이며 부서지는 향취와 습기가 어린 듯한 흙냄새는 아주 소박해서, 그가 이끌고 다니는 모든 명성과 꼬리표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건 기억의 냄새에 가까웠다. 아주 오래 전 갈대밭에서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