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할라에는 철학 폴리스 말고도 다른 폴리스들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문학 폴리스, 과학 폴리스, 의학 폴리스, 그리고 미술과 음악 폴리스 말이다. 각각의 폴리스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폴리스 내부에서 타인들과 교류를 하거나 대화, 또는 논쟁을 벌이지만, 가끔은 -이곳에서 새로이 생긴 인연이거나, 어쩌면… 생전에 이미 인연이 있었거나 하는 사유로-
“눈 내려요, 선생님!” 장지문이 벌컥 열린다. 하곡은 반사적으로 안쪽에 잠들어있는 양명의 기색을 살폈다. 그는 여전히 조용했고, 바깥은 이미 눈이 소복히 쌓여 문틀 너머로 들어오는 빛이 새하얬다. 하곡은 그의 자리와 양명의 이부자리를 가르는 천을 내려두고는 바깥으로 나왔다. 한껏 상기된 얼굴의 아이가 뺨을 동그랗게 부풀리며 작은 눈사람을 건네주었다. 눈
노자가 그를 찾았을 때 구는 어린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날 때부터 기감이 민감하던 치였다. 구는 돌아보는 대신 거센 바람에 펄럭거리는 왼소매를 갈무리해 겉옷 안에 밀어넣었다. 이담이 환자의 행동에 간섭하지 않음을 알아서 하는 행동이었다. 노자는 그 모습을 가만 지켜보다가 돌길을 터벅터벅 내려와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조금 더 아래, 누가 일부러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