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큘러스 전력

형벌

레이디버그 438회 전력

무당벌레와 고양이를 제외한 모든 미라큘러스를 손에 넣은 호크모스는 모나크가 됐다. 그가 강해진 만큼 싸움은 더 힘겨워졌고, 파리 시민들의 불안도 높아져 갔다. 순찰 하는 횟수나 시간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저희 안전한 거 맞죠?”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수가 반은 줄었다. 길에 나온 사람들도 불안한 표정으로 그렇게 질문하고는 했다. 단순히 모나크를 저지하는 것으로는 안 됐다. 그를 무찌르지 않는 이상 파리에 내려앉은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받는 벌일까?

“당분간 밖으로 나가지 말 거라. 네가 다니기에 파리는 너무 위험해.”

냉정한 목소리. 어떤 방법으로도 돌아보게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단호함. 아버지의 등 뒤로 닫히는 방문이 아드리앙을 패닉상태로 만들었다. 너무 익숙한 형벌이었다. 말을 듣지 않을 때, 함부로 밖에 나갈 때마다 당해왔던, 익숙하다 못해 신물이 나는.

이전까지와 다르게 창문도 잠겨 있었다. 몰래 빠져나갈 구석까지도 차단된 것이다.

이건 아버지가 내린 벌인 동시에 파리 시민들이 내린 벌인 거야. 내가 영웅으로서의 의무를 다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모습까지도 빼앗긴 거야.

모나크는 아득할 만큼 어두운 감정의 파동을 감지했다. 그러나 그는 손을 뻗어 흰 나비를 메가나비로 물들이는 대신 쓰라린 왼팔을 움켜쥐었다. 겹 재앙이군. 그는 그 어두운 감정의 주인이 아드리앙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드리앙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파리의 안전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심지어 이제는 조바심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현실적인 제한 시간도 있었다.

팔에 뿌리 박힌 재앙이 온몸에 번지기 전까지.

그전까지 에밀리를 살려야만 했다.

“이건 벌이 아니야.“

가브리엘이 뇌까렸다. 에밀리를 살리는 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당연히 치뤄야할 값인 거야.

그 생각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았다. 최후의 싸움, 온몸에 퍼진 재앙을 견디지 못해 변신마저 풀려 버렸을 때. 자신의 얼굴을 본 블랙캣이 자신을 아빠라고 부른 순간에서야, 그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목숨을 바쳐 사랑했던 에밀리를 살리지 못하고, 아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 아들과 적으로서 마주한 순간.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한다.

이 모든 것이 형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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