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민여만이
미국의 겨울은 한국에서의 겨울과 사뭇 다릅니다. 아니, 내가 지내던 곳들만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두꺼운 담요를 두른 채 마루에 앉아 있던 시절을 떠올립니다. 어린 다리의 무릎까지 눈이 차오를 동안 나다니는 사람도, 들짐승도 없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차가운 기운을 머금어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소복소복 눈송이가 쌓여가는 소리만이 들립니다. 새하
나이 든 노부부는 그들의 어린 딸을 바라보며 이미 다 자란 아들을 떠올렸다. “죄송합니다. 전 그분들 이외의 사람에게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어요. 대신 제 동생을 잘 부탁드립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더듬더듬, 한 자 한 자 과할 정도로 곧게 발음하며 고개를 숙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침착한 목소리와 상반되는 참담한 얼굴이었다. 어린 나이에
태양이 얼굴을 감춘 하늘에는 작은 별빛 하나 보이지 않도록 먹구름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 아래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 이 땅 위의 모든 것을 씻어내려는 듯 무섭게도 쏟아진다. 곳곳에 균열이 간 아스팔트 바닥에 빗물이 고여 찰박거린다. 비에 젖은 옷이 피부에 거추장스럽게 달라붙어 오고, 얼굴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에 눈을 뜨기 어렵다. 젖은 머리카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