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전장을 누비며 수천의 목숨을 거두고 번번이 살아 돌아왔던 너는 결국 피를 뒤집어쓴 야차도, 눈물을 모르는 냉혈한도 아니었다. 까마득한 언젠가처럼 힘겹게 무릎을 꿇은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용서를 구하는 순간 나는 머지않아 벌어질 일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장렬히 죽는다, 늦은 기별을 받았으나 애통하다 기별하기에는 터져 나올 목소리가 수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