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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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이었다. 주인과 노예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건방진 황제의 손바닥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보잘 것 없는 장난감. 이미 패가 다 결정 난 체스판 위의 권력 없는 왕이었고 더 이상 단물을 뺄 수 없는 질겅거리는 껌 한 덩어리. 주인은 버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지만 장난감이 자신에게 혐오를 느끼면 언제든 자유를 줄 수 있다는 듯 구는 시건방진
“앗, 미안! 소란피우면 안 돼! 착하게 있겠습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자신은 단 한 줌도 손에 쥐지 못한, 남들에게 모두 다 있지만 마치 저 아이에게만 존재하는 것 같은 푸르고 따스한 생기가 가득 담겨있었다. 스스로에게 놀라 스스로가 질문한 것에 대해 요란하게 답을 하고, 당최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을 연이어 쏟아 붓곤 원하는 답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고고한 황제를 좋아하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은 여름날이었다. 날이 그냥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무지막지하게 더웠고 이에 차가운 기운이 서리면서 딱 부러지도록 만들어진 시원한 가리가리군이 생각나는 날이었으며 그냥 더 이상은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던 날이었다. 그날도 여전히 심심한 마음에 수업을 탈주하고서 오선지와 잉크가 가득 차 있는 볼펜 한 자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