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메리안
손가락 끝으로 집무실의 책상을 부드럽게 쓸어보았다. 나무의 투박한 질감이 살아있으면서도 손에 나무 가시 따위가 박히지 않도록 약을 덧칠한 장인의 작품은 아주 오랫동안 이 방의 중앙을 지켜온 만큼 사용감이 가득하고 군데군데 마모된 자국이 보였다. 어릴 적부터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지만, 그래도 요 몇 년 간은 좋은 황제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있어서인지
창문으로 아무 빛도 들어오지 않는 밤, 방에는 작은 촛대 하나만이 켜져 있었다. 잠에 들 시간이라 씻고 침의로 갈아입기까지 했지만 낮의 일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왜? 대체 왜? 아델하이트가 나를 적으로 돌리기로 결정했다고? 대체 무슨 뒷배가 있어서? 설마 내가 엘레노어 가와 내통한다 여겼나? 연회에서 리산드라와 대화한 것 때문에?
차가운 밤바람이 막 돋아난 나뭇잎들 사이를 지나치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이제는 봄이라지만 여전히 밤이 되면 쌀쌀해지는 날씨 탓에 갑옷 안에 옷을 덧입고 나왔음에도 괜시리 뼈가 시리는 기분이 들었다. 보름에 가까운 달 덕분에 늦은 시간에도 길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등불 하나 들지 못 하는 처지에도 눈앞의 사람을 쉬이 식별할 수 있었고, 험한 숲을
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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