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책을 읽을 순 없겠구나. 에젤은 아무렇게나 드러누운 채 그런 같잖은 생각을 했다. 멍하니 올려다본 회색 하늘에서 희멀건 것이 에젤의 피부 위로 나풀나풀 내려왔다가, 곧 녹아 사라졌다. 그는 이대로 있다간 저 희멀건 것이 제 피부에 닿아도 녹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러면 완전한 종말인 것이다. 가열된 탄피가 총신에서 분리되며 땅에 떨어져 생기는