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계절이 지나고, 멸망의 소식 따윈 전해지지 않은 제 1세계. 어느새 노르브란트에도 겨울이 찾아왔는지 레이크랜드의 보랏빛으로 수 놓아진 전경에 희끗한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벌써 이 곳엔 첫 눈이라도 내린 모양이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퍼져 사라졌고, 간간히 울려퍼지던 마물들의 울음소리는 동절기를 맞아 거의 들리지
밤이 깊어지는 시간, 에메트셀크는 셀린이 돌아오지 않은 방 안에 홀로 시간을 죽이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시간 즈음이면 돌아오던 이가 기척도 느껴지지 않자 에메트셀크는 답지 않게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럴 법도 했다. 연장된 임무로 인해 거처로 돌아오지 못하는 날엔 잠시 틈을 내어 언질을 해주곤 했으니. 처음에는 그런 날이라고 여겼다. 말을
"마지막은 네게 맡기마. 꼭 살아서 돌아와, 셀린. 우리의 보금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언제고 얘기했잖아. 내가 죽을 곳은 내가 정한다고." 걱정하지마.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 빛의 전사는 세계를 위한 마지막 싸움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종말을 노래하는 새. 아이테리스를 제외한 모든 별의 멸망을 흡수한 죽음의 정수. 야만신과 대적할 때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