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냉혈한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큰 키 때문에 항상 사람을 내려다봤다. 위에서 아래로 시선을 내리꽂는 회청색 눈동자의 색이 싸늘했고, 입매는 항상 아래로 기울어진 채였으며 농담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성격이 그 단서였다. 사실 가브리엘은 냉혈한이 아니었다. 그러나 스스로 그렇게 보이길 원했다. 이성적이고 이지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것
에밀리에게서는 빨강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빛을 모조리 반사해버릴 듯 찬란한 금발과 빨강과는 상극인 짙은 녹색 눈동자, 핏줄이 비칠 만큼 하얀 피부는 얼핏 창백해 보일 수 있었지만 머리카락이 반사하는 빛과 눈에서 타오르는 생기가 그런 느낌을 없애 줬다. 타고난 차갑고 고고한 인상과 달리 긍정적인 성격과 태양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어 아무도 에밀리를 차갑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