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2 모음
“미즈키, 잠깐 여행 다녀오자.” 대화의 요령이란 발화된 말을 듣고는, 거기에 담긴 속뜻을 추정한 뒤 상황과 입장에 맞게 답하는 기교라 할 수 있겠다. 아키야마 미즈키는 생각한다. 방금 자신이 들은 여행이란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일단은 유연하게 해석해본다. 오다이바 레인보우 브릿지 인근의 유명 디저트 가게에서 얼마 전 판매 개시 했다는 여름
가을이 이르게도 겨울의 스산함을 흉내내기 시작한 시기였다. 계절이 바뀌어도 공기가 차갑고 건조해질 뿐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는 그리 달라지지 않을 터였다. 언제나의 일상이 질리지 않을 만큼의 양념만을 곁들이며 하루하루 반복되리라. 그런 염세적인 예측은 깜짝 놀랄만한 대사건으로 인해 일부나마 깨어졌다. 대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시노노메 에나가 공모전에서
*첫째 날 09 : 40, 역에서 / 요이사키 카나데 x 시노노메 에나 기차의 출발 시간은 오전 10시 20분이었다. 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은 9시 45분. 그리고 시노노메 에나가 역에 도착해 상대를 기다리기 시작했던 시간은 오전 9시 10분.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에나는 역 한켠의 의자에 앉아 전날 약속 상대와 나눴던 메신저의 대화 내역을 질리
편의점에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시노노메 에나는 무엇을 마시는 게 좋을지에 대해 골몰하고 있었다. 일기예보에서 말했던 이상으로 해가 가혹하게 쨍쨍한 날씨였다. 미술학원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부터 아가씨는 갈증을 느꼈던 터였다. 적당한 수분을 공급받지 못한다면 집에 도착하기 전에 길가에서 뻗어버릴지도 모른다. 학원 내에 정수기가 있긴 하지만, 밍밍한 냉수를 들이
아키야마 미즈키가 새로 개장하는 화장품 전문 매장, ‘코스메 아 라 모드’ 에서 일하게 된 과정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었다. 개장일에 맞춰 짧은 기간만 일하는 임시 근무일 뿐, 원래 일하고 있는 의류 리폼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는 건 아니다. 정식으로 고용 계약을 하는 형태였다면 미즈키는 새로 생기는 매장에서 일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