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소리 바람에 실리는 물내음이, 공기 중에 가득했다. 유진은 바닷가에 널린 조약돌을 보았다. 조약돌은 파도에 구르기도 하고, 서로 부딪히기도 했다. 흰 원피스를 입은 유진은 뒤를 돌아보았다. 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것은 그 때였다. 바람이 시원해요. 그런 말과 함께, 유진은 아레스의 손을 잡았다. 제 손바닥보다 좀 더 큰 손이 그 이끌림을 받았다
겨울의 끝자락에 다다른 날이었다. 유진은 제 목도리를 고쳐 메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봄의 기운을 자신도 모르게 느끼며 눈을 감았다. 차바퀴 구르는 소리와 사람들의 발소리. 웃음소리, 경적소리. 그녀는 문득 가게에 꽃다발들과 귀금속, 초콜릿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의 어수선한 분위기에는 사유가 있었다. 유진은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