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엘] 어느 여름날
[로맨스] 어느 여름날의 에밀리엘
와… 요즘 이렇게까지 글 안 써지는건 처음이네여… 좀 안물안궁인 이야기 하자면, 저 사실 맨날 허구헌날 에밀리엘 썰 소재 던지고 다니거든요. 근데 근래들어 글이 안 써져서 맨날 창 띄워놓고 멍 때리는게 일상이였는데, 어느 우주최고 상냥보스님의 무한한 관심(?) 덕분에 드디어 제대로 된 연성 하나를 쓰게 됐네여 엉엉 ㅠ 그래봤자 평소의 텐션은 좀 많이 빠진 상태긴 한뎈ㅋㅋ 그래도 글 하나 끝냈단 것에 어디냐 엉엉
암튼 사담이 길어졌네요 자초지종은 여기까지 하고 바로 본론 가보자고 ^q^
“으아 덥다 더워!”
에밀리의 부책가 물 만난 생선처럼 펄떡펄떡 거렸다. 제아무리 잘 나가는 모델이라 해도 더위 앞에선 장사가 없었다. 어느새 사람들의 옷차림은 긴 옷에서 짧은 반팔로 바뀌었고, 어딜 가든 맨살을 훤히 드러냈다. 유일하게 꽁꽁 싸맨 사람은 가브리엘 뿐이었다.
에밀리 옆으로 가브리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유유히 걸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에밀리가 그에게 물었다.
“가브리엘 안 더워?”
“난 더위보다 추위를 타는 체질이라, 별로 안 더워.”
“좋겠네. 누구는 더위 안 타서.”
그러다 마침 시냇가가 보이자. 에밀리가 그의 팔을 끌어 당겼다.
“가비, 우리 저기서 발만이라도 담그고 가면 안될까?”
에밀리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에게 애원 같은 부탁을 하였다. 가브리엘은 약간 경직되는가 싶더니, 끙 소리와 함께 고개를 아주 살짝 끄덕였다.
“그치만 난 안 들어가.”
“아 왜, 같이 들어가자. 발만 담그면 돼.”
“…이 옷차림으로?”
꽁꽁 싸맨 그의 옷을 보니 에밀리도 잠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치만 나혼자 발 담그기 싫은데…”
“그럼 이따 집에 가서 같이….”
“지금 쪄죽게 생겼는데, 언제 집까지 가?”
“그럼 혼자라도 발 담그고 와.”
“진짜 이러기야, 가브리엘 아그레스트?”
그녀의 눈썹이 삐딱하게 올라가자, 가브리엘도 아차 싶었는지 헛기침을 하더니, 스윽 손을 내밀었다.
“그럼 난 근처만이라도 같이 있어줄게. 거기까지만이야. 그 이상은 나도 양보 못 해.”
흠…. 약간 못마땅한 기색이었지만, 에밀리도 별 수 없단 듯이 손을 잡았다. 시냇가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그들과 같이 산책을 하다 피서를 하러 온 모양인건지 삼삼오오 모여서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거나 물고기를 잡곤 하였다.
에밀리는 가브리엘을 이끌고 적당히 앉을 만한 곳을 찾아 그를 앉혀 두고는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곤 양말까지 다 벗고는 그에게 떠넘기듯 다 맡기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다.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새하얀 맨발을 조심스레 담갔다. 새하얀 그녀의 발과 다리가 물 속에서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너도 물 속에 발 좀 담가봐.”
가브리엘이 역시나 난감한 듯 안경을 끌어 올리며, 고개를 두어 번 저었다. 하지만 날이 워낙에 더웠던 탓에 가브리엘도 아주 조금은 물에 담그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 옆에 몸을 숙이고 자그마하게 손을 물에 담그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에밀리는 그를 물끄러미 보았다, 햇빛에 반사된 물그림자가 가브리엘의 얼굴에 일렁이며 눈부신 빛을 내었다. 피부만이 아니라 청회빛 눈동자마저 투명하다.
아주 옅게 웃는 탁한 푸른색 눈동자를 보자 그녀도 홀린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난데없이 조그만 돌멩이 하나가 그녀 앞으로 날아와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것은 에밀리 얼굴과 옷에 물방울을 튕겨서 뿌려 놓고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가브리엘이 왜 멍하니 있냐는 듯 던져진 돌이었다.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에밀리를 보며, 가브리엘이 장난기로 놀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치사해, 가비.”
“어?”
“또 나만 이렇게 진심인거지?”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그 뒷말은 그녀의 물장구에 묻혔다.
“치사하니까 너도 들어와.”
“나는 괜찮다니까.”
“그래서, 나 혼자만 이렇게 둘 거야?”
그 말에 가브리엘이 멈칫 거리다 심통이 난 그녀의 표정을 보고 결국 포기한 듯 구두를 벗기 시작했다. 확실히 날도 덥긴 했고, 잠시 손에 담갔던 냉기가 무척 좋으면서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양말까지 벗고 한 손에 구두를 들고 그녀 곁으로 첨벙첨벙 다가가자, 에밀리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빙긋이 웃었다. 여름날 싱그러운 이파리 같은 말간 눈동자가 안경 너머 탁한 푸른빛 눈동자를 담았다. 발끝은 시냇물의 냉기로 차가웠는데, 손끝과 귀끝은 어째서인지 열기로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저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춘건.
갑작스런 입맞춤에 에밀리가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그녀의 깜빡임에 그도 당황한 듯 경직되었다. 그녀의 새빨갛게 물드고 고개를 뻣뻣이 돌려버리자 그도 아차 싶어 안절부절하지 못하였다.
“에밀리, 이건 그러니까….”
“이따가…. 이, 이따가 얘기하면 안될까?”
그녀가 드물게 당황하며 엉거주춤하게 첨벙첨벙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가 아… 싶어서 구두를 들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대체 어쩌자고 그런 짓을….
에밀리가 많이 놀란 듯 한데, 다가가야 할 지, 물러서야 할 지 갈피를 못 잡는 와중이었다. 에밀리가 다시 와서 까치발로 입을 맞추기 전까진.
이번엔 가브리엘이 놀라 그녀를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녀가 숨을 참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가까스로 입을 뻐끔거리며 떼었다.
“시…싫은 건 아니였어! 근데 네가 나한테 입을 맞춘건 처음이라서….”
그녀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 몰라 몰라! 이제 발도 시리니까 나갈래!”
그녀가 걸음을 떼는 순간 미끄러지려 하자, 가브리엘이 냉큼 그녀를 제 품 안으로 잡아 당겼다. 그러자 에밀리의 얼굴이 더 시뻘겋게 물들어가며 허둥지둥 그의 팔을 짚고 벗어나려했다. 하지만 그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내려 앉는게 더 빨랐다.
“가…,가비?”
그녀의 열띤 눈이 조심스레 그를 올려다보았다.
“미안….”
“뭐가… 미안?”
그리고 다시 한 번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이번엔 아까와 달리 가볍지 않은 꽤나 깊은 키스였다. 에밀리가 순간 휘청이자, 다른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놓아주지 않았다.
숨이 뒤엉키고, 숨을 앗아갈 듯한 그의 키스에 에밀리의 머릿속이 열기로 가득 헤집어졌다. 얼마간 그러다가 가브리엘이 그녀를 놓아주었다. 숨을 삼킨 듯한 그의 시선이 붉게 상기 된 감람석 같은 그녀의 눈망울을 담았다. 햇빛에 반사 된 물그림자가 에밀리의 얼굴에 일렁이면서 눈부신 빛을 내었다.
“그냥… 내가 다… 솔직하지 못해서….”
그가 그제서야 겨우 입을 때며 제 진심을 말하였다. 에밀리가 짧은 탄식을 뱉으며 눈꼬리를 반쯤 휘며 웃었다.
“그 정도 쯤은 다 알아.”
제 마음 한자락 조차 내비치기 극도로 꺼려하는 그 가브리엘이 이토록 솔직하게 제 진심을 드러낸다는건 그에게 있어 얼마 없는 용기를 다 끌어모아 그녀에게 바친 것이리라.
이런 깜찍한 부끄럼 많은 깍쟁이를 어찌 하면 좋지?
에밀리가 그의 품에 안겨왔다. 행복한 얼굴로 이마를 그의 가슴팍에 기대오며 그를 껴안았다. 그가 살짝 경직되며, 그녀를 맞받아 안자, 에밀리가 가브리엘 품 안에 대고 코를 부벼왔다.
“에밀리.”
“그거 알아? 넌 솔직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했지만, 내 앞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솔직해진다는거?”
그가 미세하게 멈칫하였으나, 에밀리가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짓궂게 웃으면서 그의 가슴에 귀를 대었다.
“지금도 그래. 이렇게 심장은 미친듯이 뛰면서, 얼굴은 아닌척 순 내숭만 부리고 있고….”
그가 헛기침을 하며, 민망한듯 그녀의 작은 어깨에 제 고개를 올렸다. 그녀가 장난스레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니 괜찮아. 나는 다 아니까.”
그녀가 더욱 더 그를 껴안았다. 시원한 물소리가 그들 사이로 얼마간 흘렀다.
“그럼 이제 진짜로 나갈까? 나 발 시려.”
그러자 가브리엘이 그녀를 품 안에서 떼더니, 그대로 번쩍 그녀의 다리를 들어올리고, 마치 공주님 안기 같은 자세로 안아 올렸다. 그녀가 작게 꺅 소리를 내며, 그의 목덜미로 팔을 둘렀다.
“그럼 나의 여왕님이 더이상 젖지 못하게 모셔다 드려야지.”
“그… 다 좋은데, 그 여왕님이란 호칭은 이제 그만 해줄래? 공현절 지난 지가 언젠데….”
“그럼 ‘레이디 아그레스트’ 라 불러줄까?”
“진짜 입술 때리기 전에 그만해.”
그가 드물게 푸핫! 하고 웃으면서 그녀를 안고 시냇가로 나왔다. 물론 그들의 짐도 잊지 않고 챙겼다. 가브리엘의 웃음에 에밀리도 결국 따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한적한 어느 여름 시냇가의 기억이었다.
- 끝 -
에필로그
안녕, 내 아그레스트.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좋은거 같아. 어쩌면 일종의 확신인거 같아.
드디어 널 잠도 제대로 못 재우고, 종일 파수꾼마냥 내 곁을 지키게 했던 날들이 끝을 맺는 날이 온 거 같거든. 이번에야말로 좋은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너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걸까? 오랜만에 깊게 잠든 너를 보면서, 예전에 네가 처음으로 내게 입을 맞췄던 꿈을 꾸었어. 너무도 행복하고 기뻤던 기억이였던건지 오랜만에 꾸었네. 그때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이 좋았는데…. 아니 그냥, 너와 함께 있던 모든 순간들은 다 심장을 뱉을것만 같이 좋았던거 같아.
가비. 이렇게 네 베개에 머리를 누이고 있으면 가끔 그때 그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그때 발끝을 간지럽히던 시냇물과 내 입술에 입을 맞추던 너의 입술. 그리고 차가웠던 발끝과 달리, 내 손을 따스히 잡아왔던 너의 온기.
가비, 나는, 정말로 너를 사랑했어. 아무리 전하고, 또 전해도 네게 닿았을지 사실 나는 잘 모르겠어. 그래서 두렵기도 했어. 너는 생각보다 네 마음 드러내기를 원치 않아 했으니까. 나는 늘 너에 대해 잘 안다 자부해왔지만, 역시나 고백 만큼은 자신이 없어지더라고. 내 마음이 너에게 닿았을까? 닿았었던거면 좋겠다.
가브리엘.
내 사랑하는 가브리엘.
내가 없어도 너는 항상 행복하기만을 바라며 나는 기꺼이 눈을 감아. 그러니까 늘 행복해야 해. 그게 내 마지막 당부이자 소원이야.
- 끝 -
않이… 우짜다보니??? 끝은 새드물로 마무리를 하게 됐네요?? 이게 머선129 ㄴㅇㄱ
저는 무조건 강경로코개그해피엔딩파인뎈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이 연성의 결말은 새드 밖에 떠오르지 않는거에여 따흑 ㅠㅠ 그래.. 언제 사랑이 예쁘고 행복하기만 하겠냐.. 특히나 에밀리엘은 더욱 더… 흑흑 ㅠㅠ
암튼 이번에도 역시나 제 명예탈주방지소방관 우주최고 상냥보스 몽냥님
몽냥님 덕분에 이 연성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어요 ㅠㅠ 진짜 감사해요 ㅠㅠ 몽냥님 관심 없었음 이 연성도 그냥 버려졌을 썰조각이었을텐데… 그저 압도적 감사의 눈물만 흘릴 뿐이에요 흐흑 ㅠㅠ 진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8ㅂ8 부족한 글인데, 찾아와서 봐주셔서 고마워요 ㅠㅠㅠ 여러분 에밀리엘 맛있어요 제 연성으로 에밀리엘의 맛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생겼다면 압도적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 흑흑 ㅠㅜ
그럼 저는 이만 여기서 말을 줄이도록 하며, 다들 저랑 같이 에밀리엘 해주쉐이 ^q^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알러뷰 쏘머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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