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週日)의 말미가 되면 우리 셋은 따로 약속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퍽 당연하단 듯 내 집에 모이곤 한다. 나는 이 암묵적 만남에 앞서 짧은 모험을 마무리 짓거나, 대학으로부터 온 논문 검수를 끝내고 홀로 가벼운 아침 식사를 한다. 이어 점심이 되기 전까지 서재에 올라가 가장 좋아하는 의자에 앉아서, 집필 중인 모험기의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벽
녹트, 이건 예전의 짧은 메모나 노트를 제외하면 정식으로 쓰는 첫 번째 편지야. 네 손에 전해질 수 없는 편지이기도 하지. 평소였다면 ‘너의 이름으로 시작했을 뿐 개인적인 일기나 다름없는 글’이라고 바로 적었겠지만 오늘은 손이 예전의 감각을 더듬어 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았거든. 요리는 이제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지만 편지라면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