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쉼없이 움직였다. 타닥거리는 자판 소리를 듣던 차에 창 밖을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지는 기지개를 키고 문득 혼자 중얼댔다. 대근혀…. 여태 입에 붙어버린 사투리가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하지만 이것마저 없어지고 저것마저 없어지면 누가 기억할 수 있을까. 그 생각에 말만, 사진만, 구슬만 소중히 여기기를 한참이었다. 이별을 가장 잘
손 아래서 깔끔한 정복이 판판히 다려졌다. 무엇보다 이 시간이 차분했다. 미야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일을 끝내고 두어 번 옷을 털었다. 먼지 한 톨 없이 푸른 방범대 옷을 입으면 무엇보다 이 마을의 수호자가 된 기분이었다. ‘넌 방범대 아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술희 성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미야야, 너를 다시 받으면 그때 일을 문제 삼지 않겄냐.
잊혀진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고 살았을 때가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점점 사라져 종내에는 한 톨도 남지 않는다는 그런 것. 망각이란 건 무서웠다. “조심히 가셔유.” 말은 그렇게 했으나 한 구석에서 자꾸만 그것이 올라왔다. 저짝이 떠나면 네 곁에 누가 있을 건데? 의리를 기억해 줄 사람도 다시 너 뿐이여. 조용히 시키고 싶었지만 집요하게 그를 감싸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