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 종막 속에서 화한 영웅심

<잊혀진 기억,그러나 누군가는 잊지 못한 기억>

나는 바보 같을 정도로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는

멍청이들이 무척이나 싫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매달리면 뭐가 달라진다고,

달라져봤자 고작 삶이 윤택해지는 것 뿐인데

그렇게까지 필사적일 이유가 있는걸까.

… 속박에서 자유로 가는 여정을 온 몸으로 느끼며,

그 과정에서 느껴져 오는 성취감을 즐기는 건가?

이렇게나 세상에 회의적인 나에게도,

영웅이 되어주길 바랐던 이가 있었다.


- 파아앗…

“가브리엘,그렇게 혼자 있을건 또 뭐야.

그리고 모두가 널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치고,네가 지혜를 보태준다면

분명 ㅡ“

“굳이 싫다는 사람 붙잡고 영웅행세를 해주길

바랄건 또 뭔데? 너 되게 짜증날 정도로

집요하고 내게 집착하는거 알기나 해?

더군다나 네 사상에 맞춰줄 생각은 더더욱

없으니까 이만 돌아가. 앞으로 찾아오지도 말고.“

“그렇게 세상만사에 회의적이면

굳이 더 살아있을 이유는 뭔데?“

“왜? 내가 죽어주길 바라는 건가?

내가 죽던 말던 네가 참견할 수 있는게 아니야.

네가 욱해서 말이 헛나온 모양인데,

나도 지금 많이 참고 있는 거니까 이만 돌아가.

이게 마지막 경고야.“

“가브리엘!!!”

이게 참다 참다 진짜…!

“넌 왜 네가 무조건적으로 옳다고만 생각하지?

아- 네가 선이라고 생각하면,그게 악일 지라도

타인에게 강요할 텐가? 지금처럼? 싫다고 해도?

그렇다면 그게 소설 속에나 나오는 악당과

다를게 뭐야? 네 개인적인 소망을 이루겠다고

남들까지 끌어들이지 마. 너 지금 상당히 역겨워.“

“너도 내가 뭘 바라는 건지 알잖아…!

그걸 알면서 어떻게 그걸 고작 내 개인적인

소망 따위로 치부해버릴 수가 있어?“

“알아,잘 알지. 세계를 구해서 모두가 다같이

살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거잖아. 근데 그게 뭐?

무조건적으로 무언가를 지킨다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건 아니야. 만약 의지를 잃고

삶을 포기하려는 생명을 억지로 살아가게 만들면?

그것도 온전히 선한 영향력이라고 말할 수 있어?“

“너 진짜…”

‘태양’의 대천사,미카엘. 나의 유일한

이해자라고 생각했던 벗.

그녀는 강한 힘과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안을

지녔으니…적어도 나와 대화 정도는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만의 대단한 영웅심에 사로잡혔는지,

내 말은 전혀 들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더 이상 대화는 통하지 않을거 같다는 판단에,

나는 곧장 폭풍의 신검을 소환했다.

그리고는 미카엘에게 겨누며 단호히 경고했다.

“싫다는 사람 붙잡고 설득하다가 자멸하던지,

아니면 조용히 갈 지는 네가 선택해.

이게 내가 네게 내리는 마지막 자비야.“

“…”

그 선하디 선한 얼굴,여명의 햇살보다

더욱 찬란한 아름다움을 품은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혔다.

죄책감 같은 것은 없다.

난 그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했을 뿐이니까.

“가브리엘…난 너와 싸우기 싫어. 하지만…

이렇게 포기하진 않을거야. 난 너와 죽지 않고

오래 오래 같이 지내고 싶어.“

“하…내 말을 전혀 못 알아먹었군. 한심해…”

“난 이만 갈게. 만약…조금이나마 나와

함께 하고픈 마음이 든다면,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다니는지 근처에 와서 지켜봐줘.

가브리엘,난 널 여전히…친구라고 생각하니까…“

“…”

그렇게 미카엘은 다시 저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 후로,나는 단순 ‘호기심’에 미카엘 일행이

무슨 일을 하는지 지켜보기는 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훗날 새로운 이 땅의 창세신들이 강림해

우리 낙원의 천사들을 몰살했던 그날까지도,

나는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죽어가던 그날…환청인 지는 몰라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던거 같다.

내 또래 남자애의 목소리를.

정신차려…가브리엘…읏,미안…해…

내가 조금만 더…일찍…하아…왔었…더라면…

죽어가던 와중이라 미쳐있었는진 몰라도

식어가는 내 몸을 끌어안고 울먹이는데…

그 품이 왜 그렇게 따뜻하고 슬펐는지 모른다.

나도 무의식 중에 이 다정한 온기를 바랬었나.

그럼 뭐하나,어차피 다 죽어가는 목숨인 것을.

다만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이 다음 생에서는

그때 이 온기를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는…

아주 이기적인 소원 하나 뿐이었다.

다음 생이라는게 있다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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