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동맠
1.
이동혁은 자주 사라졌어. 나는 그게 맘에 안 들었고. 왜냐하면 그러지 않기로 약속했거든. 내가 열세 살, 걔가 열두 살 때였어. 그 애는 오후부터 감쪽같이 사라졌어. 종종 그랬기 때문에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날이 내 생일이자, 엄마가 생일 축하한다는 쪽지와 함께 남은 돈을 전부 들고 새벽에 집을 나간 날, 그리고 반년만에 아버지가 돌아온 날이었다는 게 좀 달랐지. 저녁 먹을 시간쯤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아버지는 당장 엄마를 찾아오라고 소리를 질렀어.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 대답했더니 내 뺨을 때렸지. 그러곤 나보고 동혁이를 찾아오래. 안 팰 테니까, 와서 엄마 어딨는지 물어봐야 하니까 찾아오라는 거야. 나는 입 안이 다 터지게 맞아 놓고도 그 말을 믿었어. 바보같이. 냅다 뛰쳐나가서 동네를 달렸어. 숨이 벅차도록 오래도록 달렸는데도, 구석구석 찾았는데도 그 애는 없었어. 달리다가 넘어져서 무릎도 한 번 깨졌어. 시간은 자꾸만 흐르는데, 아버지 화 많이 났는데, 더 기다렸다가는 아직 집에 있는 동윤이랑 동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이동혁은 안 보이고. 결국 그냥 절뚝절뚝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어. 그땐 진짜 무섭고 외로워지기 시작했어서, 동혁이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현관 모퉁이를 돌았지. 그랬더니 글쎄 걔가 저 멀리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 거야. 가로등 켜지기 시작한 골목길을 따라, 지는 노을을 등 뒤에 지고, 타박타박 걸어서.
그런데 웃기지. 아무 말도 안 나왔어. 울고 싶었는데 못 울고 참고만 있었어서 그랬나 봐. 걔 앞에 한달음에 뛰어가 놓고 말도 못 하고 가만 있었더니 걔는 내 얼굴을 한 번, 깨진 무릎을 한 번 들여다보더니 입술을 말아물었어.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오던 걸음 그대로 타박타박 집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거야. 신발장에 들고 있던 종이상자를 내려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더라. 아버지 오셨어요.
아버지가 동혁이 머리채 잡고 방에 들어갔어. 안 때리겠다고 했던 거 다 거짓말이었어.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았어. 자꾸 안에서 뭐가 깨지고 부서지고 그러는 거야. 동윤이가 우는 동주 끌어안고 얼어있길래 둘이 같이 덥썩 안아서 작은방 침대 이불 속으로 밀어넣었어. 윤아 귀 막아, 귀 막아. 그랬더니 제 귀는 안 막고 갓난쟁이 귀를 막아주더라. 다섯 살짜리가. 지 형이랑 똑같이 생겨 가지고 아무튼, 그런 다음에 다시 방문 두들겼어. 열어줄 때까지, 아니면 저 소리가 멈출 때까지 그러고 있을 생각이었지. 한참 뒤에 소리는 멈췄는데 여전히 대화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귀를 문틈에 밀어넣듯이 대고서 한 마디 겨우 들었어. 무섭지도 않은지 아주 또렷하게 발음하는 거야. 울 엄마 아닌데요. 이민형 엄만데요.
걔는 다 터진 얼굴로 내 입술이랑 무릎에 약을 발라줬어. 원래 걔가 아버지한테 맞으면 내가 걔 얼굴에 약을 발라줬거든. 형이니까. 그런데 그날은 그러기 싫었어. 손바닥 반만한 밴드를 어디서 찾아 와서는 내 무릎에 붙여주는 정수리에다 대고 계속 중얼거렸어. 너 진짜 밉다고. 왜 나 버리고 갔냐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냐고.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내가 때려줬을 거라고. 걔는 입을 다물고 내 무릎에 붙은 밴드 위에 손바닥을 대고 가만 누르더니, 순식간에 울음을 터뜨렸어. 눈물이 얼굴을 안 거치고 바닥으로 툭 툭 떨어져 내렸어. 형아 생일이라서 케이크 사러 간 건데. 동네 빵집에 고구마맛 없어서 담길 바깥까지 갔다 온 건데. 나는 거기까지 듣고서 너무너무 당황했는데, 걘 뭐라고 더 변명하려다가 그냥 입을 다물더니 잘못했어, 그러더라. 내 눈도 못 보구서.
나는 허둥지둥 동혁이 끌어안으면서 야, 미안해, 거짓말이야, 몰랐어 몰랐어 그랬지. 걔는 아버지 앞에서도 안 울었어. 그 다음날 어깨랑 등에 시퍼렇게 죽죽 멍이 올라올 정도로 맞았는데도. 그랬으면서 내 앞에서 그렇게 펑펑 운 거야. 나한테 혼나서. 바로 사과하긴 했지만 아직도 미안해. 그때 내가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지 나도 알아. 서운해서 그랬어. 우리 엄마더러 이민형네 엄마라 그래서. 나는 걔가 진짜 내 동생, 그러니까, 엄마랑 아빠가 똑같은 내 동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엄마도 아빠도 다른 걸 잘 알면서도 그냥. 그냥 그랬다고. 자꾸 미안하다고 말하면 싫어할 거 같아서 걔를 끌어안고 약속을 받아냈어. 그래도 생일날 혼자 있는 거 싫었어, 서프라이즈 없어도 되니까 다 말하고 가, 말없이 혼자 어디 가지 마. 울면서 웅얼웅얼 다음엔 안 그럴게, 그러더라. 웃긴 게 뭔 줄 알아? 걔는 그러면서도 다음엔, 그랬어. 그리고 정말로 그 다음 생일엔 내 옆에 있었어. 그러면 뭐 해.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약속 안 했어. 지금이랑 똑같아. 괘씸해.
나중에 물어봤거든. 그날 엄마가 현금 다 들고 갔는데 돈이 어디서 났냐고. 그랬더니 자기 돈이었대. 작은방 동윤이 놀이그림책 사이에 끼워놨던 비상금. 찬장 단지에 들어있는 천 원짜리를 한 장씩 몰래 빼서 숨겨놨던 거래. 쬐매난 게 못된 짓을 그때부터 잘했어. 그럼 그걸로 지 사고 싶은 걸 샀어야지. 피차 용돈도 못 받고 자랐으면서. 삼만 원 넘게 야금야금 모았으면서 왜 내 생일 케이크를 홀랑 사냐구. 그래서 미웠어. 그 얘기 첨 들은 날에도 미워서 울었어. 걔는 내가 울 때마다 안절부절 못 해. 그럴 만하지. 어릴 땐 한 번도 동혁이 앞에서 운 적 없었으니까. 애도 아니고 다 커서 우니까 당연히 놀래지. 근데 걔는 몰라. 나는 우는 법을 몰랐던 거고, 이제 배웠을 뿐이야. 문제는 걔야. 걔는 분명 우는 법을 잘 아는 애였는데 온통 까먹었거든.
2.
걔는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면서도 한 번도 학교에서 싸움박질 한 적 없어. 진짜진짜 착했어. 인기도 많았구. 동네에 남중 남고밖에 없었으니까 남자애들한테만 둘러싸여 자랐는데도 인기가 많았단 말이야. 학교 마치고 돌아와 보면 애들이 한 무더기씩 집에 놀러 와 있고 그랬어. 현관에 발냄새 나는 신발들이 막 수북하고. 동혁이는 형제끼리 사는 거 하나도 안 부끄러워하는 애였는데 걔 친구들도 꼭 걔 닮아 착해 가지구 와서는 동주 챙겨 주고, 동윤이 놀아 주고. 자기들끼리는 골목에서 공 차고 그랬어. 나는 중학교 일 학년 때부터 집 앞 학원에서 선생님 도와 드리고 마지막 타임 공짜 수업 듣고 집으로 왔었는데, 친구들이 늦게까지 집에서 놀고 있는 날이면 동혁이가 나 오는 소리 듣고 현관문 앞까지 달려나와서 형 미안, 친구들 와 있어, 괜찮아? 그랬어. 내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나한테 허락 못 받은 걸 미안해했지. 나는 걔 통통한 볼 두어 번 꾹꾹 누르면서 괜찮아, 하고 대답한 담에 형님 안녕하세요 하고 넙죽 인사해오는 애들한테 손 흔들어 주고. 장판 뒤집어 까서 만원짜리 몇 장 꺼내다가 족발이나 짜장면 짬뽕 이런 거 시켜 주고 그랬지. 가끔 걔네랑 같이 그거 먹으면서 거실에 앉아 있으면 재밌었어. 걔들은 내 앞에서 으레 하는 욕이나 나쁜 말두 안 했어. 근데 눈치도 안 봤어. 엄청 성격 좋았어. 나보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공부를 잘하녜. 난 그냥 너네 다니는 학원 빼먹지 말고 다녀, 그럼 잘해져, 했지. 애들이 멋있다고 쫑알대면 내 옆에 앉아있던 쪼그만 이동혁 가슴팍이 괜히 막 펴지는 거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뿌듯한 표정 못 숨기던 걔 얼굴을. 나는 애들 앞접시며 물컵이며 부산스럽게 챙겼어. 동혁이가 뭐 흘리면 다 닦아주려고 내가 더 서둘렀어. 평소엔 걔가 나를 챙기는데. 내가 좀 더 젓가락질 못하거든. 걔 친구들 보는 앞에서 형 노릇이 하고 싶었나 봐. 그런 날엔 꼭 동혁이가 새벽에 내 방에 와서 같이 잤어. 침대로 꿈질꿈질 파고들길래 당겨서 안아주면 얼굴도 안 보여준 채로 형아가 있어서 좋다고 말했어. 애들이랑 있을 땐 잔뜩 까부는 목소리였으면서, 내 어깨에 코 박고 웅얼거릴 때는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서 어른 같앴어.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그냥 기분이 좀…….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 뭔지 알아? 여기 어디쯤이 막힌 것처럼 답답해서. 아무 대답도 못 해줬어.
정정할게. 이거 말하고 싶어서. 싸움박질은 한 적 없는데, 다른 애를 곤죽이 되도록 일방적으로 후드려 팬 적은 있어. 몇 번 있어. 누굴 닮았는지 쪼그만 게 주먹은 매워서 한 대 맞으면 다 찔찔 울었대. 근데 얻어맞기도 어려웠을걸? 동혁이가 빡치는 건 고아새끼 소리 들을 때밖에 없었으니까. 요즘 애들이 아무리 생각이 없고 상식도 없기로서니, 형 하나 동생 둘 딸린 거 뻔히 아는 애한테 부모님 운운하면서 우월감 느끼려고 들 만큼 못돼 쳐먹은 개씹 루저 새끼는 잘 없어. 좀 열받는 점은 잘 없었단 거지 아예 없지는 않았었단 거야. 특히 학기 초반엔 괜히 쎈 척 한다고 잘 모르는 애 골라 시비 털고 다니는 새끼들이 있게 마련이잖아. 걔는 두 해 걸러 한 번씩은 같은 반 녀석을 죽어라 두들겨 패 가지고 혼났어. 내가 교무실로 처음 소환된 건 동혁이가 중학교 이 학년이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 재수없게 돈 많고 극성인 부모를 둔 애를 잘못 건드린 거야. 나는 삼 층 우리 반에 있다가 선생님이 불러서 내려갔지. 어른들이 전부 어떻게 봤겠어. 같은 교복 입고 있는 애가 보호자라고 왔는데. 나는 성큼성큼 들어가서 일단 동혁이부터 끌어다 와락 안았어. 선생님 책상 앞에 죄 지은 애처럼 땅만 보고 서 있는 거 꼴 보기 싫어서. 근데 입 밖으로 말이 잘 안 나오는 거야. 엄마랑 아버지 둘 다 어디 가셨는지 모른다고. 제가 형이라고. 저한테 말씀하시라고. 그렇게 떠듬떠듬 얘기했었던 거 같애.
나는 뭐라고 하지두 않았는데 동혁이가 내 허리를 감아 안았어. 너무 화나서 그랬어, 잘못했어요, 그러더라.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근데 웃긴 게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 새끼가 먼저 고아새끼라고 놀렸대. 참으려고 했는데 동생들을 가지고 입에 담기도 힘든 소리까지 했대. 그래서 그런 거래. 동혁이도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맞은 새끼도 입 딱 다물고 있으니까 아무도 그걸 몰랐던 거야. 모르고 동혁이한테만 지랄이었던 거야. 다시 생각해도 빡쳐. 교무실 뒤집어 엎었어야 했는데.
눈이 돌았어. 학폭위 열리면 인터넷에 글 쓸 거라고 했어. 맞은 애 아빠가 무슨 회사 다니는지 어떻게든 알아내서, 먼저 언어폭력 써놓고 돈 없고 부모 없는 애들 협박했다고 다 폭로할 거라고 했어.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이름부터 그 애 엄마 아빠까지 다 신상 털고 리스트 만들어서 뉴스든 교육청이든 제보한다고. 나는 명예훼손으로 감옥 가도 상관 없다고. 똑 부러지는 삼 학년 전교 일 등답게 그 애보고도 지랄했어. 네가 먼저 사과하라고. 내 동생한테 고아새끼라고 천박하게 욕한 거 사과하라고. 아니면 내가 너 죽여 버리고 감옥 갈 거라고. 걔는 쫄았거든? 쫄아서 찐따 새끼처럼 질질 울었거든. 근데 어른들이 우릴 불쌍하게 보는 거야. 내가 발작하는 걸 동혁이가 어쩔 줄 모르고 붙들어 말리는 걸 보면서, 애들이 어쩌다 저렇게, 하고 안타깝게 한숨 쉬는 거야. 아……. 떠올리니까 또 짜증 나네. 내가 교무실 들어갈 때 했다던 말 기억나? 그 말을 왜 했을까. 그냥 아빠 바쁘시고 엄마는 일하러 외국 가셨어요, 할걸. 영 틀린 말도 아닌데. 나는 고아 새끼라고 놀림받은 동생 앞에서 우리 엄마아빠 없는 거 맞노라고 인정한 꼴이 된 거야. 다른 건 아무것도 속상하지 않았어. 그거 하나 때문에 나는 동혁이한테 미안해서 죽고 싶었어.
아무튼 그렇게 상황이 끝났어. 맞은 애 엄마는 조퇴 처리 해 달라고 톡 쏘아붙이더니 얼굴 다 터진 아들내미 데리고 그냥 곧장 교무실 나갔어. 지 애가 먼저 잘못했으니 선생님들 보기에 면도 안 서고, 불쌍한 애들 몰아세우는 나쁜 어른은 또 되고 싶지 않고 그랬겠지. 잔뜩 안쓰러운 표정으로 여섯 병짜리 델몬트 주스 박스를 나한테 건네 주던 동혁이네 담임선생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나. 그거 맞은 애 엄마가 들고 온 거였어. 나는 그제서야 정신 들어서, 어우 선생님 죄송해서 어떡해요 진짜 울 동혁이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하고 아무렇게나 지껄이면서 그걸 받았지. 드라마 많이 봤더니 대사가 알아서 입에서 나오더라구. 평소 같았음 동혁인 그걸 듣고 깔깔 웃었을 거야.
나는 집에 오는 길에 내 가방을 앞으로 메고 걜 냅다 들쳐업었어. 그때나 지금이나 힘은 내가 더 셌고, 그땐 나랑 걔랑 오 센티 넘게 차이 났어. 걔는 놀래 가지고 형아 내려 줘 형아 웅얼거렸지만. 내가 걔 궁댕이를 가만가만 두드리면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 혁아 잘했어, 그랬지 뭐. 다음에도 그딴 소리 들으면 때려줘. 아주 못 일어나게 밟아 버려. 너무너무 잘했어. 선생님이 뭐라고 하면 형이 다 알아서 할게. 걔는 내 어깨에 고개 박았어. 그제서야 애처럼 와앙 울더라고. 그칠 때까지 걔 업고 걸었어. 집에 도착해서 현관 앞에 내려주니까 내 옷소매를 꾹 쥐더라. 난 기다려줬어. 걔는 한참 동안 잠잠하다가 툭 얘기하는 거야. 형이 있어서 좋다고. 나는 엄마도 아빠도 없지만 형은 있다고, 내일 학교 가면 그 새끼한테도 그렇게 얘기할 거라고. 눈은 시뻘개 가지고……. 속이 막히다 못해 터져나가 버릴 것만 같았어.
그 다음 날 처음으로 경찰서에 가서 엄마 실종신고를 했어. 아버지도 집에 안 들어온다는 말은 안 했어. 그때쯤엔 아버지가 나쁜 짓 하고 다니는 사람이란 거 다 알고 있었거든. 나만 있어도 되는 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동혁이도 엄마아빠가, 자기를 돌봐 줄 어른이 필요한 애였으면 좋겠었나 봐. 다른 애들처럼 정상적인 엄마랑 아빠를 가지는 거. 피 섞인 형을 가지는 거. 그거 우리 동혁인 왜 못하는지. 그거, 나는 왜 못하는지. 납득이 안 갔지. 다 커 가지곤 나만 사랑해줘, 애인 만들지 마, 내 옆에 오래오래 있어, 그딴 소릴 닳도록 하게 될 줄 모르고. 그땐 나도 어린애였어서, 아무래도 내가 걔의 유일이 되는 게 무서웠나 봐. 그리고 솔직히 지금은.
지금은 걔 옆에 내가 없단 게 무서워.
3.
성길이 아저씬 한 달에 한두 번 우리 집에 와서 생필품이랑 돈이 모자라진 않은지를 봐주고 갔어. 그때 한창 말문 트이는 중이던 동주는 그 아저씰 볼 때마다 아빠? 그랬어. 아저씨는 자기 옷자락을 잡으려고 아장아장 걸어오는 동주를 슬쩍 피하면서 어색하게 웃어주고는 현금이랑 라면 같은 걸 채워 주고 이십 분도 안 있다가 돌아갔지. 동혁이는 그 아저씰 별로 안 좋아했어. 아버지랑 똑같은 사람 같다고 그랬어. 내가 예의 없이 구는 거 싫어하니까 간신히 표정은 착하게 유지했으면서 아저씨가 집안을 돌아다니는 동안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손톱만 봤어. 아저씨 조심히 가세요, 울 아버지 잘 지내시죠, 습관처럼 안부를 물으면 으응 애매하게 대답하고는 집을 떠나버렸어. 근데 있잖아 나는 동혁이랑 좀 다르게, 그 뒷모습이 아쉬웠어. 오래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아저씨는 어린 우리를 챙기는 유일한 어른이었거든.
걔가 일을 시작한 건 열아홉 살이었지. 졸업을 꼴랑 일 년 앞두고 대뜸 고등학교를 그만 다니겠대서 나랑 꼬박 일주일을 싸웠어. 그랬는데도 걔는 열아홉 살 일월이 되자마자 한 마디 말도 없이 떠나버렸어. 휴대폰도 지갑도 내가 사 준 이어폰도 전부 다 집에 내버려둔 채로. 이 월 중순에 걔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나는 매일매일 밤마다 애들 모르게 베개에 얼굴 박고 울었어. 그게 내 기다림의 시작이었어.
이동혁의 어처구니없는 결정에 아버지가 껴 있다는 건 금방 알아챘지. 아무렇게나 왁스 발라서 넘긴 머리에 핏자국이며 얼룩이 엉망으로 묻은 품 큰 양복, 단추 풀어 입은 와이셔츠. 여기저기 점점 늘어나는 상처랑 흉터. 누구랑 똑같이 하고 다니는데 어떻게 몰라. 난 그 꼴 보기 싫어서 걔가 네 번째로 집에 온 날 저녁에 왁스로 머리 정리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치고, 셔츠를 다려 입히고, 양복 바지 허리를 알맞게 줄여 줬어. 걔 고딩 때 첫 교복 손봐 주다가 얻은 스킬인데 양복에도 나름 먹히더라. 동혁인 고맙단 말도 못 하고 머뭇거리다가 그냥 말없이 방에 들어갔어. 두 밤을 자더니 그걸 그대로 입고, 내가 가르쳐 준 대로 서툴게 머리를 만진 다음에 다시 가버렸어. 그때까지만 해도 나랑 냉전 중이었거든. 걔는 잔뜩 풀죽어 있고 내가 일방적으로 걜 무시한 거에 더 가깝긴 했지만. 삼 주 정도가 지나서 걔가 또 집에 왔는데 내가 가르쳐 준 그대로 말쑥하게 해 입은 채로 돌아온 거야. 어깨엔 칼 맞아서 길게 찢어진 상처 엉망으로 꿰매 놓은 주제에. 잔뜩 눈치를 보느라 내 눈도 잘 못 마주치는 채로. 나는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집에 들어오려던 동혁일 신발장에 세워 놓고 그 꼴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그냥 한 걸음 다가섰어. 굳은 몸을 끌어안아줬어. 모르는 냄새가 훅 끼쳤어. 그러건 말건 걔 어깻죽지에 코를 묻고 숨을 들이쉬었지. 뭔 상관이야, 어쨌든 이동혁인데. 걔는 몇 초도 안 망설였어. 기다렸단 듯이 내 목덜미를 파고들어 안기더라. 어찌나 세게 끌어안던지 몸이 터져나가는 줄 알았어. 형 형 형 하고 나지막이 부르면서도 울지 않았어. 아무 사과도 안 했어. 나도 사과받고 싶지 않았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지. 몇 달만에 안는 몸이 딱딱해져 있어서 서운했어.
걔가 그렇게 떠나기 시작하고 나서 성길이 아저씬 안 왔어. 아저씨가 아버지 오랜 친구가 아니라 같이 일한 지 오래된 꼬붕이었단 것도, 그래서 그냥 시키는 걸 했을 뿐이란 것도 그때 알았어. 잘된 거지. 왔으면 내가 무슨 짓을 했을지 몰라. 최소한 멱살부터 잡고 시작했을 거야. 그리고 그때 제대로 알았지. 집에 올 사람이 생기면 바로 발길을 끊을 작정이었구나. 왜 웃어 준 걸까. 그때부터 동주는 쉽게 웃어 주는 사람을 안 믿어. 울 애기. 내가 그 애한테 좋은 오빠였어야 했는데.
동혁이는 늘 버스를 타고 사거리 건너 동부터미널로 오고 다시 거길 통해서 가버렸어. 집에서 거기까지 걸어가면 삼십 분, 버스를 타면 십오 분이 걸리고, 자전거를 타면 가끔 버스보다 빨랐어. 동혁이가 와 있으면 푹 자다가도 첫차가 오기 전에 눈이 떠지더라. 가지 말라고 붙잡아야 했거든. 그리로 도로 가지 말라고. 내가 뭐라도 해서 더 벌면 되니까, 우리끼리 행복하면 되니까, 그냥 가지 말고 나랑 윤이랑 동주랑 넷이서 있자고. 아버지가 찾아오면 그냥 어디로든 도망가 버리자고. 영영 떠돌아도 난 괜찮노라고. 그게 그렇게 힘들면, 그냥 하루만 더 있다가 가라고. 그렇게 사정사정하면 가끔 그 애가 긴 통화를 마치고 하루이틀쯤 더 있어주기도 했거든. 조금 늦게 눈이 떠져서 일어났을 때 이미 그 애가 없으면 난 곧장 현관으로 나가서 자전거 자물쇠를 풀고 페달을 밟았어. 미친 듯이 밟으면 차 떠나기 전에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거든. 터미널 위쪽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다가 자전거를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막 뛰어올라가면 저기 먼빛으로 버스가 보여. 야 이동혁 너 정말 혼나고 싶냐고 꽥 소리 지르면서 주먹을 흔들면 시동 걸려 움직이기 시작한 버스의 차창 밖으로 동혁이 얼굴이 쑥 나와. 그러구서 형 나 갔다 올게, 하고 길게 외치는 거야. 팔을 쭉 빼서 손도 바이바이 흔들어. 나는 거기다가 대고 위험하니까 당장 고개 집어넣으라고 다시 주먹을 마구 흔들었지. 버스 뒤꽁무니가 터미널을 빠져나가서 길을 따라 멀어지면, 아예 안 보일 때쯤이 되면 그제서야 멍해졌어. 그리고 참을 새도 없이 눈물이 났어. 쟤가 이번에야말로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
습관적으로 터미널에 갔지. 학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들르고, 다시 학교 가는 길에 들르고. 걔는 늘 온다 말도 없이 오고 간다 말도 없이 갔으니까. 그래도 늘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왔어. 노을이 깔리는 시간대에 버스에서 내렸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보면 일단 깜짝 놀란 다음에 웃으면서 뛰어와. 걔를 받아 안으면 몸에서 체향 말고 다른 냄새가 났어. 겨울 냄새 같은 거. 여름에도 그랬어. 코가 시리게 쌀쌀한데 어쩐지 따뜻한 냄새, 그러면서도 코 안쪽이 찌르르해질 정도로 아픈 냄새. 너 향수도 뿌려, 물었더니 아니래. 나중에 알았지. 그게 파스 냄새랑 녹슨 쇠 냄새랑 섞인 거였단 거.
집에 갈 땐 자전거도 버스도 안 탔어. 둘이 걸어갔어. 사람이 많이 안 다니는 길이라서 손 잡고 걸을 수 있었어. 가끔 다리 다쳐서 돌아올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걔는 응석 부렸고 나는 걔를 업어줬어. 이러고 있으니까 어렸을 때로 돌아간 거 같다고 다리를 달랑거리는 애한테 차마 뭐라고 할 수가 없어서 한숨만 푹 쉬면, 걔는 눈치 빠르게 내 귀에 뽀뽀했어. 담번엔 진짜 안 다칠게, 그랬어. 맨날 다음번에는 안 그러겠대. 걔 사전에 다시는, 이라는 말은 없었던 걸까. 아주 못됐네. 아무튼 업든 손 잡든 둘이서 그 길을 걸어가고 있으면 금방 해가 졌어. 난 야맹증 있어서 어렸을 때 당근 많이 먹고 컸는데 별 도움은 안 되더라. 나랑 다르게 걔는 어둠 속에서도 이것저것 분간을 잘해냈어. 가로등이 늘어선 골목으로 들어서기 전까진 걔가 내 팔을 쥐고서 걸었어. 놓치지 않게 꾹 잡고서. 그게 든든하고 되게 다행이었는데, 가끔은 내가 먼저 막무가내로 멈췄어. 걘 처음엔 당황했는데, 이젠 내가 멈추면 알아서 팔을 끌어당겨 안더라구. 어둠 속에서 키스하면 무섭고 짜릿하고 어쩐지 아랫배가 뜨거워. 이건 사실 이동혁이 내게 건넨 감상인데, 나도 정확히 똑같이 생각했어. 우린 늘 아쉽게 떨어졌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 채로 입술을 벅벅 닦으면서 다시 걸었어. 귀랑 얼굴이 터질 것 같은데, 다시 살갗이 닿으면 큰일날 것 같아서 손은 안 잡았어. 그러면서도 내 옷소매는 꾹 쥐고 제 쪽으로 끌면서 걷더라. 웃겨 동혁이. 걱정됐나 보지.
난 군휴학이 끝나고 나서 학자금 대출 때문에 다시 휴학 때렸어. 과외가 두 탕이어서 대출금은 땜빵됐는데 오히려 다른 데서 모자라더라. 애들이 작을 땐 괜찮았는데, 딱 그쯤 동윤이가 중학생이 됐거든. 학원도 보내 줘야 되고, 급식비도 내야 되고, 그래도 중딩인데 용돈도 줘야지. 동혁이가 종종 내 통장으로 십만 원 이십만 원 보내 주는 건 그대로 모았어. 쓰기 싫었어. 나중에 천만 원 이천만 원으로 모이면 동혁이한테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어. 그래서 추가로 구한 직장은 터미널 안쪽에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파트타임이었어. 뭘 만들고 하는 건 잘 못해도 쓸고 닦고 설거지하는 건 잘했거든. 좀 큰 가게라 사람이 많아서 커피 만드는 일은 거의 안 해도 됐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서 나름 수월했던 거 같애. 윤이는 중학교 입학하고 나서 동주 데리고 종종 터미널로 나를 데리러 왔어. 여름이면 수박을 잘라다가 플라스틱 컵에 넣어 파는 걸 한 통씩 사서 손에 들고, 겨울이면 붕어빵이나 풀빵을 두 봉지 사다가 품에 안고서. 심심하면 둘이서 손 꼭 붙잡고 걸어서 왔지. 노을 질 때쯤. 한참 동안 셋이서 벤치에 앉아서 오고 가는 버스들을 구경하고. 버스 안 서는 공터에서 윤이랑 동주랑 땅따먹기 하고 달리기 시합하고 그랬는데. 큰오빠 나 쉬 마려, 큰오빠 나 배고파, 큰오빠 집에 가자, 셋 중에 하나라도 동주 입에서 나오면 이제 일어나서 집에 가야 하는 거고. 그러다 정말 운이 좋으면 셋이서 같이 동혁이를 맞는 거야. 애들이 작은형, 작은오빠, 하고 뛰어가서 와락 안기면 걔는 뭐야, 어떻게 알고 왔어, 하고 기분 좋게 웃으면서 둘을 한 품에 덥석 안고 빙글빙글 돌았지. 풀린 왁스 땜에 여러 갈래로 갈라진 머리에 어울리지도 않는 아저씨 양복을 입구서. 겨울 냄새를 풍기면서.
4.
내가 몸을 붙여 오면 동혁인 늘 곤란하다는 듯이 눈을 피했어. 그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 그 애매한 표정을 보기만 하면 속이 훅 타오르듯이 열이 받았어. 그럴 때마다 어른 같았거든. 나를 내버려 두고 걔 혼자 너무 커 버린 것 같아서 짜증 났지. 근데 상관 없었어 힘은 내가 더 셌거든. 걔가 밀어내는 거 무시하고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채로 맨허리를 끌어안는 건 쉬웠어. 그리고 일단 막무가내로 입술을 붙이고 나면 그 다음부턴 걔가 다 알아서 했어. 한 손으로 내 등을 받치고 팔꿈치로 침대를 눌러 몸 위치를 뒤집은 뒤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꺾었어. 나는 뒤통수가 침대 시트에 문질러지는 감각을 느끼며 걔 목에 팔을 감았어. 통통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어줬지. 이럴 거면서. 이럴 거면서 맨날 싫다고부터 하고. 미워죽겠다구.
걔가 빗물에 푹 젖어 돌아온 날이 처음이었어. 늦가을이라 비를 맞은 몸이 다 얼어있었어. 윤이랑 동주가 깊게 잠든 밤이었고. 나는 물이 뚝뚝 흐르는 몸을 들어다 욕조에 집어넣고 뜨거운 물을 받았어. 젖은 옷을 하나하나 벗기고 까맣고 흉터 많은 상체에다가 김이 올라오는 샤워기 물줄기를 들이부어 가며 몸을 녹였지. 아래턱을 다르르 떨면서, 그 애는 입술 새로 찬 숨을 가만가만 내쉬었어. 내 뺨에 그 애가 쌕쌕 내쉬는 날숨이 와 닿았어. 살갗이 시려울 만큼 차가웠어. 그 감각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 난 정말 그날 걔가 죽는 줄 알고, 욕조 옆에 무릎 꿇고 앉은 채로 굳은 팔다리를 주무르고 문질렀는데. 한 마디도 없던 그 애가 형, 하고 부르던 순간에 그만 참지 못한 거야. 질리다 못해 파래진 입술에 그대로 내 입술 갖다 박은 거야. 놀라서인지 추워서인지 얼어 있는 애 입술 사이를 어거지로 가르고 들어가서 혀를 밀어넣었어. 그러니까 시작도 나였어. 걔한테는 여러모로 내가 문제였어.
형제끼리는 이런 거 안 해, 네가 내 동생이야, 뭐 그딴 삼류 드라마 대사 안 뱉었어. 뭐 하라면 할 수도 있었는데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어. 나는 동혁이를 사랑했어. 그건 형제끼리의 사랑보다 뽀뽀하고 키스하고 만지고 싶은 사랑에 더 가까웠어. 그치만 동혁인 내 동생이야. 아무도 그걸 부정 못 해. 부모가 다르다는 건 내 사랑하는 동생과 나 사이에 놓인 가장 커다란 기적이야. 걔도 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소리내어 그 얘길 한 적은 한 번도 없어. 그냥 이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그랬어. 입술을 맞대고 벗은 몸을 끌어안을 땐 살아 있는 거 같았어. 겨울이면 걔 몸은 유달리 따뜻했어서, 나는 시린 코를 걔 이마에 대고 가만 눌러 덥혔지. 그럼 걔는 살살 도리질치면서 내 품 안으로 파고드는 거야. 우리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제일 최근에 그 미운 얼굴을 본 건 걔가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날이었어. 날씨가 막 더워지기 시작한 유월 말이었지. 사실 그날도 내가 먼저 밀어 눕혔어. 제대로 밀어내지도 못할 거면서 자기 지금 가야 된다고 형 형 나와 봐, 하고 어깨를 미약하게 잡던 손아귀 힘이 생각나. 나는 무시 까고 몸 겹쳐 걔 위에 엎드렸어. 멱살 잡았어. 핏물을 깨끗하게 빼서 다려두었던 와이셔츠를 입었길래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단추를 툭 툭 풀었어. 동혁인 스물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와이셔츠 안에 하얀 반팔티 겹쳐 입고 다녀. 메리야쓰도 아니고 꼭 반팔티를 입어. 그거 내가 걔 중학교 들어갈 때 가르쳐 준 거거든. 아무튼.
끄른 단추를 내 잠옷 단춧구멍에다 밀어 넣었어.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단추까지 다 그렇게 했어. 내 몸과 걔 몸이 꿰매지듯이 맞붙도록. 크기가 맞지 않았던데다 내 손에 땀이 많아서 몇 번이나 손이 미끄러졌는데 동혁이는 중간부터 말리지도, 비키라 속삭이지도 않았어. 그냥 내가 떨어지지 않게 몸통을 잡아 지탱해줬지. 뜨거운 손이 내 갈빗대 사이를 조심스럽게 받치고 있던 감각이 아직까지 생생해.
한여름엔 돌아오라고 그랬어. 생일을 혼자 보내기 싫었으니까. 걔는 한참 잠잠하더니 애기처럼 내 허리를 끌어안고 품에 파고들었어. 나는 걔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울었고 걘 내가 다 울 때까지 등을 가만가만 토닥였어. 잠들기 직전에 걔가 조그맣게 알겠어요, 대답했는데,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갔어.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걔는 없고 와이셔츠만 품에 안겨 있었어.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단추가 여전히 내 잠옷에 꿰매진 채로. 나는 그냥 도로 눈을 감았어. 허물처럼 남은 옷을 꽉꽉 끌어안고 오래 뒹굴었어. 거기서 희미하게 동혁이 냄새가 나서.
겨울 냄새 없는 온전한 동혁이 냄새가.
5.
동혁이 화장했어.
많이 고민했어. 더위를 많이 타는 애니까 화장하지 말까 하고. 그런데 마지막으로 안았던 몸이 너무 차가웠어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 걔가 침대에 누운 채로 날 안아주면 늘 사방이 뜨끈뜨끈했는데. 형은 왜 코도 작고 입도 작은데 눈이 이렇게 커, 하고 이상한 질문 하면서 나를 꾹 꾹 안아주면 등허리가 막 불에 타는 거 같았는데.
내가 못된 말 하는 날이면 동혁이는 늘 돌아누운 내 뒤통수에다 대고 그랬어. 아버지를 미워하지 말래. 그래도 우리를 사랑하는 건 아버지밖에 없대. 나는 그 말이 늘 이해가 안 갔어. 아버지가 우리를 사랑했다면 왜 우리와 같이 살지 않았는지. 왜 단 한 번도 따뜻하게 안아주지 않았는지. 왜 어린 자식들을 그렇게 때렸는지. 왜 아직 어른도 되지 못한 동혁이를 그런 곳에 데려가는지, 전부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아니,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자면 왜 우리는 사랑받아야 하는지. 우리 둘이 서로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건지도……. 나는 못된 생각이지만, 동윤이도 동주도 없는 곳에 동혁이랑 도망가서 둘이서 살고 싶었어. 동혁이만 나를 사랑해줘도 충분했거든. 걔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엄마도 아빠도 다른 게 다행이었거든. 근데 걔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아. 걔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 건 아버지가 아니고 누구든이었던 거야. 누구든. 누구든 너무 미워도 미워하지 말라고. 누가 혼자된 나를 사랑해주는 일이 생기면 그 사람을 너무 미워하지 말란 소리였어. 이제서야 그걸 알겠어. 그거 그냥 자기 없이도 잘 살란 말이잖아. 걔는 가끔 그렇게 말을 어렵게 하더라. 나쁜 습관이야.
하여간 웃겨. 나는 걔 생각만큼 누구 미워하지 않아. 알바비에서 밥값 뜯고 준 사장님도, 지 전여친이 나한테 고백했다고 빡돌아서 나 개쓰레기라고 과에 헛소문 낸 선배도, 뒷돈 안 줬다고 성적 까서 교직 탈락시킨 교수님도 하나도 안 미웠거든. 평생을 살면서 미운 건 아버지랑 엄마랑 이동혁밖에 없었어. 아버지랑 엄마는 그냥 미웠고, 동혁이는 사랑하는데 미웠어. 나랑 한 약속 안 지켜서 미웠어. 근데 밉단 말 삼 인분을 걔한테 전부 해 버려서 걔는 내가 그냥 미움 많은 앤 줄 알았던 거야. 아무튼 나는 걔를 사랑했으니까 걔 말을 들으려고 최대한 착하게 가만 있었어. 다리가 부러지고 코뼈가 온통 내려앉은 채로 돌아온 날에도, 어깨가 길게 찢어진 걸 대충 묶에 놔서 살이 엉망으로 붙은 걸 다 뜯고 다시 일곱 바늘이나 꿰매야 했을 때도, 걔가 아무 말도 못 하고 나를 끌어안은 채로 다섯 시간이나 손을 떨었을 때도 가만히 있었지. 그리고 생각했어. 미움과 함께 잠시 유예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지. 우리가 도망치는 데에 실패하는 날이 결국에 찾아온다면 나는 그것들을 전부 해내리라고 다짐했어.
그러니까 기회를 줄게. 아버지는 화장될래, 수장될래?
나 옛날에 읽은 시 중에 그런 게 있었어. 죽으면 풍장을 시켜 달래. 자기 죽으면 시체 배에 실어다가 발가벗겨서 무인도 해변에 널어놔 달라구. 무슨 미친 소린가 했는데 마지막 구절이 이거였어. 바람과 놀게 해 다오. 우리 동혁이도 바람 좋아했는데.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바람 들어오는 기분이 좋다고, 멀리 날아갈 수 있을 거 같다고 그랬었는데. 근데 도저히 내가 걔를 무인도까지 싣고 가서 발가벗겨 가지구, 응, 그럴 순 없겠더라. 동혁이도 싫어할걸. 아 형 맘대로 벗기지 좀 말라고 살아있을 때도 웅얼웅얼 짜증내고 그랬으니까. 글고 걔가 사라져 버릴 때까지 내가 지켜볼 수가 없잖아. 그런 거 싫어. 낭만 없어.
그래서 걔는 바람에 날려보내 줄 거야. 바다 말고 강바람이랑 놀게 해 줄 거야. 여기저기 천천히 돌아보면서 여행 좀 하다가 바다로 갔으면 좋겠어. 못 그러고 살았잖아, 누구 때문에 나쁜 짓이나 하느라.
그래서 화장될래 수장될래. 아버진 비위 상해서 풍장 못 시켜 줘. 화장될 거면 지금 화구 예약해야 되니까 빨리 말해. 아니면 요대로 돌 매달아 바다에 떨어뜨릴 거야. 맞다, 유서 공증 때문에 책상 위에 박 변호사님 도장 좀 썼어. 원래 이거 뭔 절차도 있다며? 그런 거 다 쌩까고 법 바깥에서 살면 뭐가 참 쉽다 그치. 아버지 현금은 동윤이 동주한테 반씩 갈 거야. 사업장 명의는 동윤이 앞으로 했고 땅은 전부 동주한테 돌렸어. 미성년자 명의 건물 매각 대리 맡기고 그런 거 어떻게 하는지 찾아서 집에 프린트해놓고 나왔거든. 윤이 벌써 나이가 열여섯이고 애가 쫌 똑부러져서 아마 알아서 잘할 거야. 동주도 중학교 입학할 때까지만 옆에서 동윤이가 봐주면 괜찮을 거 같애. 안 그래도 동윤인 동주밖에 모르니까.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인데 어련하겠어. 내가 없어도 성길이 아저씨한테 다 말해놨으니까 알아서 도와줄 거야. 그 눈빛 뭔데? 설마 아직까지 몰랐어?
그럼 알려줄까. 울 엄마랑 성길이 아저씨랑 살림 차렸대. 내가 그걸 언제 알았게. 동혁이 마지막으로 나간 날 알았어. 지구대에서 정확히 팔 년만에 연락이 왔어. 엄마를 찾았대서 지구대에서 주소 받아 버스 타고 김천까지 가봤더니 그 아저씨랑 같이 살더라. 내가 막 악을 쓰면서 아버지 죽일 거라고, 우리 동혁이 내놓으라고 난리치니까 엄마 표정이 막 이상하더니 내 어깨를 잡고 흔드는 거야. 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나는 거기서 정신 나간 애처럼 줄줄 말했어. 동혁이 얘기 윤이 동주 얘기 다 했어. 내 얘긴 안 했어. 엄마가 애들 얘기만 듣고도 실신하기 직전까지 울어 가지구. 그동안 아저씨가 우리 잘 있다고 대충 둘러댔던가 봐. 그리고 자기도 그런 줄로만 알았던가 봐. 웃기지. 돌보는 어른 없이 그냥 잘 지낼 수 있는 어린애들이 세상에 어딨어. 엄마가 아저씨를 주먹으로 막 퍽퍽 패면서, 우리 애들 데려오라고,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가 있냐고 막 따져. 아저씬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 막. 그러더니 나한테 뭐든 돕겠대. 나는 좀 웃었어 웃겨 가지고. 우리 버리고 간 건 엄마면서. 아저씨도 마찬가지야 그동안 손 놓고 보기만 했으면서 이제 와서 뭘. 도장이나 내놓으라고 했지. 증인 목록에 그 아저씨 이름도 있어. 둘이 필요했는데 나머지 한 명은 누구냐면.
나야. 아버지 울 엄마랑 혼인신고도 안 했더라. 그리고 새로 쓴 유언장엔 내 몫이 없어. 아버지 돈 쓰고 싶지 않거든. 더러워. 난 아버지랑 오래 같이 산 적도 없고 혈연관계도 친인척관계도 아니야. 남이야. 아버지가 남기는 유산 수혜자도 아니고 미성년자도 아니야. 유언장 봉투에 이민형, 하고 사인하는데 얼마나 짜릿하던지.
위에서 재산 몇 푼 땅 몇 개 떨어지니까 아버지가 무슨 보스라도 된 거 같애? 뭐 야쿠자 마피아 이런 거라도 된 것 같냐고. 아버진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봤자 깡패 도둑놈이야. 쪽팔려. 그 나이 먹고 깡패 중에 일짱도 아니고 이짱도 아니고 형님만 더럽게 많잖아. 도둑놈은 왜 도둑놈이냐면 동혁이가 한 걸 다 아버지가 주워 먹었으니까. 걔가 칼빵 맞고 뼈 부러지고 살 찢겨 가며 사람 패죽이고 다녀서 얻은 것들 전부 아버지 실적으로 올라갔을 테니까. 내 말이 틀려?
결국 전부 아버지 거란 걸 걔는 알았어. 걔가 일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그러니까 내가 아무것도 몰랐을 때, 온통 피투성이가 돼서 들어오는 걔 면전에다 대고 사람 죽여서 받는 그 드런 돈 너나 다 받아처먹으라고 소리 질렀었는데. 걔는 또 착하게 혼나는 얼굴 했었지. 울지도 못하면서 내리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신발도 못 벗은 채로 입술 말아물고서. 생각만 해도 자꾸 미안해지게. 스물이 넘고 나선 집에 오는 밤마다 동혁이가 나한테 뭐라 했는지 알아? 형 나쁜 짓 해서 미안해. 그래도 전부 내 이름으로 천천히 쌓이고 있대. 나중에 정산해 준대. 돈 많이 벌어서 호강시켜 줄게. 나는 거기다 대고 내가 무슨 할아버지야, 호강시켜 주게, 하고 대답하면서도 걔가 아주 글러먹은 바보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걘 다 알고 그런 말 했던 거였어. 아버지 좋은 일만 시켜 주는 거란 거 다 알면서 나한테 거짓말 했던 거였어. 아직도 분해. 내가 그걸 몰랐던 게 분해.
6.
걔가 마지막으로 돌아온 날에는 있잖아. 이상하게 터미널에 나가고 싶었어. 자전거를 타고 가려다가, 그럴 기분이 아니어서 그냥 버스를 탔지. 창밖을 보는데 눈이 시렸어. 해가 내려가고 이제 곧 노을이 질 텐데도 눈이 막 시려 가지구. 근데 내릴 때쯤 되니까 뒷목이 막 막 당기는 거야. 이상한 기분이었어. 창밖에 터미널이 보이자마자 못 참겠어서 버스 뒷문 두들겼어. 옛날에 방문 두들겼을 때처럼 마구. 열어 달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 아직 정류장에 내리려면 몇십 미터 더 갔어야 했는데, 그때 버스 탄 사람 나밖에 없었어 가지고 아저씨가 뭐라뭐라 소리 지르면서 차 세우고 갓길에 붙여 세운 담에 문 열어 줬거든. 그냥 뛰었어. 맘이 급해서. 아랫길에서 터미널 위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닿기도 전에 다리에 힘이 풀려서 한 번 넘어졌어. 저 멀리서 버스가 들어오는데, 보고 나온 버스 시간표는 저게 오늘 들어오는 마지막 차라는데. 왠지 저기 동혁이가 타고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계단을 두 개씩 막 뛰어올라갔어. 아직 낮의 열기가 덜 식어서 숨이 훅훅 타오를 때마다 등허리에 땀이 죽죽 흘렀어. 그랬는데도 멈출 수가 없었어. 서서히 멈추는 버스를 향해 달려가는데 진짜 저어 멀리서 아득하게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거야. 불길했어. 저게 왠지 소방차 소리 아니고 구급차 소리인 거 같았지. 나는 멈춘 버스 앞에 똑같은 속도로 멈춰 섰어.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 내리는 동안 고속버스 앞에 멍청히 서 있었어. 맨 앞좌석에 굳은 것처럼 앉아 있는 게 이동혁이었으니까. 아무 말도 안 하고 기다렸지. 동혁이는 그러고도 한참을 있다가 아주 느리게 일어나더니 거짓말처럼 통로를 돌아 걸어내려왔어. 걔는 날 보자마자 평소처럼 웃었어. 환하게. 형, 하고 부르더라. 그러더니 허물어졌어.
내 말 이해하겠어? 허물어졌다고. 아래부터 무너져 내렸다고 그 애가. 걘 뛰어와서 날 안아줬어야 했어. 나는 굳어서 걔를 어떻게 하지도 못했어. 걔가 내내 누르고 있던 배에서 손을 떼자마자 뭐가 퍽 터졌어. 손쓸 새도 없이 바닥이 온통 무섭게 물들었어. 웅덩이가 모래바닥에 스며드는데 시꺼맸어. 나는 피가 새빨간 색일 줄 알았는데, 그렇게까지 검은색일 줄은 몰랐어. 그러니까 피인 줄도 몰랐어. 걔가 배랑 입에서 울컥울컥 뱉고 있는 그것들이. 동혁이가 입안에 남은 걸 싹싹 모아 바닥에 뱉더니, 나를 올려다보면서 그러는 거야. 형아. 나 피 나.
머리가 뜨거웠어. 동혁이한테 다가가면서도, 다가가서 그 애 상체를 받쳐 안고 웅크려 앉아도 안 식었어. 달리기를 오래 해서 달구어지는 거랑은 본질적으로 다른 뜨거움. 나는 그게 너무 무서웠는데 동혁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들어서 내 머리를 헤집더라. 형 열 나네. 왜 뛰었어. 그렇게 물으면서. 참을 수도 없는 떨림을 막 어거지로 누르면서.
내가 가지 말라고 했지, 하고 따졌어. 칼빵 맞았으면 병원에 갔어야지 왜 여기로 돌아왔어, 너 바보야, 거기까지 말하고 꺽꺽 울었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걔 얼굴 위로 내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아직도 기억나. 잔흉터 많고 뼈가 날카롭지만 동그란 눈에 힘을 풀고서 바라볼 땐 세상에서 제일 순하고 착한 얼굴. 어디 가서 용케 씻어내고 왔는지 얼굴이랑 머리는 깨끗하더라. 조금 수척한 게 다였어. 눈 아래가 검게 죽어가는데, 걔는 날 올려다보면서 히 하고 웃는 거야. 너무너무 얄미워서 참던 울음소리가 콱 터졌어. 애처럼 울면서 걜 끌어안았더니 걔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으면서 아주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그랬어. 오늘은 같이 있기로 약속했잖아. 그러고서 잠깐 숨을 헉 헉 쉬더니, 미안해, 하고 가만히 덧붙이는 거야. 그땐 이미 발음이 다 뭉개져서 네 살 같았어. 문득 고개를 돌렸더니 저만치서 구급차가 터미널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게 보였어. 아마 운전하는 내내 걔를 지켜봤던 버스 기사님이 부른 거겠지. 그리고.
그제서야 보이는 거야. 버스 앞바퀴 옆에 아무렇게나 뭉그러져 있는, 손에 힘이 풀린 동혁이가 놓쳤을 종이 박스가. 그 박스 안에서 튀어나온 노란색 케이크 시트가. 난 울음을 그치고 싶었어. 근데 그걸 못했어. 아직도 후회돼. 대체 어디서부터 이러고 왔는지, 이 몸을 하고서 저건 또 어떻게 샀는지, 너도 내가 보고 싶었는지 전부 궁금했는데. 물을 말이 많았는데, 아직 못해준 말들도 너무너무 많았는데, 지금도 많은데……. 울음이 자꾸 목을 막아서 끝까지 타박만 했어. 갠 배에 구멍이 뚫렸으면서 발음은 왜 그렇게 정확했을까. 아버지도 죽음도 무섭지 않았으면서 끝까지 내 화는 무서웠을까. 그럼 그냥 화내지 말걸. 자꾸 없어지는 너를 원망했노라고 티내지 말걸. 나는 걔를 미워한 것보다 열 배, 아니 백 배 정도 더 사랑했는데.
그러니까 있잖아.
그날이 내 스물네 살 생일이었어.
7.
이제 아버지가 죽고 나면 나는 혼자 남겠지. 아버진 우릴 패면서 늘 그랬잖아. 내가 자식새끼들을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고. 나만큼 니들을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그러니까, 그 말이 만약에 거짓말이래도, 아버지가 죽어버리고 나면 이제 나를 죽어라 패서라도 사랑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어디에도 없어. 나는 지금 혼자가 되기 직전이야.
그렇지만 걔는 내가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겠지. 자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길 바랐겠지, 내 인생이. 나랑 똑같이 생각했던 거야. 걔는 잃어 보지도 못한 누군가의 실종신고를 하듯이 나한테 그렇게 당부를 한 거야. 쪼그만 게. 쪼그만 게 건방지게. 내가 형인데.
난 떠날 거야. 터미널로 갈 거야. 가면 표를 끊고 버스를 타겠지. 어디로 갈진 모르겠어. 돈도 없어. 성길이 아저씨가 카드 하날 줬는데 진짜 급할 때 말곤 안 쓸 작정이거든. 나가는 돈이 없으면 끊기겠지 뭐. 카드도 나도 실종신고되고, 그러겠지. 사실 내가 버스를 탈지 기차를 탈지 비행기를 탈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이제 하고 싶은 게 없어.
모르겠어. 그렇지만 터미널에 갈 거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거기서 동혁이 기다리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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