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민여만이
나이 든 노부부는 그들의 어린 딸을 바라보며 이미 다 자란 아들을 떠올렸다. “죄송합니다. 전 그분들 이외의 사람에게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어요. 대신 제 동생을 잘 부탁드립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더듬더듬, 한 자 한 자 과할 정도로 곧게 발음하며 고개를 숙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침착한 목소리와 상반되는 참담한 얼굴이었다. 어린 나이에
태양이 얼굴을 감춘 하늘에는 작은 별빛 하나 보이지 않도록 먹구름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 아래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 이 땅 위의 모든 것을 씻어내려는 듯 무섭게도 쏟아진다. 곳곳에 균열이 간 아스팔트 바닥에 빗물이 고여 찰박거린다. 비에 젖은 옷이 피부에 거추장스럽게 달라붙어 오고, 얼굴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에 눈을 뜨기 어렵다. 젖은 머리카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