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긋지긋하네요. 퇴마사 씨." "…… 죄송해요." "죄송하다 해봤자 또 그럴 거 아닙니까? 그 사과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네요." 일부러 벼려낸 비수를 쏟아내어도 지젤은 기어이 아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죄송하다 미안하다 사죄를 읊는다. 이젠 거의 버릇처럼 흘러나오는 사과를 들으면서 아인은 속 막힌 울분을 해소하지도 못하고
"비키세요, 퇴마사 씨." "그럴 수는 없어요." 아인은 오늘도 자신의 앞을 막아선 채로 곧은 눈빛을 거두지 않는 지젤을 보면서 고요하게 입매를 비튼다. 엘의 힘을 이용하려 들었던 잡배들을 심판하려 할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방해꾼은 평소 유약하기가 이를 데 없어 자신의 어문 하나하나에 눈치를 보고 몸을 움츠리는 주제에, 아인이 살생을 저지르려 할 때
“…그런데 사토 씨, 가끔 오른발을 저네요” 아, 이거. 잘못 걸렸다. 오쿠야마는 제 말에 멈춰 선 사토를 보며 생각했다. * 아인 오쿠야마의 시작. 도쿄 외곽에 허름한 빌라. 전부 불타고 까맣게 변해버린 방 안. 불꽃의 시작은 청소 안 한 콘센트와 노후한 전선. 온전한 것은 제 몸뚱아리 하나. 인터넷에만 존재하는 지식과 가깝던 오쿠야마
인종, 성별, 힘, 재력, 부모, 재능. 이 세상에는 공평하지 않은 기회로부터 많은 차이와 차별이 태어난다. 그렇다면 목숨에서 공평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떨까? 그 생물은 죽지 않는다. 그 생물은 아인이라 불린다. * 광활한 사막. 어쩌면 들판에서부터, 가까이. 점점 더 가까이. 이곳은 미국 어딘가. 장소 불명. 하얀 석관처럼 보이는 원통에 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