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동혁은 자주 사라졌어. 나는 그게 맘에 안 들었고. 왜냐하면 그러지 않기로 약속했거든. 내가 열세 살, 걔가 열두 살 때였어. 그 애는 오후부터 감쪽같이 사라졌어. 종종 그랬기 때문에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날이 내 생일이자, 엄마가 생일 축하한다는 쪽지와 함께 남은 돈을 전부 들고 새벽에 집을 나간 날, 그리고 반년만에 아버지가 돌아온 날이었다
형 잘 좀 잡아 봐. 아니, 이렇게. 아니 그건 거꾸로잖아. 해줘? 필요 없어? 알았어, 그럼 나 이거 패스워드 알아내는 동안만이라도 좀 꽉 잡고 있어. 금방 하고 가서 도와줄 테니까. 아니, ……, 야! 바람 때문에 엄청 흔들린다고 이거. 아이, 안다고. 왤케 목소리가 커, 소리 좀 낮춰. 우리 여기 온 거 걸리면 큰일나 진짜로. 알잖아. 내가
신은 광야에서도 만나를 내리셨으니 그들에게는 성이고 이름이고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정정, 아주 많다. 인류가 제 한 몸 건사할 곳을 지구상에서 찾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한 이후로부터 그들이 자신을 거쳐간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란 어려운 일이 됐다. 왜냐하면 수억의 인구가 제 발자국 아래 있었으니까. 칠십오억이 단숨에 십칠억이 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