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파도에 밀려 부스러지고 있었다. 잘게 쪼개진 빛무리가 눈을 찔렀다. 먼 수평선에서부터 물소리가 치밀어올랐다. 솨아아⋯⋯. 오오사키는 경계선에 걸친 해를 본다. 아스라히 먼 광원이 이제야 겨우 출발을 알려 끄트머리를 걸쳤다. 그마저도 빛이었다. 세상이 짙은 저녁을 밀어내고 꾸물꾸물 기어오른다. 물들듯이, 저편에서부터 하늘의 색이 옅어지고, 약간의
해가 저물며 붉은 띠를 길게 퍼트렸다. 듬성듬성한 구름이 하늘을 휘감고 덧칠한 구석을 가리듯 떠다닌다. 그럼에도 하늘의 푸름과 붉음 사이에 주홍빛이 눌러붙어 있었다. 열려있는 창문으로 바람이 불고, 쌀쌀한 온도가 방 안에 훅 끼쳐온다. 그 탓에 희고 얇은 커튼이 나부낀다. 오오사키는 불어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문이 서향이라니 좋은 방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