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조용히 해라.” 키사키의 말에 금방 꼬리를 내리고 조용해진 소라는 그의 말이라면 곧잘 들으면서 한마에게는 대놓고 으르렁거리는 듯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제 주인에게만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나 다름없어 보였다. 단지 제 옆에 앉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쾌하다는 어필을 하는 모습으로도 보였지만, 한마가 그런 데에 신경이
“키사키 군, 키사키 군, 같이 가요!” “따라오지 마.” 소라가 키사키 텟타를 쫓아다닌 지도 벌써 한 달은 족히 되었다.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학교 밖에서도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은 영락없이 어미 새를 쫓아다니는 새끼 새처럼 보였다. 각인 효과라고 하는 게 인간에게도 통용될 리는 없건만 소라는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항상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 멀
소녀가 소년을 처음 본 날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날은 입학식 날이었을 터이다. 고작해야 갓 중학생이 된 신입생들 사이에서 대표로서 단상에 서서 인사를 했던 소년. 소문으로 듣기에는 수석으로 입학했기 때문에 대표를 맡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공립이라면 몰라도 사립 학교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평범해 보이는 그 소년은 주변에서 보기에
러브레터란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그 무엇보다도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고백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쯤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지금 막 신발장 안에서 꺼낸 편지를 손에 쥐고 있는 소년도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러브레터는 꾸깃꾸깃 구겨져서 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게 정녕 러브레터이기는 한가 싶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