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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전장을 누비며 수천의 목숨을 거두고 번번이 살아 돌아왔던 너는 결국 피를 뒤집어쓴 야차도, 눈물을 모르는 냉혈한도 아니었다. 까마득한 언젠가처럼 힘겹게 무릎을 꿇은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용서를 구하는 순간 나는 머지않아 벌어질 일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장렬히 죽는다, 늦은 기별을 받았으나 애통하다 기별하기에는 터져 나올 목소리가 수천
녹트, 이건 예전의 짧은 메모나 노트를 제외하면 정식으로 쓰는 첫 번째 편지야. 네 손에 전해질 수 없는 편지이기도 하지. 평소였다면 ‘너의 이름으로 시작했을 뿐 개인적인 일기나 다름없는 글’이라고 바로 적었겠지만 오늘은 손이 예전의 감각을 더듬어 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았거든. 요리는 이제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지만 편지라면 이야기가
칼드윈은 코르보를 가리켜 ‘아타노 경’이라고 불렀다. 서코노스에서 그리스톨의 수도이자 항구인 던월로 거처를 옮기는 동안 이 젊은 군인이 들었던 호칭이라고는 ‘너’, ‘거기’, ‘어이’ 따위가 전부였다. 그나마도 이동하는 배 안에서였을 뿐, 던월에 발을 디디고 나서부터는 대강의 호칭으로조차 불리는 일이 없었다. 배에서 내린 즉시 여행을 마친 이들에게 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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