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숨바꼭질을 했다 나는 술래, 네가 숨었다 가장 익숙한 곳부터 찾아보다가 점점 함께한 기억이 드문 곳을 뒤지게 되었다 없다 더는 못 찾겠어 이제 그만 나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계속 술래, 인기척조차 없었다 내가 말했다 이제 숨바꼭질은 싫어 다른 놀이하자 술래잡기도 좋고 공놀이도 좋아 아니,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러니까
미쿠와 네로 (미쿠* : 일본의 가상 캐릭터) 미쿠의 그림이 찢어지자 그 애는 죽었다 교회에 모인 이웃들은 그딴 거에 죽냐고 했다 성모마리아는 그딴 거보다 하찮다 현실을 몰라 꿈속에 산다던 애는 미쿠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던 그 애는 꿈만 꾸면 울었다 그 애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던 아로아네 아빠는 입관하던 날 벌금을 내고 풀려났다
책갈피 일기장을 펼쳤다 넘겨보다 가끔씩 멈춰 섰다 그곳엔 아홉 살이 있고 열다섯 살이 있고 열아홉 살이 있다 운 나쁜 아이가 조각난 몸을 줍고 있다 누덕누덕 기워진 아이가 쪽마다 있다 서른 살이 쪽마다 밀어내고 앉았다 다 잊었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무표정하게 등돌린다 나잇값 하려고 책 갈피마다 못 자란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