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큘러스 전력

빨강

레이디버그 전력 415회

에밀리에게서는 빨강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빛을 모조리 반사해버릴 듯 찬란한 금발과 빨강과는 상극인 짙은 녹색 눈동자, 핏줄이 비칠 만큼 하얀 피부는 얼핏 창백해 보일 수 있었지만 머리카락이 반사하는 빛과 눈에서 타오르는 생기가 그런 느낌을 없애 줬다. 타고난 차갑고 고고한 인상과 달리 긍정적인 성격과 태양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어 아무도 에밀리를 차갑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에밀리를 처음 만났을 때, 가브리엘은 마치 타오르는 불 속에 손을 집어넣은 기분이었다.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그의 성정을 얼음 같다고 표현한다면, 에밀리는 그의 마음을 녹인 것이다. 에밀리의 불은 결코 사람을 완전히 태워버릴 정도가 아니었다. 그 점이 가장 좋았다.

뜨겁게 타오르는 불, 그리고 무지개의 가장 첫 번째 색깔. 가브리엘에게 에밀리는 그런 의미의 빨강이었다.

그러니 그의 아들이 빨강으로 가득한 영웅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마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드리앙에게 있어 빨강이란 행운과 정의의 상징이었다. 두 사람이 맞설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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