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4 물한잔 치얼쓰에서 판매한 회지를 유료발행합니다. 표지디자인 : 인생에 무슨 일이? @amazing_life_ap 하수창과 누구도 아닌 남자가 ___해야 나갈 수 있는 방에 갇힙니다. <베리드 스타즈>와 <회색도시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로맨스, 섹슈얼 요소 일절 없음. 주의 소재 (드래그) : 메타 픽션 요소, 목을 조르는 행위,
우상이 쓰러지고 선망하던 사람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 날 이후 오미정의 세계도 같이 무너져내렸다. 그런 날이 있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예약도, 손님도 없는 날. 오미정은 매장 바닥을 한 번 쓸어낸 후 시계를 바라봤다. 이제 막 정오를 지났는데도 한 번도 입구의 종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거울을 한 번씩 닦고 창고까지 정리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하루가 한
주정재,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엔딩 요소 있음. 노래 들으면서 썼답니다. 남자의 집은 어느새 두사람의 집이 되었다. 서랍장에 그의 옷이 하나씩 채워졌다. 욕실엔 칫솔 두 개가 나란히 걸리고, 홀수였던 그릇과 수저도 짝수가 되었다. 하나였던 것이 둘이 되며 완전해진다. 맨발로 바닥을 걸을 때마다 쩍쩍 달라붙던 노란 장판 위로 카펫이 깔렸다. "이
자정이 넘은 시간,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쾅쾅! 부술 듯 위협적인 소리에 남자는 늘 품에 넣고 다니던 나이프를 펼쳐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초, 2초…. 소리 없이 숨을 죽이고 있자 성격 급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린다.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새끼야! 그 목소리가 들리자 남자는 참았던 숨을 몰아 내뱉는다. 빌어먹을 새끼. 나이프를 꽉 쥐고 문을
늙어간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살아남았기 때문에 죽은 자는 느낄 수 없는 노화를 신체적으로 경험한다. 기억 속의 이들은 나이를 먹지도 않고 여전히 20대에 멈춰있는데 주정재만은 달랐다. 거울 속의 자신과 시선을 마주한다. ‘늙었구만….’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것은 과연 축복인지, 저주인지 속으로 가늠하다가 시선을 돌렸다. 다친 게 언제인데 아직도
해가 갈 수록 여름의 온도는 높아진다. 모든 것을 다 버렸던 그 해의 여름은 뼈가 시릴 정도로 추웠던 것 같은데 이젠 그 모든 기억들이 녹아 없어버릴 것 처럼 뜨겁다. 에어컨 킬 여력도 없어 구석에서 먼지 쌓여 방치되어있던 선풍기만이 덜덜 소음을 내며 돌아간다. 바람을 일으키는 건지 먼지를 휘날리는 건지 구분 할 수 없었지만 그걸 신경 쓸 사람은 아무도 없
정은창은 그의 그림자를 시선으로 쫓았다. 바람 불 때마다 나무의 그림자는 계속 흔들리는데 그의 그림자는 꼿꼿했다. 그림자를 따라 그 뒷모습을 좇는다. 허리부터 어깨까지 비뚤어짐 없이 곧게 세운 등이 그림자보다 더 꼿꼿했다. 깡패 대가리 치곤 얄팍한 체구지만 그런 그의 곧은 자세가 사람을 더 커 보이게 했다. 그래서 정은창은 시선을 돌려 다시 그의 그림자를
처서가 지나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낮엔 여전히 땡볕 같은 더위가 이어지는데 해가 지기만 하면 쌀쌀해지는 기온 차에 옷 입기 참 애매하다고 생각하며 주정재는 옷장을 열었다. 유행이 한철 지나간 칙칙한 색상의 옷이 한가득이었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어야 하나, 걸린 옷을 뒤적거리고 있으려니 뒤에서 남자가 말했다. "…쥐새끼야?" 회색, 아니면 검은색 밖에 없
회도2 엔딩 이후 주정재와 어느새 그와 손을 맞춰 일하고 있는 누아남 이야기 씨이팔. 부러워 죽겠네. 금요일, 평소 퇴근 시간보다 조금 더 이르게 밀리기 시작하는 도로에 괜히 핸들을 내려친다. 불금도, 금요일 이른 퇴근도 없는 경찰 나부랭이가 도로에 발이 묶여 혼자 성질을 부리자 옆 좌석에 앉아있던 동료 경찰이 휴대폰을 보며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부러우
당신과 가장 가까이, 오래도록 곁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은 영원히 이 거리로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이 거리를 한 걸음이라도 좁히는 순간, 주저 없이 떠나갈 당신을 알았다. 느린 걸음이 발목을 잡았다. 비가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내가 가야 하는 길은 어디일까, 의미 없는 물음을 던진다. 나지막한 목소리는 조용히 흘렀고, 실체
"비가 오려나."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남자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먹구름이다. 비구름이 몰려온다. 남자의 시선은 하늘에서 다시 옆으로 내려간다. 담배를 꼬라물고 있는 녀석과 눈이 마주친다. "왜." 아니. 남자는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돌렸다. 비가 온다. 불판 위에 올라간 고기가 열기에 빠르게 익어간다. 달궈진 철판에 닿으며 살이 익는 소리는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