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똑같은 사람. 혹시 어릴 적 잃어버린 쌍둥이? 하지만 가족도 친구도 같다. 혹시 모두 같은 삶을 사는 운명공동체? 하지만 직업도 위치도 같다. 혹시 어느 쪽이 진짜?
점차 세계는 넓어지고 모든 것에 거리감이 생긴다.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잃어버리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했다가 차이고 친한 친구는 저 멀리 유학을 가버리고 그 중에서도 반드시 무언가는 가까워져 온다.
오른눈에 눈병이 나서 눈을 뜨지 못했다 돈이 없어서 일단 일을 하러 나왔다 동료가 오른눈이 실명되었냐 물어 고개를 가로젓고 눈병났다고 했다 사장이 내려와 작업 환경을 둘러보았다 오른눈을 감고서 열심히 작업 중이다 사장이 오른눈이 실명되었냐 물어 고개를 가로저으려고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일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모든 일은 평소와 다름없이 이루어지
기다란 나뭇가지를 든다 왼손으론 소중한 사람, 오른손으론 소중한 물건 전부 기억나는 아름다운 모습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다른 것과 모두 같아졌다
영화관 자리에 앉았다. 왼쪽 자리에 앉은 사람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몸은 고철덩어리 기계지만 원래 뇌구조 그대로 기계로 구현된 사람입니다." 아하, 그렇구나 오른쪽 자리에 앉은 사람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머리는 신호를 받는 기계지만 몸은 인간과 동일하게 구현된 사람입니다." 아하, 그렇구나 두 사람이 모두 내게 악수를 청했다. 마지
전원 버튼을 누르고 비행기 모드를 선택 눈이 따가워져 황급히 감았다 아직도 침대는 비행 중
드디어 감정의 알고리즘을 모두 짜내 담는데 성공 이 알고리즘을 탑제한 AI는 인간 형태의 기계에 넣어졌다 어느 누구도 이를 보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질 않았다
유기 숨바꼭질을 했다 나는 술래, 네가 숨었다 가장 익숙한 곳부터 찾아보다가 점점 함께한 기억이 드문 곳을 뒤지게 되었다 없다 더는 못 찾겠어 이제 그만 나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계속 술래, 인기척조차 없었다 내가 말했다 이제 숨바꼭질은 싫어 다른 놀이하자 술래잡기도 좋고 공놀이도 좋아 아니,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러니까
미쿠와 네로 (미쿠* : 일본의 가상 캐릭터) 미쿠의 그림이 찢어지자 그 애는 죽었다 교회에 모인 이웃들은 그딴 거에 죽냐고 했다 성모마리아는 그딴 거보다 하찮다 현실을 몰라 꿈속에 산다던 애는 미쿠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던 그 애는 꿈만 꾸면 울었다 그 애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던 아로아네 아빠는 입관하던 날 벌금을 내고 풀려났다
책갈피 일기장을 펼쳤다 넘겨보다 가끔씩 멈춰 섰다 그곳엔 아홉 살이 있고 열다섯 살이 있고 열아홉 살이 있다 운 나쁜 아이가 조각난 몸을 줍고 있다 누덕누덕 기워진 아이가 쪽마다 있다 서른 살이 쪽마다 밀어내고 앉았다 다 잊었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무표정하게 등돌린다 나잇값 하려고 책 갈피마다 못 자란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