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있는데 줄 수가 없어
레이디버그 전력 411회
주제 [연인]
레이디버그와 블랙캣이 최고의 파트너라는 데는 파리의 모든 시민이 동의할 것이다. 그 둘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데는 아이스크림 장수 앙드레가 보증을 섰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서로를 이어주는 아이스크림을 몇 번이고 함께 먹으면서도 그 사실을 부정했다.
"저희는 서로가 누군지도 모르는 걸요."
"누구인지 왜 몰라? 너희는 레이디버그와 블랙캣이잖아. 파리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쌍!"
"그건 그렇지만······."
두 사람은 더 설명하는 대신 아이스크림을 떠 먹었다.
원래 순찰을 도는 시간은 대부분 해가 지기 직전이나 진 다음이라 아이스크림을 먹기에 좋은 때는 아니었다. 레이디버그와 블랙캣의 경우 수트가 추위를 경감시켜 준다는 사실을 안 앙드레가 계절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두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 조금 일찍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순찰만 돌지 말고 데이트도 해!"
앙드레가 주는 공짜 아이스크림은 고마웠지만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난감했다.
"그럼 순찰 데이트를 해보실까요?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순찰을 끝내고, 아이스크림은 노을을 바라보며 먹는 게 어때?"
"그건 진짜 데이트 같네. 그래서 더 좋아. 얼른 가자!"
공짜 아이스크림이 앙드레가 베푸는 친절이었다면 언제고 에펠탑 전망대에 오를 수 있는 건 파리 전체가 동의한 두 영웅만의 특권이었다. 파리 시민들은 둘의 데이트를 위해 자발적으로 자리를 피해주고는 했다. 그들이 데이트를 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해도.
"앙드레 씨도 참. 호의는 감사하지만, 매일 우리가 올 때까지 기다리시고 진도를 물어보실 때마다 좀 곤란한 것 같아."
"그러게. 오히려 우리가 변신할 일이 없어야 원하시는 대로 될 텐데."
레이디버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지만 그렇게 돌려 말하지도 않는 블랙캣과 다르게 레이디버그는 소극적이었다. 영웅이기 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서의 레이디버그는, 마리네뜨는 사랑에 굉장히 깐깐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서로에게 한 톨의 비밀과 거짓도 없어야 한다는 신조였다. 정체를 감춰야 하는 영웅이 되는 것도 계획에 없던 일인데, 서로에게 정체를 감춰야 하는 입장인 파트너를 사랑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레이디버그가 망설이는 사이, 블랙캣은 자신의 마음을 빈틈없이 보여줬다.
"잘 몰라도 상관없어. 난 네 비밀까지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난 너를 점점 더 알고 싶어. 블랙베리 맛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해. 크루아상은 좋아하는지, 마카롱은 좋아하는지, 바게트에는 뭘 곁들여 먹는지, 전부 알고 싶단 말이야."
어쩌다 진심을 말해버렸을 때, 블랙캣은 명료하게 답해줬다.
"나도 그건 알고 싶어. 그럼 오늘은 같이 크루아상 먹을까? 근처에 맛있는 빵집이 있는데."
순찰 이후에 둘이 함께 하는 일은 점점 다양해졌다. 대부분 사소한 것들이고, 함께 하는 동안에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사실도 아주 작고 사소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좋았다.
"마리네뜨! 네가 없는 사이에 레이디버그와 블랙캣이 다녀갔어. 빵이 막 갓구워진 참이라 다행이었지. 다음에 또 오면 그때는 마카롱을 서비스로 줘야겠다. 두 사람, 듣던 대로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더라!"
'사귀는 사이는 아닌데.'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을 사이를 질투하는 것으로 보일까 봐 아무 말도 못 했었다. 그리고 사실, 마음 한쪽에는 블랙캣이 없는 곳에서까지 부정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거 알아?"
노을이 지기 전,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블랙캣이 입을 열었다.
"내가 블랙베리 맛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게 된 건, 앙드레 씨가 너를 상징하는 아이스크림에 항상 블랙베리 맛을 넣어주기 때문이야."
생각에 잠겨 있느라, 레이디버그의 아이스크림은 조금 남아 있었다. 블랙캣의 말을 들은 레이디버그가 나머지를 비웠다.
"알아. 그게 내가 페퍼민트 맛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이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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