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다이고는 그렇게 생각하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지금 막 병실의 베드 테이블 위에 정신없이 펼쳐놓은 서류들에 서명을 마친 그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입으로 긴 한숨을 내쉰다. 안도감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더 남은 불안이 없는지 걱정도 되는 기분이다. 어둠에 갇혔다가 또 다른 어둠 속에서 정신을 차린 다이고는 자신을 덮친 많은 것들을 용서했다.
Family Tree 가계도 남들이 보기엔 저명한 브랜드의 것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평범하고 인기 없는 디자인의 손목시계를 보면 밤 열한 시가 가까웠다. 인기척이라곤 없는 거리를 지나 자신의 키만큼 기다랗고 넓은 검은 우산을 쓰고 어둑어둑한 주택가로 들어가면 풍경은 항상 같다. 며칠째 들고 가지 않는 폐가구, 고양이들이 사냥 후 옆구리가 터진
Devotion 헌신 다이고가 미네와 의를 맺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였다. 바깥 세계에서는 경력이 길지만 아무리 오래 있어도 승진의 기회가 적은 이쪽 세계에서 신입이나 다름없는 미네에게 이것저것 알려 주고 싶은 것이 많았다. 배움이 빠르고 명석한 녀석이니 금방 익힐 것으로 사료되었고, 다이고의 의형제라는 이름에 걸맞는 자로 키우고 싶은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