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시백은 쥐어짜듯 조이는 심장을 콱 움켜쥐며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호흡하는 것마저 고통스러울 만큼 폐는 깊숙이 말라 있었고 공기 중에 산소는 턱없이 부족했다. 날숨마저 아까워 헐떡이는 입에선 차마 삼키지 못한 침이 뚝뚝 떨어졌다. 메케한 연기에 사고가 흔들렸다. 땀방울이 눈에 들어가 똑바로 앞을 보기 어려웠다. 거추장스럽게 내려온 앞머리 사이로 일그러진
자네, 루프라는 말을 알고 있는가? 루프요?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뜻이지. 1 마지막 날에는 비가 세차게 내렸다. 서재호도, 양시백도 침묵한 채 내리는 비를 우산도 없이 맞고 있었다. 백석 빌딩 앞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듣고 만 소리에 못 박힌 것처럼 허망한 눈으로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눈을 찔러드는 빗방울에 때때로 시야가 가려지고 바로 옆이
회색도시 1 엔딩과 진범의 강력한 스포가 있습니다!! 시백준혁이라고 썼는데, 크게 티가 안 납니다. 하지만 전 시백준혁이라고 썼습니다. 점점 눈이 감겨 올 때 울컥 든 마음에 미안하다 말해볼걸 좀 더 얘기 해볼걸 그냥 안아 볼걸 카더가든 - Home Sweet Home 끝이 오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선을 넘은 순간부터 이런 결말을 예상했기 때문
회색도시 1의 전반적 스토리, 회색도시 2의 양시백 과거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간선이 조금 꼬여 있습니다. 3부 3편 전을 기점으로 작성하였지만, 3부 3편 이후의 본편 대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백이 준혁을 짝사랑 → 외사랑 합니다. 이어지지 않습니다. 시백은 준혁이 좋았다. 왜 좋은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첫째로, 생판 모르는 사람인
'중학생 시백이랑 혜연이랑 태성이로 등굣길'이라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쓴 글입니다. 원작에서 뒤지고 뒤지게 다른 if 이야기로 원작과 상이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시백아, 일어나야지.” 낮은 목소리가 잠을 깨운다. 베개에 고개를 묻고 잠투정을 부리는 아이에게 그는 한 번 더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시백아. 그제야 아이는 고개를 들었다. “어서 일어나. 개
얼음과 눈이 녹는다. 영하를 맴돌던 기온도 조금씩 올라가 10도를 훌쩍 넘어가고, 눈 대신 비가 며칠 내내 쏟아지는데, 때아닌 장맛비는 아니겠지. 흠뻑 젖은 땅을 바라보다 달력을 본다. 아! 봄비구나. 그래, 겨울이 잠들고 꽃 피어날 계절이 온다. 두꺼운 겉옷은 자연스럽게 옷장 제일 안쪽으로 밀리고 반팔티가 앞으로 꺼내지길 일주일째, 최재석은 소매를 걷어
- 회색도시1의 스포일러성의 내용이 있음 양시백은 고개를 들었다. 푸르게 맑은 하늘 위로 흘러가는 구름은 마치 솜사탕 같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또 지나 따듯해진 공기에, 눈을 한 번 더 껌벅이면 금세 여름 가운데 서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삼키며 쭉 이어진 길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어머, 선생님!" 그의 걸음 뒤로 반갑다는 듯이 걸어오는 목소리가 붙는
: 배준혁x양시백, 스왑연반앤솔로지 수록했던 글 양시백 - 백석의 양성소 출신 히트맨. 연상. 일상을 선망하고 여전히 정이 많다. 배준혁 - 흥신소 직원, 주로 뒷골목의 일을 하는 아이. 연하. 타인의 감정에 흥미를 가진 적이 없지만, 어쩐지 양시백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이 간다. ⁂ 배준혁은 고개를 들었다. 펼쳐진 우산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시백 씨!" "양시백이!" 위험한 일에도 발 벗고 나서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똑똑히 아는 이상 모른 척 할 순 없었다. 그저 남겨질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섬뜩하게 헤집어지는 감각과 함께 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아주 짧은 시간 주마등을 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죽다 살아난 이후 종종 복권을 샀던 서재호는 거짓말처럼 간소한 금액에 당첨됐다. "체, 저도 아저씨 따라서 복권 사볼 걸." "헹, 자동으로 뽑힌 거라 안 됐을 걸?" "당첨금으론 뭐하실 거예요? 컴퓨터 바꾸시나?" 당첨금 수령하지도 않았건만 권혜연과 양시백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세금 떼고 나면 실수령액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랬다. 아직까지는
양시백은 사람이 싫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모든 사람들은 양시백을 마주할 때 선입관을 갖고 그것을 강요했다. 그저 그가 타고난 눈매가 매섭다는 것만으로도 째려본다느니, 싸움을 건다느니 시비를 걸었다. 원래 눈매가 이렇다, 시비를 걸지도 않았고 그쪽이 누군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길이었다, 시비는 지금 당신이 걸고 있는 게 아니냐. 난 상관없다. 오해받을 만한
양시백은 가끔씩 서울을 배회했다. 도장은 여전히 폐업 신세여서 먹고 사는데 지장이 있었지만 그동안 먹어온 세상 물정이 있어서 입 하나 정도는 풀칠하며 살 수 있었다. 넉넉하지 않음에도 겨우 쥐어짜낸 여유를 짧게 만끽한 양시백은 따뜻하진 않지만 춥지도 않은 옷차림으로 도장을 나섰다. 날은 햇빛조차 얼음으로 빚어낸 것처럼 싸늘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해
차 위로 떨어져내린 최재석의 몸. 가속도가 붙은 몸뚱이에 실린 힘이 어느 정도였는지 찌그러진 차의 천장이 보여주고 있었다. 양시백은 최재석의 얼굴을 보았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파란색 츄리닝 차림이 보라색으로 보일만큼 고였던 새빨간 피가 울컥거리며 차체를 타고 한 방울, 두 방울, 뚝뚝 흘러 땅을 적셨다. "허어억!" 양시백은 꿈속
양시백이 태권도장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태권도 이외에 는 게 있다면 종이 공작 실력이었다. 자르고, 접고, 붙이고. 성인반이나 특기생들의 비중도 꽤 있었지만 아이들이 제일 많았기 때문에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날이면 일찍 마치고 먹고 마시는 시간을 갖곤 했다. 작은 트리와 꼬마전구뿐만으론 다소 휑한 구석이 있어서 반짝반짝 빛나는 (일반 색종이에 비해
"좋아할까요?" "좋아하겠지." "오빠 생일이 12월이었구나..." "재호 씨는 어떻게 알았어요?" "언론계의 황야에서 살아남은 기자에게 못 알아낼 것이란 없지." 권혜연 뿐만 아니라 홍설희 역시 빤히 바라보는 바람에 서재호는 허세 부리던 것을 그만두고 사실대로 말했다. "자연스럽게 내 생일 알려주면서 양시백이 생일도 물어봤어." "전 2월 14일이에요
"...저, 작은 형님." 쭈삣거리는 기색이 역력한 조직원이 김성식에게 다가왔다. 김성식은 이놈이고 저놈이고 잘못한 놈마냥 빌빌거리는 꼴이 보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으스대는 놈은 더 질색인지라 제 성격을 누르며 고개를 까딱하는 걸로 대처했다. "뭐야. 도진 형님이 부르기라도 해?" "아, 아뇨. 그..새로운 신입놈을 뽑는 것 때문에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비 한 번 긋고 나니 지독한 무더위가 조금 누그러진 기분이 들었다. "다녀올게요." "그래, 잘 다녀와라, 양시. 친구 데려올 거면 미리 말하고." "관장님도 참, 제가 애에요?" "헉...설마 우리 양시, 친구 없냐?" "나 참, 농담 그만 하세요." 말은 그렇게 주고받았지만 모처럼의 외출이었다. 빠르게 다가와 길게 지속되는 무더위에 관장님은 여름 휴
서재호의 집을 나선 양시백이 도장으로 돌아가는 길의 날씨는 점점 매서워질 겨울인데도 그날따라 푹하다고 해도 될 만큼 따사로웠다. 양시백이 골목길을 꺾어가며 몸을 움직이자 목에 걸린 인식표가 서로 맞물리며 짤랑 거리는 소리를 냈다. 양시백이 하고 있는 군번줄 목걸이는 오래된 물건이었다. 10년 전쯤, 직업소개소에 흘러들어갔다가 아닌 밤중의 홍두깨마냥 칼에
양시백의 수면시간은 대개 10시에서 그 이후로 그 사이에 자기는 하지만 불규칙한 구석이 있었다. 대체로 그렇게 늦게까지 깨어있다 보면 최재석과 야식이나 간식을 주워먹기도 했고 그러다 보면 소화 시킨다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얼마 없는 책을 뒤적여 읽거나 하는 일로 더 늦은 잠을 자곤 했다. 양시백의 경우 이번에는 후자였는데, 조용하던 두 사람이 -최재석은 책상
"모두...꼭 이래야만 했던 겁니까?" 으득, 남자가 이를 갈았다. 육신의 상처만이 모든 상처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 점에 입각한다면 이 사람이고, 저 사람이고, 죄다 엉망진창이었다. 죽어가는 자와, 그의 옆에 선 자. 그 이전에 마주 보았던 자들 모두가. 목숨이 아깝지 않느냐는 중년의 말과 함께 철커덕 하는 쇳소리가 강압적으로 눌린 침묵에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