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버그 소설 재업

[아드버그] 피냐타

시즌 1 기준

아드리앙은 사탕을 좋아했다. 먹다가 지칠만큼 커다란 막대사탕에서 손바닥에 여러개 들어오는 자그마한 사탕까지. 그는 모든 사탕을 좋아했다. 달콤한게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혀를 감싸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잠시라도 흠집 하나 없이 행복해질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엄격한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사탕을 많이 주는 것을 싫어했으나, 온화한 그의 어머니는 늘 사탕을 감추고 있다가 그녀의 사랑스러운 아들에게 하나씩 내주곤 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사라진 직후 꾸역꾸역 그 빈자리를 채우기라도 하려는 듯 그는 사탕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빌런이 나타났다. 빌런은 어린아이들의 동화에서 나올 것 같은 조랑말 모습의 피냐타였다. 여러가지 색지를 덧붙여 만든 피나타는 꼬리가 살짝 깨져있었는데, 거기로 계속 사탕이 흘러나왔다. 퍼지, 마시멜로, 별사탕, 종류는 다양했다. 빌런의 외형은 귀여웠고 울음소리는 친근했다. 피냐타가 껑충껑충 뛰어오를 때마다 사탕이 흘러나와 거리를 가득 메웠다. 거대한 피냐타의 모습에 어른들은 겁먹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사탕들을 이루는 포장지는 너무나도 부드럽고 폭신해보였다. 마치 위험하지 않아, 라고 아이들에게 일러주는 티비 속 친근한 친구와 같은 모습이었다. 사탕에서 달콤한 냄새가 풍겨왔다. 이제 어른들의 경고는 아이들의 머릿 속에서 의미없는 잔소리가 되었다. 아이들은 사탕을 주워먹었다. 사탕껍질은 나비의 날개처럼 나폴나폴 떨어져내렸다. 사탕은 냄새보다 감미로웠고, 아이들은 빠르게 그 맛에 중독되었다. 아이들은 길거리의 사탕을 주워 주변인들에게 권하고 다녔다. 아이들 특유의 사랑스럽고 친근하고 티끌없는 미소와 소리 없이 깜찍한 모습으로 길거리를 깡총거리는 빌런을 보며 어른들도 사탕을 받아들였다. 껍질을 까서 일단 냄새를 맡게 되면 그 뒤 행동은 망설임이 없었다. 어른들도 사탕을 먹었다. 그리고 빌런에게 지배당했다.

* * *

마리네뜨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탭을 두드렸다. 뷔스티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나른하게 교실을 울렸다. 교실 한 쪽 면에 큼직하게 자리잡은 창문 너머로 온기를 머금은 햇살이 쏟아졌다.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클로이 조차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느라 그녀 쪽을 바라보며 시비를 걸지 않았다. 마리네뜨는 기지개를 폈다. 학교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수업은 여기까지 할게요. 프린트 나눠줄 테니까 다음 주까지 꼭 읽어오세요."

아이들이 가방에 탭을 넣고 몸을 일으켰다. 선생님은 교실 문 쪽에 서서 아이들에게 프린트를 나눠주었다. 멕시코 전통 문화에 관한 프린트였다. 마리네뜨는 프린트를 받고 대충 살펴본 후 가방에 넣었다. 교실 밖을 나가자 폭신폭신하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왔다. 마리네뜨가 얕게 하품을 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마리네뜨의 곁을 걷고 있던 알리야가 말을 걸었다.

"오늘은 안 늦고 제 때 왔네."

"하하, 오늘은 알람이 제 시간에 울려주더라구!"

"그래? 그나저나 마리네뜨, 미안한데 나 먼저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

"응? 무슨일인데?"

알리야는 말 없이 마리네뜨를 향해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핸드폰에서는 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환하고 푸른 하늘을 떠다니는 연보랏빛의 커다란 말 모형과, 그 뒤를 쫓는 아이들이었다. 영상을 찍는 사람또한 아이들과 함께 말 모형을 쫓고 있었다. 종이로 만들어진 말은 켱쾌하게 콩콩 뛰면서 앞으로 나아갔는데, 말이 뛰어다닐 때마다 그 꼬리에서 사탕들이 쏟아져 내렸다. 보라색과 연보라빛의 사탕들이었다. 아이들은 말을 쫓아가다가 사탕이 나오면 그것을 주워 먹고, 다시 일어서서 말을 쫓아갔다. 마리네뜨는 눈살을 찌푸렸다. 화면 밑에서 팔이 하나가 뻗어나와 길거리에 놓인 사탕을 주웠다. 동전크기만한 도넛모양의 사탕이었다. 영상을 찍는 사람은 자신이 주운 사탕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껍질을 까서 (아마도) 삼켰다. 그리고 이내 동영상은 종료되었다. 그녀의 눈가에 음영이 졌다.

"아무래도 빌런같지?"

들뜬 알리야의 목소리에 마리네뜨는 고개를 돌렸다. 알리야는 그녀 특유의 호기심과 그걸 파헤치기 위한 탐구열이 뚝뚝 흘러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리네뜨는 고개를 끄덕였다. 빌런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마리네뜨의 반응에 알리야가 활짝 웃더니 발을 동동거리기 시작했다.

"레이디버그가 올 것 같으니까 난 미리 갈게! 미안하지만, 이해해 줄 수 있지? 그럼 내일 보자. 마리네뜨!"

알리야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몸을 돌려 학교 밖으로 빠져나갔다. 학교 앞에 놓인 계단을 걸으면서 마리네뜨는 방금 봤던 영상을 다시 떠올렸다.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호크모스가 또 다시 이상한 수를 쓴 것이 틀림이 없었다. 변신해야겠어, 마리네뜨는 작게 중얼거리며 사람이 없으리라 짐작되는 학교 뒷쪽으로 뛰어갔다.

* * *

피냐타. 레이디버그는 요요를 통해 첨탑으로 뛰어올랐다. 높은 곳에서 빌런이 있는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말 모형이 꽤나 커다랬으니까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레이디버그는 몸을 내밀어 골목들을 살펴보았다. 그러고나서 요요를 꺼내들었다. 블랙캣을 향해 전화를 걸었지만, 이상하게도 블랙캣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번 빌런은 소란스러운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빌런이 나타났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레이디버그는 입술을 깨물며 그대로 요요를 다른 첨탑을 향해 휘둘렀다. 그리고 단단히 고정된 것을 확인하고, 다시 몸을 내밀었다. 길거리 이곳저곳에서 얇은 사탕 껍질들이 날아다녔다. 설탕을 달짝지근하게 끓인 냄새가 났다.

"얘는 어디있는 거야."

사탕껍질이 유난히 많이 모여있는 곳에 착지하며 레이디버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가 착지하면서 사탕껍질들이 한차례 떠올랐고 다시 그 기묘하게 끈적거리는 달콤한 냄새가 났다. 사탕껍질들은 한 장소를 향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레이디버그는 사탕껍질을 따라가며 다시 블랙캣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연결되지 않았다.

요요를 다시 허리춤에 찬 채로 레이디버그는 길거리에서 소리를 듣기 위해 애썼다. 해가 아직 그녀의 머리맡에 있었고, 길거리에는 아직 살짝 냉기를 품은 바람이 장난스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길거리의 사탕껍질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처럼. 레이디버그는 자신의 팔뚝을 잡았다. 새순이 돋아나는 날씨임에도 거리는 한 겨울의 대지처럼 차갑기만 했다.

"레이디버그?"

계속해서 길을 따라가는데 어디선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해서 마음 한 가운데가 흐물해지는 목소리였다. 레이디버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서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알아보기는 쉬웠다. 그늘 아래서도 봄기운을 받아 반짝이는 황금빛 머리카락, 그리고 그 밑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클로버같은 눈동자. 그의 옷차림은 그녀가 학교에서 봤던 모습과 같았다. 집에 들리지 않은 건가? 놀람도 잠시 그 모습에 레이디버그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녀가 사전에 입수한 그의 스케쥴에 의하면 지금 그는 집에서 중국어 과외를 받고 있어야 맞았다.

"레이디버그 맞나요?"

길가에 자리잡은 가게의 차양 밑에서 걸어나오며 그는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자신을 부르며 빠르게 다가오는 바람에 레이디버그는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레이디버그는 한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억누르며 잠깐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간신히 입을 열어 그에게 답했다.

"아,아드리앙 집에 가지 않았어요?"

아드리앙이 그녀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학교에서 그가 많이 짓는 미소였다. 레이디버그는 그의 모습을 천천히 뜯어보았다. 다행이도 어디를 다치거나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드리앙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이다 말했다.

"이상하게 차가 오질 않아서요. 잠깐 기다리다가 그냥 산책이라도 할 겸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가고 있었어요."

레이디버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말로 그저 학교에서 집을 향해 천천히 걷고 있던 중인 것 같았다. 레이디버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무슨 다른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지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 다시 아드리앙을 바라보았다. 황금빛 태양에 그의 뺨이 살짝 발그레해진 것 같았다.

"빌런이 타나났어요. 아드리앙. 집까진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레이디버그는 신중하게, 그가 자신의 말을 듣고 충분히 현재 그들이 처한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실어 말을 내뱉었다. 빌런이라는 말에 아드리앙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뜨였다. 갓 돋아난 새싹같은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가 레이디버그에게 다시 물었다.

"빌런이요?"

"맞아요. 아직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거리에 있으면 위험해 질 거에요. 그러니까 저랑 같이 집으로 가도록 해요."

레이디버그는 허리춤에 묶어놓고 있던 요요를 풀어 다시 손 위에 올려놓았다. 아드리앙이 고개를 살짝 내린 채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쳐 레이디버그는 숨을 들이켰다. 심장이 서서히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아드리앙이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레이디버그는 고개를 돌렸다. 아드리앙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저는 사탕을 좋아하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지? 레이디버그는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어깨를 쥐었던 손이 서서히 올라갔다. 레이디버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드리앙은 여전히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학생 영화제에 출품할 영화를 찍기 위해 키스신을 찍으려고 했었던 것과 같은 시선이었다. 팔이 빳빳하게 굳어져왔다. 그의 눈동자에 그늘이 졌다. 레이디버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눈동자가 오묘한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두운 녹색빛이 서서히 달콤한 블루베리 색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레이디버그는 아닌가 봐요."

그의 손이 귀에 닿았다. 마리네뜨! 어디선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레이디버그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귀가 얼얼했다. 레이디버그는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빛났다. 사람의 눈 색이 변할 수 있나? 레이디버그는 바보같이 그런 생각을 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정상적이라면 사람의 눈동자는 변할 수 없었다. 아드리앙이 아쉬운듯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곤 다시 그녀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보라색 사탕껍질이었다. 그는 그것이 매우 아름답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그녀를 향해 내민 후, 손바닥을 뒤집음으로써 다시 떨어뜨렸다. 펼쳐진 껍질이 뜯겨진 꽃잎처럼 부드럽게 추락했다.

"아드리앙..!"

레이디버그가 낮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누군가 그녀의 머리를 타격한 것처럼 머리가 어지럽고 계속 울렸다. 아드리앙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레이디버그는 숨을 들이마셨다. 소년을 처음 본 이래로 소년이 이렇게 위협적으로 느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탕껍질들이 계속 발 아래서 부스럭거렸다. 주름지로 만든 달콤한 사탕껍질들이 발 아래서 구겨지고, 흩어졌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뒷걸음 치는게 고작이었다. 평소에도 가끔씩 아드리앙이 빌런이 되면 어떡하지하고 고민했던 자신의 모습이 기억났다. 덧없는 시간이었다. 현실은 고민 이상으로 충격이었다. 그 때 골라놓은 선택지들은 백지가 되어 그곳엔 알 수 없는 이정표만 남았다. 누군가 그녀의 흉부를 억죄는 것 같이 숨쉬기가 어려웠다.

"블랙캣."

블랙캣, 도와줘. 그녀의 입술 사이로 블랙캣의 이름이 새어나왔다. 그녀는 완전히 전의를 잃었다. 눈 앞에 있는 소년은 여전히 그녀가 사랑했던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졌지만, 그 눈빛이 그가 더이상 그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오던 그는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들려오는 블랙캣의 이름에 갑자기 멈춰섰다. 드리우던 그림자가 더이상 전진하지 않자 레이디버그는 당황해서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 모호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기쁨? 슬픔? 동정? 그녀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아드리앙이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레이디버그는 갑작스런 행동에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그대로 더 손을 그녀에게 뻗지 않은 채로 아드리앙이 말을 이었다.

"가엾게도 레이디버그, 블랙캣은 오지 않을거예요."

그의 목소리에 동정과 확신이 서려있어서 레이디버그는 저도 모르게 발끈하고 말았다. 블랙캣은 그녀의 가장 든든한 파트너였고,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의 파트너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블랙캣은 늦으면 늦을지언정 사고현장에서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레이디버그는 아드리앙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 가슴 한 구석이 다시 한 번 난도질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이디버그는 간신히 고개를 저었다. 블랙캣만 온다면, 블랙캣이 온다면 다시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아니요, 전 블랙캣을 잘 알아요. 블랙캣은 반드시 저에게 올 거예요."

레이디버그는 힘주어 말을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아드리앙을 바라보았다. 아드리앙이 그녀에게 뻗고 있던 자신의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레이디버그는 자신의 말이 그에게 부디 전달이 되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말이 그로 하여금 어떠한 표정변화를 이끌게 만들기를 바랐다. 그게 악당의 절망이든, 희생자의 희망이든,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든. 하지만 그는 단지 그녀를 동정할 뿐이었다. 아까보다 더 짙은 색으로 그의 눈동자가 물들었다.

"레이디버그, 당신이 저보다 블랙캣을 더 잘 안다고 생각해요?"

아드리앙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다가왔다. 무슨 소리지? 그의 말이 마치 기름처럼 떠올라 그녀의 생각을 뿌옇게 만들었다. 아드리앙이 그녀의 눈 앞에 자신의 오른쪽 손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얼굴에서 한 뼘도 떨어지지 않은 위치였다. 그의 손가락 틈으로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레이디버그는 아드리앙이 블랙캣하고 친하리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레이디버그는 눈을 깜빡였다. 사탕껍질이 발 밑에서 바스라졌다. 기분나쁜 달콤한 냄새가 났다. 햇빛이 다시 한 번 반짝여서, 레이디버그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의 오른쪽 손 약지에 익숙한 무언가가 있었다.

"이건."

레이디버그는 숨을 들이켰다. 은색의 날카로운 발톱장식이 4개가 나 있는 원형 반지. 비록 검지도, 발바닥 무늬도 없었으나 그녀는 알아볼 수 있었다. 자신의 귀걸이도 평소에는 그저 검은 빛이었으니까….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아드리앙이 팔을 뻗어 그녀를 부드럽게 받쳤다. 마이레이디. 익숙한 음성이 뱀처럼 그녀의 귀가를 깨물었다. 레이디버그는 그대로 그의 품에 무너져 내렸다. 어디선가 얇은 포장지에 감싸여진 달콤하고 동그란 사탕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가 다시 그녀의 귀를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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