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엘
선명한 햇빛이 내리는 날. 완벽한 기상캐스터의 자질을 갖춘 오로라 보레알이 데뷔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같은 이유에서 햇빛을 만끽하는 대신 양산으로 피부를 보호했다. 쏟아지는 빛은 스튜디오의 조명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기대해서였을까. 패배에 대한 절망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쓰라렸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질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
무당벌레와 고양이를 제외한 모든 미라큘러스를 손에 넣은 호크모스는 모나크가 됐다. 그가 강해진 만큼 싸움은 더 힘겨워졌고, 파리 시민들의 불안도 높아져 갔다. 순찰 하는 횟수나 시간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저희 안전한 거 맞죠?”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수가 반은 줄었다. 길에 나온 사람들도 불안한 표정으로 그렇게 질문하고는 했다. 단순히
보낸 이의 이름이 적히지 않은 편지가 도착했다. 이름을 일부러 쓰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잊어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태양 같은 금발, 행운을 부르는 녹색 눈. 항상 궁금해, 네 생각, 네 꿈. 하지만 절묘하게도 자신이 보내지 못했던 연서에 대한 답신이었다. 레이디버그의 색이라고 하면 모두가 붉은 색을 연상했다. 무당벌레의 날개를 닮은 색. 삼색기의
해도 달도 별도 매일 뜨고 지지만 어떤 날은 갑작스러운 영감을 선사해주고는 한다. 마리네뜨는 평소처럼 방에 불을 켜놓고 작업하는 대신 달빛 아래서 영감을 받아보기로 했다. "뭔가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아!" "그러게, 오늘 감이 좋아 보이는데?" 거침 없는 손놀림과 반짝 거리는 눈. 공책 가장자리에 앉아 응원하는 티키. 그러나 순조로울 줄 알았던 작업에
간혹 그런 생각을 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수 많은 파리 시민들 가운데 아드리앙도 끼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드리앙은 엄청 빛나는 존재니까 누군가를 동경하거나 사랑해본 적도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자신을 구해준 적도 있는 레이디버그에게는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나가다 아드리앙과 만나게 된 건 우연이었다. 사실은 운명이라고 부르고 싶
에밀리에게서는 빨강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빛을 모조리 반사해버릴 듯 찬란한 금발과 빨강과는 상극인 짙은 녹색 눈동자, 핏줄이 비칠 만큼 하얀 피부는 얼핏 창백해 보일 수 있었지만 머리카락이 반사하는 빛과 눈에서 타오르는 생기가 그런 느낌을 없애 줬다. 타고난 차갑고 고고한 인상과 달리 긍정적인 성격과 태양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어 아무도 에밀리를 차갑다고
주제 [너의 빈 자리] "언제까지고 파리를 지키는 영웅이고 싶어." 그렇게 말했던 게 징조였을까? 막연한 생각이라고 넘기며 농담을 던졌던 것이 후회됐다. 물론 잡는다고 잡혀줬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도라도 해볼걸. 파리에서 레이디버그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셋이고, 그 중 영웅이 둘이다. 그 가운데 하나라면 당연히 존
하늘이 너무 파래서 꼭 네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투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맑은 날인데, 왜 갑자기 그날이 생각났던 걸까? 그날은 비가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서로의 소리를 모두 잡아먹을 만큼 컸잖아. 혹시 기억나? 학교에 오게 된 날부터 행운으로 향하는 길이 트인 기분이었어. 자유를 얻고, 학교에 가게 되고, 새 친구를 사귀는 게 너무 좋았어.
주제 [연인] 레이디버그와 블랙캣이 최고의 파트너라는 데는 파리의 모든 시민이 동의할 것이다. 그 둘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데는 아이스크림 장수 앙드레가 보증을 섰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서로를 이어주는 아이스크림을 몇 번이고 함께 먹으면서도 그 사실을 부정했다. "저희는 서로가 누군지도 모르는 걸요." "누구인지 왜 몰라? 너희는 레이디버그와 블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